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ICT업계에서는 한때 한국 경제를 두고 이야기하던 '샌드위치론'이 다시 연출되는 모양새다. 스마트폰 시장을 보자. 저가 시장에서는 중국제품이 무서운 속도로 추격해 오는 중이다. 고가 시장은 아이폰을 앞세운 애플이 장악한 수요층이 두텁다. 그 사이에서 삼성 갤럭시 시리즈가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다. 

 

[출처] 삼성전자


이런 가운데 한국 ICT제품의 경쟁력을 유지해줄 분야로 '접는' 화면이 각광받고 있다. 기술적인 우위를 앞세워 타사가 만들 수 없는 제품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스마트폰에서는 삼성 갤럭시 폴드가 인기를 끌고 있다. 안쪽으로 화면을 둘로 접을 수 있는 인폴딩 방식을 채택한 이 제품은 국내외에서 예약물량이 빠르게 완판되고 있다. 영국·프랑스·독일·싱가포르에서는 반나절도 채 안 돼 판매 완료됐다. 

일부 오프라인 매장 앞에서는 출시일 새벽부터 갤럭시 폴드를 구매하기 위한 대기줄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인도에서는 사전 예약 30분 만에 완판을 기록했다. 갤럭시 폴드의 해외 출고가는 환율 등 영향으로 국내가격보다 높게 책정됐음에도 인기리에 매진된 것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갤럭시 폴드용 폴더블 패널 생산량을 늘리기로 내부 목표를 세우고 추가 생산에 들어갔다. 

TV 디스플레이 시장에서는 중국산의 공세에 밀려 국내 디스플레이 회사들이 액정디스플레이(LCD)시장에서 큰 적자를 보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올해 3분기에 시장기대치를 하회한 4천367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실적부진 이유는 주요 분야인 LCD 부문에서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10.5세대 공장을 추가로 준공하면서 LCD 시장이 공급 과잉에 빠졌기 때문이다. 

LG디스플레이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기술을 해법으로 제시하고 있다. LCD 공장의 가동률을 낮추면서 최근 설립한 광저우 OLED 공장의 생산을 끌어올려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화질이 매우 우수한 대화면 OLED는 LG디스플레이가 거의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 한국전자전에서 눈길을 끈 LG제품은 롤러블 TV였다. 부스 입구에 마련된 3대의 롤러블 TV는 화면 그 자체를 본체 안으로 돌돌 말아 집어넣었다가 천천히 다시 펼졌다. 화면이 유연하게 말리면서도 아무런 흔적도 남지 않았고 화질 역시 매우 선명했다. 이렇게 '접는' TV는 국내 업체의 기술력에서 구현 가능한 것으로 앞으로 TV분야에서도 큰 경쟁력을 가져다 줄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폰 같은 휴대기기에서 접는 화면은 부피를 줄여 휴대하면서 필요할 때만 대화면을 구현한다는 점에서 획기적이다. 애플처럼 부품을 외부에 의존하는 업체가 쉽게 따라올 수 없는 근본적인 하드웨어 경쟁력이다. TV나 모니터에서도 접는 화면은 벽이나 천정 등에 화면을 밀어넣어 집 안 인테리어를 보다 미려하게 꾸밀 수 있기에 각광받는다. 디스플레이 소재부터 전자부품까지 전부 계열사에서 조달할 수 있는 LG전자의 장점이 극대화될 수 있다.

이렇듯 미래 한국 IT제품의 경쟁력은 접는 제품에 있다. 독자적인 운영체제와 소프트웨어로 승부하는 애플에 대해 삼성전자가 내세울 수 있는 것은 독자적인 하드웨어 경쟁력이기 때문이다. 또한 저가로 밀고 들어오는 중국 업체에 대해 LG전자가 내세울 수 있는 것도 소재부품부터 뒷받침되는 하드웨어 경쟁력이다. 재미있는 공통점은 둘다 접는 화면이라는 점이다. 접어야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