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표준은 어떻게 활용해야 좋은 것일까?


마이크로소프트(MS)의 윈도우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마다 나는 위와 같은 고민을 한다. 얼핏 보면 내가 쓰는 글에서 MS가 칭찬받는 경우는 별로 없다. 그래서 윈도와 MS를 싫어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렇지 않다. 이미 시장에서 완벽한 승자가 된 기업이기에 그만큼 어려운 것을 원하기 때문이다. 



윈도8.1


MS는 그동안 스스로가 가진 장점을 잘 활용해왔다. MS는 마치 오피스 시리즈처럼 꾸준하고 성실하다. 천재적이지는 못해도 경쟁자가 가진 장점을 뒤늦게라도 받아들이고 나름대로 발전시킨다. 호환성을 잘 지켜주며, 표준기술을 지원하는 것에도 적극적이다. 이것은 혁신이 필요한 시장에서는 아쉬울 지 몰라도 성숙기에 접어든 시장에서 산업표준 기술을 가진 승자에게는 꼭 있어야 할 덕목이다.


MS가 논란이 되던 윈도8의 새로운 업그레이드 버전인 윈도8.1을 내놓았다. 보통 X.1 은 그리 대단한 변화가 있는 제품이 아니었다. 중요하고 결정적인 변화는 윈도 시리즈에서 주로 서비스팩이란 이름으로 내놓았는데 이번은 혁신적 변화를 담고 있음에도 그렇게 이름 붙여 내놓았다. 관련 기사를 보자(출처)



윈도8.1


MS는 26일(현지시간)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최한 개발자회의인 '빌드(Build) 2013' 행사에서 작년 가을에 출시해 부진한 실적을 보였던 '윈도8'의 첫 업그레이드 버전인 '윈도8.1'을 새롭게 선보였다.


코드네임 '윈도 블루'로 불렸던 이번 업그레이드 버전은 '윈도8'의 첫 버전에서 유저들로부터 혹평을 받았던 부분들을 대폭 손질한 것이 특징으로 꼽힌다.


무엇보다 기존 '윈도7'에서 사용자에 익숙했던 시작버튼의 기능들을 '윈도8.1'에서 부활시켰다. 시작 버튼은 사용자들이 원하는 업무로 빠르고 쉽게 이동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했다. 또 초기화면에 시작 버튼을 포함해 사용자가 직접 부팅 형태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MS는 당초 '윈도8'을 출시하면서 개인용 컴퓨터(PC) 시장은 물론이고 모바일 시장을 겨냥해 역대 윈도에서 가장 중요한 기능을 담당해왔던 시작 메뉴를 없애는 대신 터치스크린으로 작동하는 형형색색의 타일 모양인 '메트로 유저인터페이스(UI)'라 불리는 인터페이스를 탑재한 바 있다. 그러나 이는 데스크탑 모드에서는 사용하기 불편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 때문에 유저들 사이에서는 '윈도8'에서 시작버튼을 사용할 수 있는 별도의 애플리케이션까지 등장해 150만명 이상이 이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로드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윈도8.1'을 소개한 스티브 발머 MS사 최고경영자(CEO)는 이를 "전통적인 데스크탑에서의 윈도 경험과 새로운 윈도8의 경험을 합쳐놓고 세련된 혼합"이라고 묘사했다. 또 "윈도8에 대한 초기 반응도 강한 편이었지만, 태블릿 시장에서의 더 강한 모멘텀을 얻기 위해서는 운영체제(OS)에 일부 변화가 필요하다고 봤다"고 덧붙였다.


다만 MS측은 이번 '윈도8.1' 버전이 언제 출시되는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현지 전문가들은 연말쯤 출시를 예상하고 있다.



윈도8.1


윈도8.1 의 시작버튼 부활은 가장 큰 화제이다. 어떻게 보면 강제로 윈도 사용자들을 태블릿 모드로 이끌려고 했던 과감한 시도였지만 결국  사용자들의 거부와 반발로 인해 제자리로 돌아왔다. 윈도8.1은 다시 데스크탑과 태블릿의 양쪽 모드가 어색하게 붙어있는 형태가 되었다. 


어째서일까? 우리는 애플이 무엇인가를 없애거나 변화시키면 혁신이라고 받아들인다. 예를 들어 애플이 아이폰에서 물리적 홈버튼을 없앤다는 루머가 있으면 반발하는 소비자보다는 '그러면 분명 무엇인가 더 흥미있는 요소가 있을거야.' 라고 기대하는 사람이 많다. 그런데 유독 MS가 무엇인가를 없앤다든가 크게 변화시킨다고 하면 '말도 안돼!' 라든가 '불편해서 그럼 어떻게 써?' 라고 말한다.



윈도8.1


윈도8.1, 마이크로소프트에게 기대하는 것은?


이런 차이는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누군가는 두 회사가 걸어온 혁신의 실적을 들며 이야기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MS가 이미 검증된 방식의 변화를 시도할 때조차도 반발은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윈도우의 스크롤 방향이 갑자기 선택의 여지없이 애플 맥의 '자연스러운 스크롤' 방식으로 변화된다고 하면 그것도 반발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마이크로소프트 윈도가 이미 시장에서 산업표준이라는 점이다. 표준은 쉽게 변하면 안된다. 그것을 이용해서 지속적으로 이윤을 창출하는 사람과 호환성을 유지하는 기업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 대가로 산업표준을 이용하는 기업은 갑자기 혁신적인 솔루션이 나온다고 해도 쉽게 제품이나 서비스를 바꾸지 않는다. 편리함보다는 신뢰성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윈도8.1


윈도 8.1을 보면서 산업표준을 쥐고 있는 MS에게 우리가 기대하는 것은 따로 있다는 것을 느꼈다. 우리는 MS에게 너무 뒤지지 않을 정도의 변화와 발전을 바란다. 갑자기 엄청나게 화려하고 격렬한 변화를 원하지 않는다. 윈도는 전세계 90퍼센트를 점유한 엄청난 독과점 운영체제이다. 


윈도는 안정적이어야 하고 호환성을 유지해야 한다. 급작스러운 변화로 사용자들의 조작성을 떨어뜨려서는 안된다. 바로 이것이 우리가 기대하는 것이며 윈도8을 둘러싼 논란의 시작점이다. 윈도 8.1의 변화는 그런 점을 확인시켜준 결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