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가끔 어떤 뉴스을 보면서 얼핏 상관없는 듯한 다른 분야를 생각할 때가 있다. 예를 들어 톱스타 커플이 열애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으면 이 둘은 결혼할 때 얼마나 협찬을 받을까라든가, 황소개구리가 환경을 심각한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뉴스를 보고는 개구리 뒷다리 요리는 어떤 맛일까 하는 상상을 하는 것 말이다.



얼마전 제임스 카메룬의 '아바타'가 극장가를 석권할 때 사람들은 기술적으로는 사실 별 신기할 것도 없는 3D비전 방식에 열광했다. 갑자기 모든 가전회사들이 3D를 논하기 시작했고 다투어 3D TV를 내놓았다. 또한 모니터 회사를 포함한 컴퓨터 관련 회사와 게임기 회사까지 3D 기술을 마치 황금이 넘치는 금광처럼 여기고 달려들었다. 이것만 제대로 하면 소비자들이 기꺼이 지갑을 열고 마구 돈을 쓸 것이라 짐작했다.

적어도 단 한편의 영화 아바타에 한해서 이런 예상은 적중했다. 스토리 상으로는 옛날 영화 '늑대와 춤을'에서 별 반 나아진 게 없고, 기술적으로는 토이 스토리식 컴퓨터 애니와 다를바 없지만 단지 뛰어난 기술로 긴 시간동안을 쉴새없는 3D 세상을 보여준 것에 관객들은 열광했다. 일반 극장 관람료의 두배가 넘는 돈을 내고는 연일 좌석을 꽉 채워주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과연 이런 열기를 어떻게 하면 이어나갈 수 있을 것인지, 통합적으로 관리해서 제대로 제품구입으로 이어나갈 수 있을 것인지 과연 누가 심각하게 고민이나 해봤는지 모르겠다. 어느새 뜨거웠던 3D 열기는 식었다. 월드컵을 계기로 몰아칠 거라던 3D TV 교체 수요도 그다지 없었다. 고 부가가치를 노리고 단지 3D TV란 이유로 엄청난 이윤을 매겨 제품을 출시하던 가전업계는 예상보다 낮은 반응을 맞고 있다. 다음 뉴스를 보자. (출처)



기존 LCD TV보다 20%가량 비싼 보급형 3DTV가 출시된다. 삼성전자 LCD사업부와 LG디스플레이가 보급형 3D TV용 패널을 출시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제품이 나오는 하반기께 3DTV 판매 증가가 일어나 세계 시장 규모도 2000만대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규모는 작년(약 320만대)보다 6배 이상 성장한 것이다.

7일 삼성전자 LCD사업부와 LG디스플레이는 기존 3DTV용 LCD 패널 원가를 크게 낮출 수 있는 제품을 중심으로 3DTV 시장 확대에 나선다.

시장조사기관 관계자는 “올해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가 120㎐ 셔터글라스 및 FRP 3D 패널 등을 선보이면서 3DTV 가격이 하락하는 것은 물론이고 제품도 다변화할 것”으로 예상하며 “TV 업체들의 마케팅 강화에 힘입어 올해 3DTV 시장이 지난해보다 크게 성장한 2000만대 규모를 형성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이 뉴스는 사실 내가 이야기하려는 내용과 그다지 관계는 없을 수 있다.간추리면 삼성과 엘지 양 회사가 새로운 공정을 통해 가격을 낮추려 한다는 이야기다. 그렇지만 문득 이뉴스를 들으며 바로 작년까지만 해도 단지 3D가 된다는 이유 하나로 가격은 얼마든지 비싸도 된다는 태도였다는 게 생각난다. 그러다가 막상 기대했던 것만큼의 판매가 일어나지 않자 저가형 제품도 내놓겠다는 선언이다. 위의 시장규모 성장도 예상 기대치일 뿐 실제로 판매증가가 일어난 게 아니다.



