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가 바뀔 때, 몇 가지 상징적인 사건이 생긴다. 그것은 조짐이라고 봐도 좋고 증상이라고 생각해도 무방하다. 마치 우리 몸이 아프려고 할 때 먼저 기침이 나거나 오한을 느끼는 것과도 비슷하다. 급격한 기술발달과 혁신이 오기 전에도 그 앞에 상징적 사건이 생기기 마련이다. 시대를 읽는 사람들은 그런 사건을 보고 미래를 예측한다.



팟캐스트


미래의 미디어가 어떤 식으로 변해갈 지에 대해 누구도 완벽한 모습을 알 수 없다. 하지만 반대로 누구라도 현재의 사건을 보면서 조금씩 미래의 미디어가 어떤 모양을 하게 될 것인지 추측해볼 수 있다.


애플의 방송 서비스 팟캐스트가 10억 다운로드를 넘었다. 전세계 인구를 생각해 볼 때 놀라운 숫자라고 볼 수 있다. 개인영역의 방송서비스가 이 정도로 호응을 얻을 것이라고는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래서 이런 팟캐스트의 의미에 대해서 채널IT와 인터뷰를 했다. 우선 그 내용을 일부 소개한다. 



팟캐스트


표철민 : 팟캐스트를 듣는 사람이 10억명이 넘었다는데요? 먼저 팟캐스트가 어떤 서비스인가요? 


안병도 : 팟캐스트는 애플이 만든 일종의 방송서비스입니다.  제공자가 인터넷에 올린 음성과 영상 등 미디어 파일을 시청자가 볼 수 있게 합니다. 특징은 구독 형식을 통해 새로운 내용이 올라올 때마다  자동으로 방송을 전달하는 방법에 있습니다.


한국에서 팟캐스트가 알려지게 된 결정적 계기는 나는 꼼수다 라는 정치풍자방송이었습니다. 한때 팟캐스트 순위 2위까지 했었지요.


팟캐스트 구독자는 10억명이 넘었습니다. 현재 155개국에서 100개 이상의 언어로 25만개의 방송이 날마다 방송되고 있습니다. 주로 음성 콘텐츠지만 최근에는 영상콘텐츠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등록된 콘텐츠는 800만건이 넘습니다.


표철민 : 그렇군요~ 10억 명이면 정말 엄청난 숫자잖아요. 왜 이렇게 사람들이 많이 든는 건가요? 


안병도 : 마치 라디오처럼 하나의 프로그램으로 묶여서 제공되는 점 때문입니다. 구독신청을 하면 자동으로 새로운 콘텐츠를 업데이트해주며 복잡한 조작 없이 원하는 방송을 들을 수 있는데요. 라디오처럼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다운로드해서 저장해두었다가 재생할 수 있는 점 등이 구독자에게 매력적입니다.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개방성도 인기비결입니다. 다양한 제공자에게서 나오는 풍부한 콘텐츠가 위에서 나오는 편리한 구독시스템과 묶여서 만족감 높은 무료서비스가 되었습니다. 


표철민 : 그런데. 팟캐스트가 애플의 서비스라구요? 애플의 서비스라는 걸 모르는 분도 많았을 것 같은데. 팟캐스트를 애플에서 어떻게 성공시켰는지? 


안병도 : 네. 팟캐스트라는 이름 자체가 아이팟과 브로드캐스트가 합쳐진 단어인데요. 플랫폼을 가리지 않고 지원하는 개방성과 무료 콘텐츠만 있어서 결제 관련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단순함 때문에 폭발적인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표철민 : 팟캐스트 10억명 돌파가 주는 의미... 앞으로의 전망에 대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안병도 : 팟캐스트는 거대자본이 들고 조직과 장비가 있어야 하는 매스미디어가 아닙니다. 개인이 간단히 만들고 인터넷으로 유통되는 소셜미디어입니다. 


페이스북의 성공처럼 소셜미디어 팟캐스트의 이런 엄청난 성공은 앞으로의 미디어 발전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입니다. 아마도 이런 개방성을 기반으로 보다 다양하고 스마트한 기능의 미디어 서비스가 생겨날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팟캐스트


단순히 팟캐스트가 무료이기에 성공한 것은 아니다. 아이팟의 인기에 힘입은 것이긴 해도 팟캐스트의 성공비결은 다른 곳에 있다. 요약하자면 단 두가지 요소이다.


1. 생산자의 쉽고 자유로운 방송만들기.

2. 소비자의 단순하고 쉬운 방송듣기.


애플은 단지 이런 시스템을 만들면서 슬쩍 자기 플랫폼인 아이튠스를 끼워넣었을 뿐이다. 개인방송에 대한 욕구는 이전부터 충분히 있어왔다. 하지만 편리하게 기술적 지원을 해주는 사업자가 없다가 애플이 그 역할을 하면서 탄력을 받은 것이라 할 수 있다.


팟캐스트로 보는 소셜미디어의 가능성은?



팟캐스트


중요한 것은 이런 변화가 주는 의미이다. 기존의 매스미디어로서는 팟캐스트 같은 소셜미디어의 이런 폭발적 성장에 두려움을 느낄 수도 있다. 어쩌면 미디어 산업 전체에 위기가 오는 것이 아닌가? 라고 생각할 수 도 있다. 분명 개방성에 근거한 소셜미디어는 기존의 매스미디어가 채워주지 못하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스마트폰 시대를 맞아 지금 앱스토어 등에는 편리하고 다양한 0.99달러짜리 앱과 무료 앱이 넘치고 있다. 옛날 디스크에 담겨 훨씬 비싸게 팔리던 소프트웨어 패키지 개념에 비춰보자면 대형 소프트웨어 제작사들은 위기감을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둘 사이의 영역은 크게 다르다. 대형 소프트웨어 제작사들에게 없는 순발력과 재치가 담긴 소규모 제작사의 장점이 발휘된 것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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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찬가지로 매스미디어와 소셜 미디어의 영역은 분명하게 다르다. 팟캐스트를 통해 보는 소셜 미디어의 가능성은 이렇듯 앱시장과도 같다. 앱은 보다 우리를 풍요롭게 해주지만 그것이 어도비의 포토샵이나 MS 오피스를 완전히 대신할 수는 없다. 시장을 나눠가지게 될 뿐이다. 다만 비싼 소프트웨어 제작사들은 전문적 영역에서 그만큼의 품질을 요구받게 될 것이다. 개인의 다양한 개성과 취향을 반영하는 방송은 더욱 발전할 것이다. 


소셜미디어는 맞춤옷처럼 선호받을 것이지만 기성복을 완전히 대신할 수는 없다. 다만 매스미디어는 소셜미디어가 할 수 없는 영역을 찾아 중점적으로 발달해야 할 것이다. 얼마전 워싱턴포스트가 아마존에게 인수되었다. 팟캐스트의 성공과 맞물린 미래의 조짐이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