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잇섭 유튜브]


전기나 수도 같은 인프라 사업자에 대해 사용자가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갑자기 4배의 출력이 나오는 전기라든가 특정한 병을 고쳐주는 기능성 물이 나오는 그런 엄청난 혁신은 아닐 것이다. 기본적으로 이런 사업자에게 사용자가 바라는 것은 매우 단순하다. 계약 당시 정해진 품질로 끊기거나 하지 않고 안정적으로 공급해주는 일이다. 

얼핏 보면 쉽게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게 쉬운 건 아니다. 수백만, 수천만명이 사용하는 인프라는 그만큼 관리가 어렵기 때문이다. 백 명이 만족한다고 해도 열 명에게 불만이 생기면 무려 10퍼센트라는 불량률이 기록되는 셈이다. 무엇인가를 더 잘해서 점수를 따기보다는 약간이라도 실수하면 욕을 먹기 쉬운 분야라고 볼 수 있다.

며칠 전부터 KT 유선인터넷 속도가 뜨거운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난 4월 18일 IT 파워유튜버 잇섭(ITsub)은 지난 잇섭은 월 8만 8,000원의 10Gbps 인터넷 요금제를 사용중인데 속도를 측정해보니 100Mbps 속도가 나왔다고 불만을 호소한 영상을 공유했다. 

본인이 고객센터에 전화해서 항의하면 속도가 제대로 나오는 사태가 이사 전후로 2번 연속 반복됐다는 점이 문제였다. KT 인터넷 요금제는 2만 2,000원의 100Mbps 부터 3만 3,000원의 500Mbps, 1Gbps, 2.5Gbps, 5Gbps, 10Gbps 순으로 비싸고 빨라진다. 그런데 가장 비싼 요금제를 사용하는데 실제 속도가 속도제한에 의해 100Mbps 요금제와 같게 나온 것이다.

영상에서 잇섭은 고객센터에 항의를 하면 속도를 올려주고, 그렇지 않으면 낮은 속도를 제공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고객이 직접 속도를 측정하고 증명해야 조치를 해주는 데 고객에게 입증책임을 돌리는 것이 악의적이란 문제제기다.

4월 19일 KT는 유관부서 회의를 한 끝에 원인분석과 재발방지대책 마련 등을 위한 조치에 나섰다. 하지만 이 문제에 대해 구조적 문제도 아니고 대부분 이용자들에게 속도제한을 걸고 있는 것도 아니라고 부인했다. 그런데 실제로는 이런 의혹이 있는 케이스가 다른 이용자에게서도 종종 발생했었다. 이번 파워유튜버의 영상처럼 크게 주목받지 못했기에 조용히 넘어갔을 뿐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이번 KT 초고속인터넷 속도 저하 논란에 적극 대응하기로 했다. 실태조사를 거쳐서 개선할 부분을 도출해내겠다는 입장이다. 만일 KT 측에서 의도적으로 중대한 잘못을 했고, 이용약관과 다르게 서비스를 제공했다면 제재 절차도 진행될 예정이다.

결국 KT는 홈페이지에 임직원 일동 명의로 게시글을 올려 품질 저하에 대해 사과했다.10기가 인터넷 장비 증설과 교체 등 작업 중 고객 속도 정보 설정에 오류가 있다는 원인도 밝혔다. 10기가와 5기가 인터넷 고객을 조사한 결과 24명 고객 설정이 잘못된 것을 발견했다는 조사결과도 나왔다. 앞으로 오류를 자동으로 파악하는 시스템을 재점검하고 보완하겠다는 대책도 제시했다.

이런 전개만 보면 나름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여전히 의문은 남는다. 과연 KT가 이런 일을 이번에 처음 알았던 걸까? 그 전부터 계속 이런 일은 반복됐는데 이제 사태가 커지니 대책을 내놓은 것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이제까지는 왜 안 했던 걸까? 보장된 속도라는 사용자 권리를 빼앗으며 이익을 챙기다가 이제야 오류라고 발뺌하고 잘 하겠다고 한다면 그 진의를 의심할 수 밖에 없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앞으로 인터넷망 사용자의 속도 관련한 권리가 강화될까? 주요 사용자 커뮤니티에서는 이런 논란이 단지 KT의 문제만이 아니라는 점을 지적한다. 나머지 2개 통신사인 SKT, LGU+는 물론이고 케이블 인터넷 사업자 역시 마찬가지 행태라는 것이다. 국내 인터넷 사업자 모두가 사용자 권리에 그만큼 둔감했다. 그러니 이번 논란은 KT의 악재나 경쟁사의 호재로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국내 인터넷 사용자의 권리를 돌아보고 제대로 다시 구축할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