어째서 뜨겁던 열기가 식고 이토록 시장반응이 식어버린 것일까?
답은 하드웨어에만 열중한 나머지 아무도 막상 그 안에서 보여줄 컨텐츠에 관심을 쏟지 않았기 때문이다. 고객에게는 너무도 당연한 일이지만 생산자 입장이 되면 마치 눈 뜬 장님처럼 이 당연한 게 보이지 않는 모양이다.

예를 들어 아바타 같은 영화를 집에서도 볼 수 있다는 생각에 비싼 고가를 각오하고 집안 티비를 3D TV로 교체했다고 치자. 티비를 샀으니 번들로 아마도 아바타 타이틀을 비롯해 볼 수 있는 타이틀 몇 장 정도는 줄 것이다. 그런데 그걸 대충 일주일 정도에 다 보고 나면? 따로 볼 게 없다. 제대로 즐길 수 있는 3D타이틀은 풍부하게 팔리고 있지 않으며, 3D 전용 방송 같은 게 긴 시간 송출되는 곳도 없다.

정보의 바다라는 인터넷에서 구하려고 해도 소용없다. 합법이든 불법이든 현재 풍부하고 우수한 3D 컨텐츠를 합리적인 가격에서 풍부하게 구해서 볼 수 있는 경로는 내가 알기로는 없다.



그렇다면 하다못해 기존의 2D 컨텐츠를 자동으로 3D로 변환해주는 프로그램적 장치들이 제대로 작동하거나 발전하고 있기는 한 것일까. 아쉬운 대로 이런 변환 프로그램이 좋은 역할을 해준다면 과도기를 잘 버틸 수 있을텐데 말이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이런 변환프로그램 역시 그다지 좋은 것이 제공되지 않고 있다. 숫자도 적을 뿐더러 있는 것들 조차도 그 수준이 너무 떨어져서 거의 소용이 없다. 결국 비싼 하드웨어를 사봤자 몇 개 타이틀을 보고 나면 가물에 콩나듯 드문드문 나오는 공급에만 의존할 뿐 다시 2D컨텐츠만 봐야 하는 것이다. 이러니 살 사람이 적을 수 밖에 없다.

3D TV, 애플식 비즈니스 모델이 필요할까?

이런 상태를 타개할 방법은 바로 컨텐츠와 하드웨어를 결합해서 내놓는 애플식 비즈니스 모델이다. 최근의 애플은 어떤 기기를 내놓을 때 무책임하게 기능만 내놓지 않는다. 반드시 그 기능을 유효하게 이용할 수 있는 강력한 앱이나 풍부한 컨텐츠 시장을 열어놓고 출시한다. 그러니 사용자들은 즉각 그 제품을 구입하자마자 새 기능을 충분히 즐길 수 있다. 주요 개발도구를 무료나 매우 싸게 공개해서 우수한 컨텐츠가 제작될 수 있게 하고 유통에서도 좋은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3D TV에서도 이런 모델이 있어야 한다. 단지 하드웨어인 티비만 내놓지 말고 그 안에서 볼 영화, 애니메이션, 사진, 동영상 등을 직접 제작해서 공급하면서 동시에 온라인 등으로 자유롭게 살 수 있는 스토어를 열어주는 것이다. 이미 시중에는 3D촬영이 가능한 카메라와 캠코더를 비롯해 다양한 컨텐츠 생산도구가 있다. 그들이 생산한 것을 유료 혹은 무료로 인터넷을 통해 다운도르 받아 쓸 수 있게 하는 방법도 있다.

즉 애플의 성공요인인 앱 생태계를 3D TV 시장에서도 구현하자는 말이다. 그래서 넘치는 컨텐츠로 인해 한번 하드웨어를 사게되면 평생 봐도 못볼 양 정도가 쌓일 때 사람들이 기꺼이 3D TV로 교체하게 될 것이다. 뉴스 자체의 내용과는 별 상관없는 듯 보이는 나의 딴 생각이지만 부디 이것이 도움이 되서 보다 3D TV 시장이 발전하고 하드웨어가 널리 보급되서 이 분야가 발전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