즘 새로운 기술과 제품이 많이 소개되고 있다. 원래 IT분야 자체가 변화가 빠르지만 요즘은 그 속도가 더욱 빨라진 듯 하다. 삼성은 벌써 갤럭시S 다음을 노린 차세대 기종을 발표했고, 엘지는 나름 듀얼코어를 비롯한 다양한 옵티머스 시리즈를 내놓으며 반전을 노리고 있다. 이들 제품에도 관심이 많지만 내 주된 분야는 뉴스라기 보다는 평론인 만큼 잠시 후에 관점을 붙여 천천히 해도록 하겠다.



요즘 다시 스마트폰 분야로도 맹렬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삼성전자의 핵심분야라고 하면 당연히 메모리 분야다. 특히 컴퓨터에서 많이 쓰는 D램 분야는 전통적인 최고 강자로서 시장점유율과 인지도에서 당당히 1위를 차지하고 있다. 1993년 처음 최고 위치에 오른 뒤 이후 삼성은 한번도 D램에서 선두를 놓쳐본 적이 없다.

메모리 가운데서도 D램은 특히 그 특성이 외환이나 증권과도 비슷하고 반도체 산업의 핵심을 이루기에 반도체 시세가 따로 매일 변동되며 주요 지수로 사용될 정도다. 그 때문에 선두삼성을 이기기 위해 그동안 엄청난 경쟁이 벌어졌다. 세계 반도체 업체가 통합과 파산을 겪으며 격렬한 치킨게임을 하고 반도체 값이 바닥에 다다른 것도 이런 경쟁의 결과다.

몇 차례의 치킨 게임 끝에 현재는 남아있는 업체가 거의 없다. 일본 업체는 죄다 통합해서 한 업체로 생존을 모색중이고 대만도 적자에 허덕이고 있으며 독일업체는 얼마전 파산위기에 몰렸다. 삼성의 경쟁자는 같은 한국의 하이닉스고, 그나마 가장 강력한 잠재력이 있는 끝판왕(?)이라면 인텔 정도가 남았다. 이런 특성은 설계기술과 생산설비, 미세공정 기술이 잘 결합되어야 하는 산업특성상 한번 선두에 서면 비교적 쉽게 추월을 허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얼핏 삼성의 선두 자리는 단단해 보인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우선 다음 뉴스를 보자. (출처)

씨넷은 10일(현지시간) 마이크론테크놀로지가 기존의 PC에 사용되는 것보다 성능을 20배나 향상시킨 하이브리드메모리기술을 발표한다고 보도했다.

마이크론은 신기술을 적용한 ‘하이브리드메모리큐브(Hybrid Memory Cube)'라는 칩으로 D램의 해묵은 문제숙제인 메모리벽(memory wall)문제를 해결하면서 D램의 성능을 완전하게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기술은 네크워킹 및 고성능 컴퓨터용도로 만들어졌으며 11일 아리조나 피닉스의 투자자 컨퍼런스에서 발표될 예정이다.

마이크론의 고객에는 주요 프로세서 공급자들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비록 다른 고객들이 거명된 적은 없지만 인텔같은 회사들이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는 전했다. 그는 마이크론은 DDR4같은 차세대 메모리기술 개발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의 경쟁자인 미국의 마이크론이 엄청나게 빠른 속도를 지닌 D램을 개발했다. 단지 2-3배가 아니다. 무려 20배다. 이것은 의미가 상당히 크다. 어쩌면삼성의 메모리 1위자리가 위협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의 메모리 1위, 언제까지 지킬수 있을까.



