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부터 화제가 되고 있는 뉴스 가운데 하나가 있다. 애플의 새로운 저가 아이폰에 대한 소식이다. 보통 다른 회사가 저가 제품을 내놓는다고 하면 그 자체로 별 뉴스가 안되는데 어쩐지 고급품의 대명사인 애플이 저가 스마트폰을 만들겠다고 하니 그 자체로 솔깃한 뉴스가 된다.


그래, 솔직히 고백해보자. 나도 솔깃했다. 저가 아이폰이 나온다니, 비용 때문에 아이패드만 쓰고 있는데 아이폰도 써볼까 하는 욕구가 생겼다. 그런데 약간의 시간을 들여 흘러나온 몇 가지 정보를 비교해보고 생각을 해보자 이 뉴스가 사실은 별 뉴스거리도 안되는 시시한 소식에 불과하다는 의견을 가지게 되었다. 또한 이 뉴스가 사실이라면 이는 애플이 가진 제품군의 문제점을 드러내는 것에 불과하다는 관점까지 얻게 되었다.

우선 해당하는 뉴스를 보자. 며칠 지난 뉴스지만 충분히 볼 가치가 있다.(출처)

애플이 아이폰 확산을 위해 저가폰 공급을 검토중이지만 크기 축소 계획은 없다고 뉴욕타임스가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애플이 저가폰 개발을 검토 중이지만 언론에 알려진 대로 절반 크기 이하 제품을 고려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애플 개발자의 말에 따르면, 애플은 그동안 아이폰4와 비슷한 크기의 아이폰5 개발 완료에 집중해왔다고 한다.

또 다른 관계자의 설명에서도 애플은 처음부터 크기를 축소한 아이폰 개발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한다. 아이폰의 보급을 늘리기 위해 값싼 저가폰을 검토하고 있지만 그 방안이 크기 축소가 아니라 제조원가 절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것. 아이폰에 들어가는 부품을 저렴한 것으로 교체해서 판매 가격을 낮출 수 있다는 것이다.

애플 임원 관계자도 여러 종류의 모델 출시보다 기존 제품의 가격 인하를 통해 휴대폰 보급을 늘릴 수 있다고 말했다. 신제품이 출시되면 이전 아이폰 모델의 가격이 하락하기 때문에 저가폰의 별도 개발이 필요없다는 것이다. 아이폰 3GS 모델은 미국에서 2년 약정에 가입하면 49달러에 구입할 수 있다.



이 뉴스에 나타난 사실만 조합해도 애플의 새로운 저가 아이폰 출시계획이라는 게 얼마나 시시한 뉴스거리인지 알 수 있다. 내가 검은 색으로 강조한 부분을 보자. 심지어 이건 뉴스거리조차 아니라는 결론을 얻을 수 있다. 왜 그런지 우선 설명해본다.

1) 애플은 이미 저가 아이폰을 만들어왔다. 알다시피 아이폰4를 발표하자 기존의 아이폰3GS가 저가폰이 되어 8기가 모델만 만들어졌다. 지금 한국에서도 팔리고 있다. 이게 바로 애플의 저가폰이다.

2) 문제의 뉴스가 나오게 된 이유는 간단하다. 애플이 이제 곧 아이폰5를 발표할 텐데, 그러면 자연스럽게 아이폰4가 저가 아이폰으로 나와야한다. 아이폰 3GS처럼 가격을 대폭 떨어뜨린 채로 말이다.

3) 그런데 나온지 겨우 1년이 안된 아이폰4의 생산원가가 생각보다 빨리 떨어지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싸게 팔려면 우선 원가가 저렴해야 한다. 물론 이미 이익 마진률이 높기에 애플이 아이폰4의 마진률을 낮게 잡기만 하면 간단하다. 그러나 고부가가치를 추구하는 애플이다. 저가폰이 되는 아이폰4조차도 아익마진률을 높게 가져가며 저가폰으로 만들고 싶다. 그러니 새로운 저가폰을 만들때처럼 아이폰4의 생산원가 절감을 위한 궁리를 하게 된다.



