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비록 어려운 IT분야를 다루고 있지만 어려운 전문용어를 좋아하지 않는다. 내 스스로가 인문학에 가까운 소설가가 직업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블로거로서도 기술용어의 남발을 경계한다.

가끔 흔히 별 것도 아닌 쉬운 개념을 설명하는 데 어려운 용어를 남발하는 사람을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어? 모래밭에 있는 우산이 바람에 날리네요!' 같은 말을 '오우 갓! 백사장에 위치한 파라솔이 윈드에 부유되어 플라잉 상태로 변화되었네요!' 라고 해보자. 같은 뜻이지만 후자가 어쩐지 좀 있어 보이는가?


좀 우습게 극단적으로 비유했지만 한국에서는 후자쪽의 표현을 많이 쓸수록 사람들이 존경한다. 그러니까 흔히 앙드레 김 개그와도 같이 '오우 빤따스띡하고 엘레강스해요!' 라는 식으로 지식을 과시한다.

그렇지만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어떤 것이든 그 본질을 잘 이해하고 있는 사람은 쉽게 쓸 수 있다. 어렵게밖에 쓰지 못하는 사람은 그 본질을 자기도 잘 모르는 것이다. 모르기에 지적받지 않으려고 잔뜩 어려운 표현을 써버리는 것이다. 대학교수든, 연구소 박사든 마찬가지다. 누구든 이해하기 쉽게 쓰지 못한다면 그것은 그 사람의 이해가 모자라는 까닭이다.

서론이 좀 길었다. 그렇지만 왜 이런 말을 하냐면 이제부터 언급할 '클라우드 서비스' 때문이다. 클라우드란 말 그대로 해석하면 구름이다. 구름이 뭐? 라고 하면 이건 그냥 상징이다. 모든 어렵고 복잡한 과정이 구름속에 가려지듯 보이지 않는 가운데 처리된다는 뜻이니 말이다. 우리는 평상시 구름속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보지도 알지도 뫃한다. 다만 그 결과로서 비가 오거나 눈이 오는 것만 알 뿐이다.

IT에 있어서 클라우드 서비스란 '기업이 설치한 대형 서버가 사용자의 모든 데이터를 맡아 저장하고는 처리를 다 해줘서 최종결과만을 돌려주는' 것을 말한다. 사용자는 서버가 어떻게 움직이는 지 알지 못하고 알 필요도 없다. 단지 어떤 작업을 해달라고 요청할 뿐이고, 처리되어 온 데이터를 받아볼 뿐이다. 그래서 클라우드 서비스, 혹은 클라우드 컴퓨팅, 클라우딩 이라고 한다.



최근 이런 클라우드 서비스의 하나로 동영상 제공 서비스가 새로운 혁신과 이윤을 가져올 분야로 떠오르고 있다 관련 뉴스를 보자(출처)

기기 간 장벽을 뛰어넘어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N스크린 서비스’가 본격 시작됨에 따라 업계의 뜨거운 경쟁이 예고되고 있다.

N스크린 서비스는 쉽게 말해 영화 한편을 스마트폰과 PC, TV 등 디바이스(단말기)에 구애받지 않고 볼 수 있는 서비스를 말한다. 원래 영화 한 편을 보려고 하면 자기가 가지고 있는 모든 단말기에 별도로 다운을 받아야하지만, 이 서비스는 한 단말기에 다운로드를 받으면 TV나 스마트폰, PC 모두에서 이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편리하다.

가장 발빠르게 나선 곳은 SK텔레콤으로 25일부터 N스크린 서비스 ‘호핀(hoppin)’을 시작, 포털사이트 네이트에 호핀 전용 사이트를 오픈하고, 이 서비스가 탑재된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갤럭시S 호핀’도 출시했다.


