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구글]



애플이 앱스토어를 열고 아이폰용 앱을 유통하기 시작했을 때, 모든 개발자는 그곳을 무한히 열린 기회의 땅으로 보았다. 플랫폼 소유자가 30퍼센트, 개발자가 70퍼센트의 매출액을 가져가는 규칙은 당시 기준으로 본다면 매우 합리적인 조건이었다. 다른 플랫폼 사업자의 유통력, 관리능력, 홍보효과가 기대에 못미쳤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곳에 후발주자로 경쟁하고자 뛰어든 구글은 구글플레이를 내놓으며 파격적인 조건을 내놓았다. 아예 개발자가 100퍼센트를 가지며 구글은 세금을 제외하면 한푼도 받지 않겠다는 선언이었다. 서버 관리비용조차 안나올 것 같은 이런 좋은 조건에 당연히 개발자들은 열광했다. 

물론 장기적으로 이것이 얼마나 지켜질 지에 대한 회의적인 시선도 있었지만 구글은 이후에도 10퍼센트 정도만 유지관리비 정도로 배분받았다. 일부에서는 '악마가 되지 말자'라는 사명이 있다는 이유로 구글의 이런 행보가 영원히 지속될 거란 낙관적인 관측도 있었다. 또한 이런 경쟁자 구글이 있었기에 애플도 나름 플랫폼 정책에서 유연한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몇 년 전부터 모바일 시장의 경쟁체제가 애플과 구글 두 승자만 남기고 끝났다. 좋은 면에서 통일성을 가진 플랫폼 시대가 열린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승자가 결정된 후 과연 사용자는 더 좋은 혜택을 보게 되었을까? 애플과 구글은 소위 '초심'을 잃지 않고 플랫폼을 누구에게나 공정하게 열고 있는가? 최근 터져나오는 뉴스를 보면 그렇지는 않다. 

지난 10월 6일 미국 하원 법사위 산하 반독점소위는 구글, 아마존, 애플, 페이스북이 독점적인 시장 지배력을 남용하고 있다는 보고서를 냈다. 이 보고서에는 구글이 스마트폰 제조사에 구글 검색과 구글 플레이스토어 등 특정 앱을 선탑재하며 검색 서비스 경쟁 앱은 선탑재와 설치를 불가능하도록 막는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것은 사용자의 선택을 아예 무시하고 거대 사업자끼리 사용자의 앱을 결정해 버리는 횡포에 가깝다. 

10월 23일 국내 국정감사 자리에서는 구글이 여기서 나아가 삼성·LG 등 제조사 및 통신사들과 검색 광고 수익을 공유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어느새 거대 구글이 독과점 플랫폼 사업자처럼 행동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구글코리아 자료에 따르면 게임 앱은 이통사들이 통신 과금 방식 결제 수단을 제공하는 대가로 구글플레이로부터 인앱결제 수수료의 최대 절반을 청구하고 있다.

현재 게임사들은 구글에 인앱결제 금액의 30퍼센트를 수수료로 내고 있다. 그런데 이 수수료를 구글이 챙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는데 최대 15퍼센트는 이동통신사에게 돌아간다는 것이다. 사실 초기에는 수수료를 전혀 받지 않겠다던 구글이 어느새 30퍼센트를 수수료로 받는 것도 착잡한 일이다. 그런데 그 수수료 배분을 가지고 사용자나 개발자가 모르게 거대 이통사와 나눠먹기를 하고 있다는 의미다. 

비단 이것은 구글의 문제만이 아니다. 최근 애플과 인앱결제 수수료를 둘러싸고 분쟁을 벌인 에픽게임즈의 게임앱이 곧바로 퇴출된 사건도 있었다. 플랫폼 사업자들이 초기에 보여주었던 성실하고 사용자의 혜택을 우선하는 자세는 어느새 사라지고 있다. 이제는 모든 정책은 단지 이익 극대화 관점에서만 작동하는 것이다.

한때 열린 플랫폼은 모든 혁신의 출발점이 될 거라 칭송받았다. 플랫폼 시대를 무작정 희망적으로 바라보던 시대는 저물어가는 것 같다. 이제는 어느새 독과점 업체처럼 되어 버린 애플, 구글, 아마존 등이 만든 플랫폼이 과연 어디에게 열려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사용자를 등지고 이익을 향해서만 열려있는 그런 플랫폼이 아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