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용 게임기의 역사가 시작된 순간부터 우리에게 주어진 고정관념 하나가 있다. 바로 게임은 게임을 위한 전용기기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게임의 역사는 곧 컴퓨터의 역사나 마찬가지지만 곧 게임과 컴퓨터는 분리되었다. 오락실이라는 장소에서는 아케이드 게임기가, 집에서는 게임콘솔이, 손에서는 모바일 게임기가 보다 좋은 게임을 공급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따지고 보면 이들과 컴퓨터는 하드웨어상 별 차이가 없다. 똑같은 CPU와 램, 보조기억장치를 가졌다. 다른 점은 그저 범용장치인 컴퓨터를 베이스로 게임을 위한 입출력 장치를 갖추고, 필요 없는 범용장치인 마우스와 키보드 등을 없앴을 뿐이다.

그렇지만 이런 원리와는 별 상관없이 시장의 흐름과 업체의 필요성에 의해 오늘날 게임기는 게임만을 위한 것이라 간주된다. 마찬가지로 제대로 된 게임을 하려면 당연히 게임기를 사야하는 것으로 인식되었다. 물론 아직도 PC는 강력한 게임성능을 보여주고 있지만 실상 게임에 있어서 주된 용도는 온라인 게임 혹은 게임을 개발하는 목적이 되었다.

 지금 세상은 모바일 기기가 몰고온 변화로 가득하다. 아이폰과 아이패드, 안드로이드와 태블릿은 종래의 데스크탑과 노트북의 영역을 위협하고 있다. 어쩌면 모바알 기기가 휴대용 게임기의 영역까지도 차지할 지 모른다는 관측이 나온다. 또한 지난 미디어 이벤트에서 애플의 스티브 잡스는 아이폰과 아이팟 터치 등이 닌텐도 게임기보다 많아 보급되었다고 언급했다. 게임센터 기능까지 넣은 애플은 이제 게임회사의 영역을 자기 사업영역에 집어넣었다.


반론도 만만치 않다. 아이폰의 앱스토어에 올라온 게임을 비롯해 스마트폰의 게임이 주로 가벼운 캐주얼 게임인 것을 보자. 수십년동안 오로지 게임만을 위해 특화해온 휴대용 게임기의 장점을 따라잡을 수 있을까? 소니의 PSP는 오래전에 나온 뒤진 하드웨어 성능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최신 스마트폰의 게임보다 더 뛰어난 게임을 제공하고 있다. 게임만을 위해 잘 설계된 그래픽칩을 넣었고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충실히 노력을 했기 때문이다. 때문에 기존 게임기팬들은 모바일 기기가 캐주얼게임 이상으로는 발전하가 어렵다고 단언하가도 한다.


과연 그럴까?

사실 처음부터 게임이 목적이 아니었을 뿐 스마트폰과 태블릿에도 훌륭한 그래픽칩이 탑재되었다. 문제는 업체가 얼마나 의지를 가지고 이 칩을 이용해 기술력을 발휘하느냐였다. 개인 개발자가 많은 앱스토어에서는 그동안 그런 움직임이 부족했다. 그러나 돈이 되는 게임시장이 열리기 시작하자 상황이 달라졌다. 기술과 자금을 가진 업체가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바로 에픽이다.



 

이것은 에픽이 아이폰과 아이패드용으로 만든 그래픽 엔진의 성능을 보여주가 위한 데모 프로그램이다. 언리얼3의 엔진을 옮긴 것으로 국내게임 리니지2에도 쓰인 유명한 엔진이다. 이것이 아이폰과 아이패드에서도 운용된다는 건 충격적인 일이다. 모바일 기기의 성능을 얕잡아보던 사람들에게 가장 확실하게 가능성을 제시해준 사건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우리는 지나치게 과장된 생각을 해왔다. 성능좋은 폴리곤 게임을 하기 위해서는 게임전용 콘솔을 구입하든가, 비싼 컴퓨터에 고급 그래픽 카드를 꽂고는 난로처럼 열을 뿜고 전기를 소모해야만 되는 줄 알았다. 냉각팬이 필요하지 않고 전기조차 조금 먹는 모바일에서 이런 게임은 불가능하다고 간주했다.

 

보는 것은 믿는 것이다. 라는 서양 격언이 있다. 에픽의 게임은 백마디의 말보다 중요한 한 번의 장면을 제공해 주었다. 이런 가능성이 확인된 이상 아이폰과 아이패드는 더이상 캐주얼 게임기로만 머무르지 않을 것이다. 시장성만 보장된다면 보다 큰 스케일과 화려한 그래픽을 가진 게임으로 게이머들을 이끌게 분명하다. 이미 시중에는 이런 움직임에 발맞추듯 몇 가지 대작게임이 나와있기도 하다.


아이패드는 뛰어난 게임 플랫폼이 될까?

결국 자본주의 하에서 모든 것은 시장이 지배한다. 모바일 기기의 사용자가 점점 많아지고 구매력이 커질 수록 게임업체들의 움직임은 바빠질 것이고, 대작 게임을 내놓아 크게 돈을 벌려는 흐름도 생길 것이다. 하드웨어의 성능이 충분히 받쳐주는 상황에서는 풀랫폼 업체의 지원만 얻으면 된다. 그리고 애플은 게임시장 지원에 적극적이다.

 

물론 장애요소도 존재한다. 앱스토어에 대한 애플의 가격정책과 사용자들의 가격 저항이다. 그동안 애플은 시장 활성화를 위해 앱스토어에 올라오는 앱에 대해 0.99달러, 혹은 그에 준하는 낮은 가격을 매기도록 유도해왔다. 이 정책은 성공적이었지만 다른 면에서는 높은 개발비가 드는 대작을 개발하는 데 지장이 되었다.

낮은 가격을 매겨서는 이익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높은 가격을 매기면 애플의 눈치와 사용자의 반발을 각오해야한다. 이 점을 제대로 해결하며 나가는 점아 앞으로의 관건이다.


어쨌든 아이패드의 대작게임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앞으로 아이패드는 최고의 게임 플랫폼이 될 가능성이 있다. 다른 어떤 모바일 게임기보다 큰 화면과 빠른 칩을 갖춘 범용기기로서 말이다. 아아팟터치와 함께 애플의 게임시장 진출을 이끄는 아이패드가 성공하면 안드로이드가 뒤를 따르는 것도 사건문제다. 앞으로 우리가 아이패드와 게임을 주목해야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