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삼성전자]



모든 기업이 대체로 그렇지만 특히 ICT관련 기업은 고부가가치를 추구한다. 때문에 고가제품을 주력으로 해서 이익률을 높이려 한다. 고가제품을 사는 사람은 대부분 충분한 지불능력이 있는 사용자이고 작은 가격 차이라면 조금이라도 고급스럽고 성능이 높은 제품을 구입한다. 

때문에 업체 입장에서는 작은 성능 추가로도 더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반대로 중저가 제품 사용자는 성능 차이보다는 가격에 민감하기에 그 시장에서는 팔아도 이익을 적게 거둘 수 밖에 없다는 걸 의미한다. 그동안 삼성전자가 특히 국내에서 가성비 좋은 저가폰을 내지 않았던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소득이 부족한 나라가 아닌 선진국 시장에서 굳이 좋은 저가폰을 내서 고가폰 시장을 잠식하는 걸 원치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삼성이 얼마전 내놓은 저가폰인 갤럭시 A21s가 화제가 되고 있다. 이 스마트폰은 비록 LTE전용모델이지만 4800만화소 고해상도 메인 카메라를 비롯해 등 쿼드 카메라를 탑재했으며, 15와트(W) 고속 충전을 지원하는 5000mAh 대용량 배터리를 탑재했으며, 6.5인치 인피니티-O 디스플레이가 적용됐다.  또한 핵심 연산장치에는 삼성이 자체개발안 엑시노스 850을 최초로 탑재했다. 그럼에도 출고가는 29만 7000원이다. 성능에 비하면 매우 파격적인 가격이라 할 수 있다. 

이 제품 자체는 지난 5월에 이미 언론에 보도된 바 있다. 하지만 그때는 국내에는 출시되지 않을 해외 전용 제품이었다. 그러다 국내출시가 결정되어 나오게 된 것으로 보인다. 사용자에게는 바람직한 변화다. 하지만 이런 변화가 왜 이제야 국내에서 일어났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삼성이 국내 시장을 어떻게 보고 있는가에 대한 관점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첫째로는 글로벌 시장이 코로나19로 인해 침체되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후퇴가 일어나고 사람들의 구매력이 약해지자 고가폰 수요가 눈에 띄게 줄어드는 중이다. 애플은 아이폰SE2를 내놓으며 가성비 좋은 아이폰을 통해 이런 수요부진을 해소하려는 전략을 내놓았다. 애플을 추격하는 삼성 입장에서는 글로벌 전략에서 대응책을 내놓으려는 움직임으로 볼 수 있다.

두번째로 최근 삼성전자 독자칩인 엑시노스가 퀄컴 스냅드래곤에 비해 그래픽 가속 성능면에서 뒤쳐지게 되면서 고가폰에 넣을 수 없게 된 측면도 작용한다. 그래픽 가속능력은 고가폰에서는 매우 중요하지만 중저가폰에서는 상대적으로 덜 중요하기 때문이다. 수요를 만들어야 하는 엑시노스 칩 라인업이 새로운 저가폰을 선택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국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저가폰 전략 자체를 수정하려는 의도로도 해석가능하다. 그동안 국내시장은 삼성과 LG가 주로 고가폰을 맡고 팬택이 중저가폰을 맡았다. 그런데 팬택이 탈락하고 LG가 판매부진에 빠지면서 저가폰 자리에 중국산이 유입되는 등 격렬한 시장 재편이 일어나는 중이다. 여기에 애플이 아이폰SE2를 통해 중저가폰을 석권하게 되면 삼성전자의 입지가 매우 좁아지게 된다. 따라서 삼성전자는 국내시장을 지키기 위해 가성비 좋은 글로벌 시장용 저가폰을 국내 시장에도 내놓는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런 전략변화가 단기적인지, 아니면 장기적인 방향전환을 생각한 것인지 모른다는 점이다. 삼성전자의 전략이 대체로 애플 전략에 대한 대응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애플이 아이폰SE2를 내놓은 시점에서 이런 변화를 시도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애플이 고가폰 전략을 들고 나왔을 때 삼성이 바로 고가폰 전략을 따라했듯이, 이번에도 먼저 치고 나온 것이 아니라 뒤에 따라간 대응이다. 그렇다면 애플이 저가폰 전략을 그만둔다면 삼성 역시 그만둘 것이다. 국내 사용자를 진지하게 생각해서 마련한 정책이 아니라는 점에서 유감스러운 부분이다. 성능 좋은 저가폰이란 거의 모든 사용자가 원하는 부분이다. 삼성전자가 앞으로 국내 사용자를 위한 진지한 연구를 거쳐 제대로 혜택을 볼 수 있는 맞춤형 전략을 내놓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