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삼성전자]



1980년부터 1990년대 후반까지는 일본 전자회사의 전성기였다. 워크맨으로 대표되는 일본산 전자제품은 전세계 사람에게 하나쯤 가지고 싶은 동경의 대상이었다. TV, 오디오, 게임기 등 각종 첨단제품에서 일본 전자회사는 제품 자체뿐만이 아니라 그 안에 들어가는 부품, 핵심기술, 소재까지 모두 확고한 자체 기술력의 우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이런 일본 전자회사도 2000년대 들어 IT기술의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위기를 맞았다. 특히 선두업체였던 소니는 주력제품인 TV를 둘러싸고 중요한 선택의 고비를 맞았다. 소니는 기존 기술인 브라운관 기술에서 최고수준인 트리니트론 방식까지 개발해 놓고 있었다. 또한 미래형 디스플레이인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에서도 앞선 기술력으로 소형 제품을 내놓을 정도였다.

다만 소니는 브라운관 다음 세대인 LCD 기술력에서 확고한 자신이 없었다. 이즈음 맹렬하게 추격해오는 한국 업체가 주력으로 삼은 LCD TV에서 경쟁하게 될 때 이전처럼 쉽게 우위를 차지하기 어려웠다. 그러자 소니는 나름 획기적인 결단을 내렸다. 기존 기술인 브라운관 기술로 최대한 버티면서 LCD를 건너뛰고 바로 OLED TV로 넘어간다는 전략이었다.

그러나 이 선택은 최대의 실책으로 돌아왔다. 브라운관 시장이 너무 빨리 사라져버리고, LCD TV는 매우 빠르게 저렴해지고 큰 화면으로 기술을 발전시키며 시장의 주력이 됐다. 게다가 기대했던 OLED는 대형화에 실패해 버렸다. 결국 소니는 대만, 그리고 경쟁사였던 삼성전자에게서 LCD디스플레이 부품을 수입해서 제품을 만드는 처지로 전락했다. 또한 OLED TV에서는 LG전자에게 디스플레이를 구매하고 있다.

지금 전세계 TV시장 점유율 1위인 삼성전자가 비슷한 고민에 빠져있다. OLED TV가 갈수록 프리미엄 시장에서 커져가고 있는데 자사에는 OLED 기술력이 없기 때문이다. 삼성의 퀀텀닷(QLED) 기술은 기본적으로 기존 LCD기술의 발전형일 뿐이다. 

지금 삼성전자는 차세대 디스플레이인 퀀텀닷 유기발광다이오드(QD-OLED) 도입을 서두르지 않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2021년 양산에 나서는 QD-OLED 패널을 적용한 TV 출시를 현시점에서 검토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삼성전자는 QLED TV 라인을 2021년에도 지속 판매하면서 프리미엄 제품군에 미니 LED TV를 추가할 예정이다. 미니 LED는 개당 100~300마이크로미터 크기인 작은 LED를 촘촘히 배치해 광원(백라이트)으로 사용한다. 화소 자체가 빛을 내면서 OLED와 같은 번인 현상이 없는 차세대 기술이지만 아직은 소형화가 어렵고 제조단가가 너무 비싸다. 삼성은 OLED를 건너뛰면서 마이크로 LED로 갈 계획으로 보인다. 아직은 이런 계획의 성패를 논하기 이르다. 하지만 한가지 분명한 점은 이것이 예전 소니가 했던 선택과도 비슷하며 실패할 경우 엄청난 댓가를 치르게 된다는 것이다. 

소니처럼 삼성이 주력으로 삼는 LCD 시장 자체가 빠르게 도태되면서 OLED로 전환되는데, 마이크로 LED TV의 생산단가가 제대로 내려가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TV시장에서 소니가 몰락하고 삼성이 점유율 1위를 차지했던 것과 같은 격변이 일어날 수 있다. 사용자 입장에서도 상당한 시간 동안 제품 구매등에 있어 혼란이 올 수 있다. 삼성전자의 이런 선택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게 될 지 우려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