삼성에 유리한 경쟁 공식은 어디까지나 기술방식이 동일하다는 전제에서 시작한다. 즉, DDR -> DDR2 -> DDR3 로 넘어가면서 표준 기술이 사용되고 각 기술 간의 속도 차이가 파격적으로 크지 않으며 공정과 생산비용의 증가폭이 비교적 평이하다는 전제가 따른다. 흔히 농담삼아 쓰는 단어인 외계기술(?) 처럼 이전 단계와는 비교도 안되는 높은 성능과 저비용의 기술을 누군가가 개발해서 그걸 독점해서 제품을 내게 된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이전 삼성 메모리가 잠시 혼란과 위기를 겪었을 때가 있다. 메모리 기술이 순조롭게 DDR에서 진화하지 못하고, 미국 램버스사의 RD램이란 다른 방식이 끼어들었을 때였다. 인텔의 CPU와 좋은 결합으로 함께 마케팅을 하며 출발한 RD램은 상당히 좋은 성능이지만 램버스사의 특허권이 걸린 기술을 많이 썼기에 삼성이 생산하기에 무리도 있었고 시장의 표준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차세대 메모리로 주목받으면서 삼성을 제치고 주요 고성능 제품에 쓰였다.

물론 이 제품에도 결점이 있어 높은 생산비용과 함께 수율이 좋지 못한 게 흠이었다. 인텔이 메인보드와 램에 CPU를 패키지로 묶어서 할인판매까지 해가며 마케팅을 지원했지만 결국 RD램은 표준이 되지 못하고 사라졌다. 하지만 한때나마 삼성의 발걸음을 묶었던 기술이 되었다.



이번 마이크론의 메모리 기술 역시 마찬가지다. 무려 20배나 빠르다는 것이 사실이고 생산비가 저렴한 편이라면 삼성의 현재 메모리 선두 위치는 위험하다. 인텔을 비롯한 주요 메인보드 업체들이 이 메모리를 채택하며 밀어붙인다면 핵심시장에서 삼성 메모리가 순식간에 몰락해버린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몇 가지 중요한 점이 있다,.

1) 이 기술이 실험실 기술 수준이 아니어야 한다. 실험실 기술이란 실제로 제품이 쓰이게 될 여러 소비자 환경이 아닌, 최적화된 실험실에서만 잘 동작하거나 고성능을 보이는 기술을 말한다.

예를 들면 예전에 현재 쓰는 인터넷 선의 100배가 빠른 기술이 국내 중소기업에서 개발되었다고 떠들썩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건 결국 실험실에서만 그 속도가 나오는 기술로서 노이즈가 많고 온도나 습도등 환경이 열악한 바깥에서는 제대로 성능이 나오지 않는 기술이었다. 이번 마이크론의 메모리 기술도 실제로 어떤지 확인해봐야 한다.

2) 이번 하이브리드 메모리 기술을 쓰기 위해서 얼마나 더 많은 생산비용과 설비비용이 드는지, 불량이 적게 완제품을 뽑아낼 수 있는 수율은 좋은지 확인해야 한다. 좋은 기술이지만 너무 비싸게 먹히는 기술이라면 아직은 실용화에 이르지 못한다.

3) 이번 마이크론의 기술이 차세대 공식표준 내지는 시장의 실질적인 표준으로 공인 받아야 한다. 요즘같이 많은 비호환 기술들이 개발되는 시대에는 표준이 되지 못하면 혼자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메모리가 아무리 좋아도 그걸 쓸 수 있는 메인보드와 지원해주는 CPU, 칩셋이 받쳐줘야 제품이 되어 팔릴 수 있다. 표준이 아니라면 생산을 해줄 업체가 그리 많지는 않다.



그럼 결론을 말해보자. 저 위의 세 가지 조건 정도를 만족시킬 경쟁 업체가 나타나지 않는 이상 삼성의 메모리 1위 자리는 유지 될 수 있다. 현실적으로 당분간은 어떤 업체도 그 조건 외의 다른 방법으로 삼성을 이기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어쨌든 메모리 분야 선두를 오래 지켜온 삼성에게도 적당한 자극이 필요하다. 그런 면에서 이번 마이크론의 발표는 향후 삼성이 노력해야 할 분야가 단지 스마트폰 만이 아님을 말해주었다. 메모리에서도 새로운 혁신이 오면 한번에 밀려날 수도 있다는 긴장감과 경쟁이 이 업계를 더 활발하게 해줄 것이다. 삼성의 멋진 대응을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