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카카오톡


대부분 기업들은 사용자에게 '당신의 만족이 바로 우리의 이익입니다'라고 홍보한다. 넓은 의미에서는 맞는 말이다. 그렇지만 단기적으로는 오히려 반대의 경우가 많다. 사용자의 불만족이나 손해가 오히려 기업의 이익이 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2010년 애플은 모바일 메신저인 아이메시지를 공개했다. 아이메시지는 아이폰 사용자끼리 무료로 메시지를 무한정 주고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문자는 물론이고 사진, 동영상을 주고받는 것도 가능하다. 카카오톡과 같은 인터넷 메신저 시장을 연 것이다.

그러자 통신업계는 이런 애플의 혁신 서비스를 반갑게 여겼을까? 아니다. 당시에는 단문메시지(SMS) 사용료가 건당 20원 이었는데 따라서 망 부하도 별로 안들고 쉽게 버는 수익 감소에 초비상이 걸렸다. 그때 현재 가입자 1500만명인 카카오톡의 경우 하루 오가는 문자 메시지 수가 4억건이다. 이걸 이통사들은 건당 20원으로만 따져 한달이면 2400억원에 이르는 통신사 매출이 줄어드는 것으로 인식했다. 그것도 처음에는 건당 30원이었다가 메신저 서비스 때문에 내린 결과였다.

하지만 통신업계는 불만을 토로할 뿐 별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다. 일년 뒤에 이통 3사가 합동으로 조인이라는 통합 메시지 서비스를 냈다. 그런데 처음 몇개월만 무료일 뿐 나머지는 유료서비스였다. 무료 메신저가 대중화되는 상황에서 사용자의 이익에 정면으로 반하는 서비스였다. 결국 이 서비스는 조용히 사라졌고 국내는 카카오톡의 시대를 맞이했다.

보이스톡으로 대표되는 데이터 이용 음성통화서비스가 보편화될 때도 마찬가지였다. 이통사는 처음에 이것을 법적으로 금지하려고 했다. 하지만 여의치 않자 패킷을 조사해서  음성통화가 의심되면 데이터를 불안정하게 해서 안정적인 통화를 방해하거나 끊어지게 만드는 기술적 방법을 썼다. 근래까지 이 방법은 그대로 적용됐다.

5월 24일, KT는 모바일인터넷전화(mVoIP) 사용 제한을 전면 해제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KT 중저가요금제 가입자도 요금제 데이터 한도에서 보이스톡, 페이스톡, 페이스타임 등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게 됐다는 의미다. 관련 서비스가 나온 지 매우 오래됐음에도 이제야 해제한 사실이 오히려 놀랍다. 게다가 나머지 경쟁사는 일부 고가 요금제에만 mVoIP 사용을 제한하지 않고 있다. 사용자의 불이익을 이제까지 유지하면서 각 사의 수익모델을 지켜온 셈이다.

사실 국내 이통사에게 이제 음성통화는 더이상 중요한 수익원도 아니다. 이미 모든 이통사는 데이터용량을 기준으로 한 데이터 요금제로 핵심적 수익을 올리고 있다. 음성통화, 문자 무제한 요금제도 저렴하게 많다. 그럼에도 여전히 mVoIP를 규제하고 있는 사실 자체가 놀랍다. 

차라리 광고를 탑재한 무료 플랫폼을 만들거나 자사 플랫폼 서비스 강화 같은 곳에 쓰면 훨씬 나을 텐데도 여전히 그런 발상은 하지 않는다. 사용자에게 이익이 되는 새로운 혁신 서비스가 나오면 이통사는 기존 서비스를 개량하거나 변화시키려 하지 않는다. 그저 어떻게든 새 서비스를 지연시켜 걷을 수 있는 데까지 돈을 걷고 마지못해 혁신 서비스를 무료화시켜 받아들일 뿐이다. 아이메시지, 카카오톡, 보이스톡, 페이스타임 등 모든 서비스에서 한결같다. 

현재 미국 버라이즌, AT&T, 보다폰 같은 글로벌 이통사는 주요 요금제 이용약관에서 mVoIP 사용을 제한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사용자에게 당장 얻을 수 있는 약간의 수익보다는 혁신 서비스를 이용하게 해서 만족시키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낡은 서비스를 계속 유지하겠다는 발상을 버리고 다가올 새로운 서비스를 향해 적극적으로 먼저 뛰어들어야 더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다. 설령 그런 플랫폼 싸움에서 이기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사용자의 만족이라는 중요한 이익도 얻을 수 있다. 

5G시대가 왔다. 앞으로도 계속 이동통신망에서 혁신 서비스가 생겨날 것이다. 이통사는 낡은 발상으로 그걸 막으며 결국 없어질 이익만 지키는 존재로 사용자에게 인식되길 원하는가? 한국이 5G를 선도하기 위해서는 갈 길이 멀다. 국내 이통사들이여, 낡은 발상을 버려야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