4) 예를 들어 처음에 자랑했던 엘지의 S-IPS 레티나 디스플레이는 아이팟터치 4세대에 쓰였던 저가 레티나로 바꾼다. 단단하고 스크래치가 잘 안난다는 고릴라 글래스 역시 보다 낮은 원가의 유리로 교체한다. 그 외에 단단하고 고급스러운 케이스도 좀더 싸고 간단한 공정과 재료를 쓰는 것으로 바꾼다. 이런 식이다 보니 결국 새로운 저가 아이폰 하나를 만드는 거나 다름없는 일이 된다.

저가 아이폰, 애플 제품군의 문제점은?

그런데 왜 이것이 단지 시시한 뉴스에 그치지 않고 애플 제품군의 문제점이라고 보는가? 그 이유는 이제까지와 달리, 억지로 제품을 차별하기 위해 거의 새로운 모델을 만들다시피 해야하는 경우가 온 것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기술 발전이 빨랐을 때는 상관없었다. 빠르게 스마트폰 하드웨어가 발전하면서 자연스럽게 APU도 훨씬 빨라지고 메모리도 급속도로 늘어났다. 덤으로 디스플레이 해상도와 카메라 픽셀, 센서도 늘어났다. 그러니 새로운 모델을 내놓고 기존 아이폰 모델을 그냥 저가라인업으로 돌려도 사람들은 거의 새로운 아이폰 모델을 샀다.



그런데 이제 스마트폰 기술은 발전해도 그게 체감상 아주 차이날 정도까지 1년만에 발전하지 않았다. 듀얼코어로 바뀌고 메모리가 약간 늘어나고 카메라 화소수가 좀더 증가할 뿐이다. 만일 이제 새로운 아이폰5가 지금 있는 모든 고급 기술을 집대성해서 만든다고 해도, 아이폰4로 불만을 느끼지 않을 사용자가 더 많다. 아이폰5만의 획기적인 무엇인가를 많이 가져다 줄 수 없다는 뜻이다.

그런 상황에서 섣불리 아이폰4를 그대로 저가 아이폰으로 돌린다? 자칫하면 아이폰5는 잘 안팔리고 아이폰4만 계속 잘 팔리는 상황이 되면 애플로는 심각한 문제가 된다. 그러니 아이폰5의 판매를 위해 인위적으로 아이폰4를 성능을 떨어뜨려서 내놓아야만 하는 고민을 안게 되는 것이다.

현재 아이폰4조차 성능을 전부 쓰고 있지는 못하다. 아이폰의 레티나를 효율적으로 쓰는 어플은 아직 많이 나오지 않았다. 또한 자이로스코프 센서도 아직 완전히 앱속에서 범용화되지 않았으며 아이폰4의 5백만 화소 카메라는 훌륭하다. 아이폰5가 8백만 화소의 카메라를 달고 나오더라도 5백만 화소로 찍은 사진에 비해 엄청나게 우월해 보이지는 않을 것이다.



결국 애플은 임시 수단으로 아이팟 터치 4세대 정도의 품질에 휴대폰 모듈을 붙인 저가 아이폰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당연히 아이폰5가 나오면 아이폰4가 자연스럽게 원형 그대로 저가폰이 될 거라 믿은 소비자는 다소 어이가 없겠지만, 하드웨어적인 차별성과 메리트를 새로운 제품에 주지 못한 애플로서는 할 수 없다. 장사는 장사고 법에 어긋나는 것도 아니니까 말이다.

가장 큰 문제는 이것이 이번 한번뿐이란 보장이 없다는 것이다. 아이폰6가 나올 내년에는 아이폰5가 아닌 다른 성능제한 원가절감형 아이폰이 나올 확률이 높다. 이건 따로 라인업을 만들지 않던 애플이 제품군 차별에서 심각한 고민과 문제를 안게 된다는 뜻이다. 향후 어떤 방식으로 이 고민을 해결할 지 지켜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