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갤럭시S4 발표, 어떤 의미를 남겼을까?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혁신이라는 말을 너무도 쉽게 쓰게 되었다. 실제로 그 단어에 담긴 의미가 얼마나 무거운 것인지는 생각해보지 못한채로 말이다. 비유하자면 만일 우리가 초등학교 반장선거나 단순한 권력교체, 조직개편에 일일히 혁명이라는 단어를 쓴다면? 그것이 얼마나 우습겠는가? XX초등학교 반장선거! 혁명은 있을 것인가? OO기업 조직개편, 혁명은 없었다. 이런 식의 기사는 뭔가 개그프로그램 소재로 쓰면 딱 좋을 것 같은 느낌이다.
삼성의 새로운 차세대 스마트폰 갤럭시S4가 발표되었다. 현재 안드로이드 진영의 리더이자 애플 아이폰에 경쟁하는 실질적 라이벌로서 그 의미는 매우 크다. 미국에서 최초 발표된 이 갤럭시S4에 과연 어떤 혁신이 있는가, 혹은 혁신이 있는 건 맞는가를 두고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일단 발표된 갤럭시S4의 부품별 성능을 소개한다. (출처)
삼성전자는 새로운 플래그십 모델 갤럭시S4에 훨씬 진화된 반도체·디스플레이·센서 등 부품·소재들을 장착했다.
스마트폰의 두뇌로 불리는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는 국가별로 1.6GHz 옥타코어 엑시노스5와 1.9GHz 쿼드코어 스냅드래곤600 두 가지를 채택했다.
엑시노스5에는 이종 코어 설계 기술인 `빅리틀`을 처음 썼다. 저전력이 장점인 ARM 코어텍스 A7과 고속 프로세싱이 가능한 ARM 코어텍스 A15를 원칩으로 구현하는 방식이다. 전화·문자 등 단순 작업을 소비전력이 낮은 A7이, 동영상·게임 등 고속 프로세싱 작업을 A15가 처리하는 원리다. 그래픽 성능은 기존 엑시노스보다 2배 이상 뛰어나다.
디스플레이는 5인치 풀HD 능동형(AM)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장착했다. 갤럭시S4의 디스플레이 해상도는 441ppi(인치당 픽셀수)로 현존 스마트폰 중 최고 수준이다.
카메라모듈은 전면 200만 화소, 후면 1300만 화소를 썼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갤럭시S3 2100㎃h보다 20% 이상 늘어난 2600㎃h을 채택했다.
사물과 접촉하지 않아도 사물·장소·시간 등을 인식할 수 있는 근거리무선통신(NFC) 안테나가 들어갔고, 통신용 안테나는 LDS(Laser Direct Structuring)를 썼다. LDS는 레이저로 열가소성 수지에 패턴을 그리고, 구리·니켈을 도금하는 기술이다. 롱텀에벌루션(LTE) 모델에만 채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적외선(IR) 발광다이오드(LED) 동작 인식 센서도 장착했다. 에어 제스처로 불리는 이 기술은 사물의 움직임을 미리 감지·입력해 활성화하는 원리다. 경쟁사들이 쓰는 카메라 인식 방식보다 성능이 뛰어나다.
주기판(HDI)에는 전층비아홀(IVH) 방식을 처음 적용했다. HDI는 보통 8∼10개의 동박적층판(CCL)을 쌓아 만든다. 층간 전기 접속을 위해 CCL에 구멍을 뚫고 금속으로 채운 비아 홀(via hole)을 형성한다. 10개의 CCL 전체에 비아 홀을 생성한 HDI를 IVH라 부른다. IVH HDI는 노이즈 발생량이 적고, 멀티 태스킹 구현에도 유리하다. 케이스는 블랙 미스트, 화이트 프로스트를 채택해 깔끔한 디자인을 구현했다.
