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과기부]



요즘 대한민국에서 큰 화두 가운데 한가지는 사회의 각종 편법과 폐단을 없애는 일이다. 그 가운데는 종래에는 그저 당연하다고 간주했거나 어쩔 수 없다고 체념하던 일도 많다. 

지금은 신속하고 정확하다고 유명한 한국 관공서의 행정처리도 마찬가지다. 예전에는 높은 사람이 시찰하면 열심히 일하던 척하다가 시찰이 끝나면 바로 늑장 처리로 돌아가던 일이 자주 벌어졌다. 그렇지만 이제 더는 그렇지 않다. 우리 사회가 민주화되고 시민의식이 개선되며 각종 처우가 좋아진 탓이다. 이렇듯 '원칙을 지키고 당장 이익이 되더라도 편법을 쓰지 않게 되면' 우리 모두가 그 혜택을 보게 된다.

그런데 아직도 과거의 좋지 않은 편법 답습하는 영역도 있다. 오히려 최첨단 통신기술인 5G를 다루는 국내 이동통신사의 일 처리 방식이 바로 그렇다. 갓 등장할 때만 해도 당장 엄청난 속도향상과 끊김없는 연결, 미래세상의로의 도약을 약속했던 5G는 지금 사용자에게 어떤 모습일까? 그저 돈만 더 내라고 하고 서비스 향상은 뒷전인 그런 구시대적 서비스로 비쳐지는 건 아닐까?

며칠 전 언론보도에서는 서울 지하철 내부에서 5G 망에 대한 취재 내용이 방영됐다. 이 서비스를 구축하는 행사에는 주무 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차관이 참석했고 이 자리에서는 데이터 전송을 직접 시연했다. 이 때는 
영화 한 편을 10초만에 받을 수 있는 1.35Gbps 속도가 나왔다. 같은 장소에서 측정한 LTE 속도보다 3배 가까이 빠른 결과다. 좋은 시연결과를 보여주며 차관은 국민들이 지하철 안에서 5G를 이용하시고 체감하실 수 있도록 빨리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런데 이 행사가 끝난 뒤 다시 찾아간 기자가 다시 측정한 속도는 달랐다. 지하철 승강장에서부터 몇 시간 전 시연 속도의 3분의 2도 안 되고 역에서 100미터 정도 멀어지자 LTE급인 속도 이하로 떨어지는 등 속도가 들쑥날쑥했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아예 5G신호가 잡히지 않았다. 이건 전형적인 구시대적인 '보여주기 시연회'였다.

기술적인 면으로 보면 이유는 쉽게 찾아낼 수 있다. 이 날 시연회를 위해 그 시간 그 장소에 있는 중계기의 접속자를 최대한 제한하면 그렇게 좋은 속도를 쉽게 낼 수 있다. 무선 중계기는 결국 한정된 속도를 나눠쓰기에 접속자가 많으면 느려진다. 또한 중계기를 촘촘하게 설치하지 않아도 잡기 쉬운 장소에서만 시연하면 신호도 잘 잡힌다. 그러나 시연이 아닌 일반 사용자는 '당연하게도' 시연에서 차관이 누릴 수 있었던 쾌적함을 맛볼 수 없는 것이다.

단지 시연회니까 어쩔 수 없다거나 차관이 참석한 행사때 성능을 일반인인 우리가 기대하는 건 무리라며 체념하는 것이 정상일까? 예전에는 그랬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건 분명히 제대로 된 서비스가 아니다. 5G사용자는 매달 비싼 요금을 내고 있다. 한층 높아진 속도와 좋은 연결을 기대할 권리가 있다. 이통사는 그럴 능력이 있다는 걸 보여주었고 차관은 시연회에서 그런 서비스를 약속했다. 그것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시연회를 통해 이통사와 정부가 함께 사용자를 속인 것이나 다름없다.

5G를 앞세운 미래세상이란 단지 인터넷 연결만 빨라지는 세상이 아니다. 사용자가 이통사 서비스를 믿고 정부를 신뢰할 수 있는 그런 세상이어야 하지 않을까? 우리는 시연 때만 잘 터지는 5G가 아니라 모든 사용자가 느낄 수 있는 5G 서비스를 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