KT는 지난해 6월부터 개인의 PC에 있는 사진, 음악, 동영상, 문서파 일 등을 자동으로 동기화해 저장하고 이를 다양한 단말에서 이용할 수 있는 ‘유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유클라우드 앱을 실행하면 스마트폰에서 내 PC에 있는 콘텐츠를 자유자재로 활용할 수 있다. 지난달 31일 기준 누적가입자수는 40만명을 넘어섰다. LG유플러스도 지난해 ‘유플러스 박스’를 출시, N스크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렇게 적극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이 클라우드 서비스가 너무도 마음에 들기에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소비자들이 많이 써주길 바라고 있다.  나는 이에 대해 우리가 주의해야 할 점을 말하려고 한다.그렇다면 과연 이 서비스는 좋기만 한 것이고 성공할 것인가?



사실 클라우드 서비스의 개념 자체는 지극히 옛날 개념이다. 아마 신세대는 잘 모를 테지만 옛날 컴퓨터 초창기에 이미 우리는 이런 서비스를 썼다. 테이프가 돌아가는 냉장고보다 큰 컴퓨터에 모든 데이터와 처리를 맡기고는 다른 사람들은 선에 연결되어 그 끝에 위치한 단말기만 쓰던 시절 말이다.

지금에 와서 그 선이 무선인터넷으로 바뀌고, 파란 화면의 무식한 단말기가 똑똑한 개인 스마트폰으로 형태만 바뀌었을 뿐이다. 핵심은 중앙의 컴퓨터가 모든 단말을 통제하고 관리하며 데이터를 맡아둔다는 것이다. 단말기들은 편리함을 위해 서버란 중앙 컴퓨터에 자기 데이터를 맡기고, 독자적인 권리를 포기한다. 당연히 서버는 절대 권력자가 되고, 단말기는 그저 제한된 입출력만 하는 장치로 전락한다.

인터넷이 갓 보급되었을 때 기업들이 들고 나온 네트워크 컴퓨터 라든가, 애플에서 인터넷에만 연결되면 모든 일을 할 수 있다고 말하며 내놓은 저가의 초기 아이맥도 비슷한 개념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전부 실패했다. 기업 입장에서야 일단 단말기의 저장용량을 줄이고 처리속도도 줄이면서 서버를 강화하고 서버에 모든 데이터를 모아놓는 것에 대환영이다. 그건 자기들이 절대권력을 다시 얻는 일이기 때문이다. 사용자는 데이터를 마치 인질처럼 잡힌 채 서버의 요구에 따라야 한다. 그 옛날 개념으로 다시 회귀하고 싶은 사용자는 없었다.



스마트폰, 편리함을 위해 권리를 양보할 건가?

오늘날 다시 고개를 드는 클라우드 서비스도 표면적으로 매우 좋은 목적이 있다. 1) 중복된 데이터 저장을 막아 저장공간을 효율적으로 쓰고, 2) 단말기의 처리능력이 낮아도 서버에서 처리된 데이터를 보내만 주면 되니 전력과 자원을 아낄 수 있으며, 3) 바이러스나 각종 유해요소를 차단하고 실수로 인한 데이터의 손실도 막아주며 4) 단말기를 바꿔도 서버에 저장된 데이터는 언제든 이용할 수 있다. 참 편리하다. 위의 N스크린 서비스도 이런 장점 일부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 편리함 뒤에 무엇이 있을까?
사용자가 스스로 가지고 언제든지 관리할 수 있는 데이터를 서버란 기업에게 자발적으로 내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은 당연히 자기에게 권력을 주는 것이기에 온갖 미사여구로 유혹하겠지만 그렇게 내놓은 개인 데이터는 고스란히 나중에 소비자를 압박하거나 돈을 뜯어내는 데 이용될 수 있다. 클라우드 서비스가 그 편리함에도 본능적인 거부를 일으키는 이유에는 이런 요소가 강하다.




물론 시대는 발전한다. 클라우드 서비스도 언젠가 정말 피할 수 없는 대세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당장은 기업이 소비자에게 얼마만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가가 중요하다. 분명 클라우드 서비스는 편리하다. 하지만 단지 편리함 때문에 당신은 소중한 데이터를 다른 사람에게 맡기고는 스스로는 백업본 하나도 가지고 있지 않을 자신이 있는가? 그만큼 기업을 신뢰하는가? 정답은 없다. 하지만 미래를 맞이 하기 전에 모두가 한번쯤 깊이 생각해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