요즘은 비밀유지로 유명한 애플 아이폰조차 발표전에 대부분의 사양이 추측되고 들어맞는다. 마찬가지로 삼성의 갤럭시S4도 그런 예측을 피할 수 없다. 부품공급을 위한 공장과 케이스 생산을 위한 도면에서 추적한 갤럭시S4의 예상모습은 거의 들어맞았다. 일단 발표된 스펙을 총평해보자.
1. 자체생산한 옥타코어APU인 엑시노스5를 채택한 부분은 도전적이고 신선하다. 이것이 전력소모량을 실제 얼마나 줄여줄 것인지에 따라서 평가가 갈릴 것이다.
2. 화면크기는 5인치로 커졌고 유기발광다이오드 디스플레이로 풀HD 해상도를 구현했다는 것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3. 카메라와 배터리는 기술발전에 따른 향상을 그대로 적용했다. 갤럭시 시리즈를 사게 되면 그 시점에서 최고로 향상된 하드웨어 부품을 쓸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었다.
4. NFC를 비롯해 적외선 발광다이오드 센서 탑재는 아직 충분히 활성화되지 않은 기술이라도 계속 보급시켜 시장을 만들겠다는 의지로 해석할 수 있다.
5. 케이스는 여전히 플라스틱이지만 모양을 보다 다듬고 고급스럽게 만들었다. 애플은 케이스의 생산성을 떨어뜨리더라도 명품 느낌을 주는 데 주력했다. 삼성은 양산에 대한 부담이 적은 상태에서 고급스러움을 조금씩 늘려가는 데 주력하는 인상이다.
삼성 갤럭시S4 발표, 어떤 의미를 남겼을까?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이런 부품이 개별적으로 혁신을 얼마나 가져올 것인가 하는 점이 아니다. 갤럭시S4의 이번 발표에는 중요란 의미가 남겨져 있다. 그것은 이제 삼성이든 애플이든 1년에 하나 정도 발표하는 스마트폰에서 줄 수 있는 혁신이 그렇게 많이 않다는 것이다. 그것은 서두에서 말했듯이 어느새 우리가 혁신이라는 말을 혁명이라는 말보다 더 남용하는 것에서 드러난다.
기초과학의 발달이 없는 응용과학은 없다. 우리가 어느 순간 응용과학이 혁명적으로 발달했다고 느낀다면 그건 사실 기초과학의 성과가 무엇인가에 막혀 제대로 반영되지 못한 기간이 길었다는 뜻이다. 그러다가 마치 물이 끓듯이 순간적으로 그 장애물이 치워지고 응용과학이 그동안 멎었던 기초과학의 성과를 대부분 받아들인 결과물을 제품이나 서비스 형태로 내놓는다. 그러면 사람들은 엄청난 충격에 사로잡혀 그것을 혁신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스마트폰의 혁신은 따지고 보면 데스크탑과 노트북을 비롯한 IT제품 전반에 걸쳐 적용이 멈춰왔던 하드웨어 기술, 소프트웨어 기술이 한꺼번에 적용되어 결과물을 냈기에 이룩된 것이다. 애플이 먼저 그 장애물을 치웠다. 그리고 치워진 장애물을 따라들어오던 경쟁자 가운데 삼성과 구글이 가깝게 따라붙었다. 이들 사이에 누가 이기느냐 혁신 경쟁이 펼쳐진다. 하지만 정작 이들은 순수한 자기 기술로 싸우는 것이 아니었다.
갤럭시S4의 발표는 딱 이런 점을 보여준다. 혁신이 있느냐 없느냐 는 그저 해석일 뿐이다. 조금 더 나아진 부품과 조금 더 달라진 소프트웨어 기술은 개발되자마자 스마트폰에 가장 먼저 적용되는 기술의 결과이고 세계 IT기술이 가진 한계 그 자체이다.
삼성이든 애플이든 이 한계는 어쩔 수 없다. 중요한 건 이것을 진정한 혁신으로 만들 수 있느냐가 아니다. 어떻게 하면 이것을 가지고 스마트폰이 여전히 발전하고 있으며 높은 가격을 주고 살 가치가 있다는 점을 소비자에게 납득시키느냐 하는 점이다. 갤럭시S4의 행운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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