[출처: GEEKNETIC]


일반적으로 IT업계는 변화가 심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거대한 변혁이 일어난 때가 아니라면 1위 업체가 입지를 잃어버리는 일은 거의 없다. 애플, 구글, 페이스북처럼 최근에 강력하게 부상한 기업도 있지만 마이크로소프트(MS), 인텔 같은 기업은 거의 PC 초창기 시대인 80년대부터 해당분야의 최강자였다.

하지만 올해는 그 가운데 인텔이 든든한 챔피언이 아닌 추격자의 위치에서 움직이는 첫 해가 될 듯 싶다. 성능과 가격 면에서 인텔의 위상이 상당히 떨어진 가운데 여러가지 흥미로운 움직임이 있기 때문이다. 과연 인텔은 각고의 노력끝에 다시 최강자가 될 수 있을까?

우선 데스크톱용 인텔 11세대 코어 프로세서(로켓레이크)가 지난 3월 말 출시됐다. 모바일 시대를 맞아 인텔이 주력해야 될 분야다. 그런데 이 제품이 조립PC 시장에서는 큰 반응을 얻지 못하는 중이다. 인텔은 최대 10% 이상 성능이 향상됐다고 말하지만 막상 실사용에서 성능 향상 폭이 크지 않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최대 코어 수가 전 세대 제품(코멧레이크) 대비 10개에서 8개로 줄어든 점이 회의적인 반응을 부채질하고 있다. 고급형 제품군에서는 지난 해 출시된 프로세서 판매가 늘어나는 현상까지 나온다. 그만큼 인텔의 신제품에 대해 회의적이란 의미다. 이번 데스크톱용 11세대 칩은 특히 주요 수요처인 게임에서 뚜렷한 성능 개선을 보여주지 못했다. 

더구나 반 년 정도 지나면 차세대 코어 프로세서인 엘더레이크(Alder Lake)가 출시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프로세서 소켓과 메모리 규격 전환을 앞두고 있는 점까지 겹쳤다. 인텔은 엘더레이크에서 프로세서 소켓은 LGA 1700으로, 메모리 규격은 DDR5로 전환할 예정이다.  교체수요가 부진할수 밖에 없다. 

[출처: VIDEOCARDZ.COM]


물론 인텔이 노력을 안하는 건 아니다. 4월 19일 업계에 따르면 인텔은 이미 22조 원 규모의 반도체 공장 건설 계획을 발표한 데 이어서 대만의 TSMC에서 올해 33조5,000억 원을 설비투자에 쏟겠다고 발표했다. 미세공정 기술에서 뒤진 것이 최근 부진한 원인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는 증거다. 특히 5나노 이하 첨단 공정 레이스에서는 한번 진입하면 매년 막대한 투자금을 쏟아부어야 하는데 여기에 참여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점은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당장은 인텔에게 호재보다는 악재가 많다. 4월 21일 애플은 자체개발한 M1 칩을 탑재한 아이맥 신제품을발표했다. 아이맥은 생산적 작업을 하는 전문 사용자가 주로 찾는 제품으로 그동안은 고성능을 요구 때문에 인텔칩을 탑재해 나왔던 라인업이다. 맥북에어, 맥북프로, 맥 미니 같은 모바일 기기가 아닌 데스크탑형 기기인 아이맥에서도 드디어 인텔칩이 퇴출됐다는 건 그만큼 주요 완제품 업체에게도 인텔칩이 외면받는다는 신호다.

직접적인 경쟁자인 AMD는 어떨까? AMD는 앞선 미세공정과 GPU기술을 최대한 활용한 아키텍처를 통해 꾸준히 성능적인 면에서 인정받고 있다. 최근 AMD의 모바일 및 데스크탑 APU들은 모두 베가 아키텍처를 쓰는데, 올 하반기에는 반 고흐 APU의 출시와 함께 모두 변경될 예정이다. 반 고흐는 매우 낮은 소모전력을 가진  TDP가 7나노미터(nm) 젠 2코어를 최대 4개까지 포함하며 RDNA 2 그래픽은 훨씬 더 우수한 가속성능을 제공할 예정이다. 

[출처: 인텔]


인텔이 다시 최강자가 되기 위해서 해야할 일은 간단하다. 우선 미세공정 기술에서 경쟁자를 따라잡아야 한다. 그래서 소모전력 대비 성능에서 자사 제품이 앞선다는 결과를 만들어내야 한다. 그 뒤에는 결과를 바탕으로 완제품 제조사의 신뢰를 다시 찾아야 한다. 이미 떠나간 애플은 돌아오기 어렵겠지만 아직 협력중인 주요 노트북, 데스크탑 제조사를 지키는 게 중요하다.

IT업계의 경쟁은 혹독하고, 교체는 매우 빠르다. 그렇지만 성능과 가격이란 결과만 만들어내면 얼마든지 돌아오는 것이 이 분야의 장점이다. 추격자의 위치가 된 인텔에게 필요한 건 열정이다. 뼈를 깎는 노력과 성의를 다해 좋은 제품을 만들어 내놓는다면 자연스럽게 예전의 위치를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