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의 혁신이란 무엇일까?
때로는 혼자서 아무리 오래 생각해도 떠오르지 않던 것이 누군가와 이야기하는 도중에 섬광처럼 스쳐갈 수 있다. 아이디어라든가 글의 소재같은 것은 특히 그런 경향이 있다.
어제 주간경향 기자와 한시간 정도를 전화로 인터뷰했다.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이제 한국에 출시한 서피스에 대한 이야기였다. 솔직히 서피스의 한국 출시는 너무 늦었다. 8개월이나 지난 지금은 오히려 올해 4분기에 나올 서피스 미니에 대한 이야기가 화제일 정도이다. 일부에서는 재고처리가 아니냐는 비아냥까지 있다. 때문에 한국출시의 의미를 끄집어내서 말하는 게 어려울 정도이다.
그러던 가운데 기자에게서 색다른 질문이 나왔다. 앞으로 마이크로소프트가 어떤 혁신제품을 내놓을 수 있을 것인가? 라는 것이었다. 이 부분은 새로 나온 윈도우 8.1 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나온 부분인데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질문이었다.
우선 질문의 출발점을 짚어보자. 새로 나온 윈도우 8.1 은 본래라면 서비스팩이나 새로운 버전으로 나와야 할 정도의 변화를 가지고 있다. 그렇지만 업데이트 패치 방식으로 나왔다. 여기서는 시작버튼의 부활등 많은 변경이 이뤄졌다. (출처)
마이크로소프트(MS)는 지난해 10월 선보인 데스크톱과 모바일 겸용으로 터치 기능을 가진 운영체제(OS) '윈도8'에서 사라졌던 '시작 버튼' 기능을 되살린 '윈도8.1' 미리보기(프리뷰)를 공개했다고 미국 언론들이 27일 전했다.
MS는 윈도8 출시 후 데스크톱 고객들이 가장 많이 불편한 부분으로 제기했던 '시작버튼'을 원래 있던 자리인 하단 작업표시줄에 되살렸다. 또 데스크톱 이용자들을 위해 타일모양의 앱 배치에서 기존의 작은 타일모양으로도 시작화면을 만들 수 있도록 했다.
업계와 미국 언론은 '시작 버튼'은 윈도7의 '시작버튼' 기능을 다시 가져왔지만 윈도8부터 선보인 새로운 '사용자 인터페이스(UI)'의 디자인과 느낌은 그대로 유지했다고 평가했다.
윈도 8.1은 화면에 동시에 여러 가지 작업을 하는 '스냅 뷰'(Snap view) 기능을 강화한 점도 눈에 띈다. 윈도 8.1은 최대 8개의 앱을 한꺼번에 띄어놓고 작업을 할 수 있다. 기존 윈도8에서는 2개 앱만 동시작업이 가능했다. 하지만 서피스와 같은 작은 모바일 기기에서는 여전히 2개의 앱만 동시 작업이 가능하다.
이와 함께 이용자 편의성도 높였다. 예를 들어 이메일을 확인하다 그곳에 있는 링크를 클릭하면 기존 OS에서는 이메일 앱에서 빠져나와 링크한 브라우저로 넘어갔지만 윈도8.1에서는 화면이 자동적으로 두개로 쪼개지면서 이메일과 링크 브라우저를 동시에 볼 수 있게 해준다.
현지 언론들은 이번에 공개한 프리뷰는 개발자용이며, 일반인들을 위한 최종 버전은 올해 연말께 나올 예정이다. 따라서 최종 버전에서는 프리뷰에서 보여줬던 기능 일부가 추가로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상당한 기능 강화가 있었는데 언론이 가장 화제로 삼은 것은 시작버튼의 부활이었다. 이 부분은 분명 MS의 실수다. 시작버튼을 없앤 의도가 나쁜 게 아니고 그만큼 오랫동안 사용해서 익숙해진 사용자를 전부 무시했다는 게 문제였다.
애플도 맥의 스크롤 방식을 아이패드의 터치스크린 스크롤 방식과 일치시키기 위해 방향을 거꾸로 하는 일명 '자연스러운 스크롤' 방식으로 바꾸었다. 하지만 예전 방식도 환경설정에서 설정하면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마찬가지로 MS도 시작버튼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했다. 그런 면에서 시작버튼의 부활은 선택권을 주지 않은 실패를 인정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혁신이란 무엇일까?
사실 이번 8.1에서 주목할 점은 오히려 윈도우가 드디어 고해상도 모드를 지원한다는 것이다. 윈도우 8 에는 빠져있얶던 High-PPI 지원(일명 레티나 모드)이 윈도우 8.1에 추가되었다. 다만 고해상도 모드에 대응하지 않은 대부분의 서드파티 프로그램들의 경우 레이아웃이 깨지거나, 아이콘이 이상하게 보이는 증상이 여전하다. 이 부분은 레티나 맥도 겪는 일로서 이제부터 개발자들이 지원해야 할 부분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혁신제품이란 엄밀히 말하면 빌게이츠가 최초에 개발한 베이식 언어 정도가 해당된다. 기존에 없던 것을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MS DOS는 다른 업체 것을 사온 것이었으며, 윈도우는 맥의 운영체제를 흉내낸 것이다. 엑스박스 같은 게임기도 비슷하다.
하지만 MS만의 혁신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 분명히 있다. 그것은 특정 제품이 아니라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분리' 라는 개념이다. 예를 들어 앞으로 애플이 스마트워치를 내놓는다면 분명 하드웨어에 운영체제를 묶어서 일체형으로 만들 것이다. 특정 하드웨어에 운영체제가 단단히 결합된 그런 제품 말이다. 그러면 다른 업체도 애플의 방식처럼 통합된 스마트워치를 내놓을 것이다.
하지만 이때 MS는 스마트워치의 운영체제만을 만들 것이다. 그리고는 그 운영체제를 쓸 수 있는 하드웨어의 가이드라인을 내놓고 공개한다. 지금의 노트북처럼 전세계 어떤 업체가 만들든 사양만 맞으면 MS의 스마트워치 운영체제를 깔기만 하면 똑같은 기능을 구현할 수 있는 것이다. 위의 레티나 모드 역시 MS가 구입하는 디스플레이에서만 가능한 것이 아니란 점을 유의하자.
이렇듯 마이크로소프트의 혁신이란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분리하고는 전세계에 대중화 시킨다는 것에서 찾을 수 있다. 애플이 상위 10퍼센트 시장을 목표로 할 때 , MS는 나머지 90퍼센트의 시장에 대고 저렴한 가격에 비슷한 기술을 쓸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나는 그것 역시 혁신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마이크로소프트의 혁신은 보다 쓸만한 기능을 제공한다면 시장에서 충분한 의미를 가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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