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드로이드폰인 삼성의 갤럭시S와 애플의 독자 운영체제를 쓴 스마트폰인 아이폰.
이 둘을 직접 라이벌로 비교하는 건 처음에는 단지 한국에서만 하던 비교였다. 그러나 어느새 이젠 세계에서도 이 둘을 정면으로 비교하고 있다.

드로이드를 앞세운 모토롤라, 대만의 강자 HTC의 스마트폰조차도 결국 삼성이란 이름 앞에서 뒤졌다. 실제로 갤럭시 시리즈는 출발이 매우 늦었음에도 상당한 품질과 성능을 보이며 급속히 판매량과 점유율을 늘려나가고 있다. 전통의 강자인 삼성의 양산능력과 품질 관리 능력은 적어도 하드웨어에서는 당할 자가 거의 없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만일 스마트폰이 윈도우처럼 운영체제가 통일된 상태에서 단지 하드웨어로만 승부를 거는 상황이었다면 삼성은 누구보다도 앞서나갈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스마트폰 시장은 다소 복잡하다. 운영체제와 앱 생태계, 비즈니스 모델 등 소프트웨어 역량이 하드웨어 역량과 합쳐져서 평가받는 시장이다.

이미 갤럭시S와 아이폰을 둘러싸고 국내외 블로거와 전문 테크잡지들의 분석은 충분히 펼쳐졌다. 문제는 양쪽 회사의 고위진이 장단점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다. 그들의 결단에 따라 차기작의 방향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삼성전자의 신화적인 인물 한 사람의 관련 발언이 나와서 주목받았다.(출처)

황창규 지식경제R & D전략기획단 단장이 10일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갤럭시S'에 대해 품질을 비하하는 듯한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켰다.

황창규 단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아이폰과 갤럭시를 비교하면서 "아이폰과 갤럭시 다 쓴다"면서도 "아이폰이 아무래도 UI(사용자인터페이스) 등에서 좀 더 편한 것 같다"고 말했다. 사실상 갤럭시폰의 품질이 떨어진다는 뉘앙스로 들릴 법 했다.

이날 황 단장의 '친정(삼성)'에 대한 쓴 소리는 예상외로 파장이 컸다. 이는 '황의 법칙'으로 유명한 그가 삼성전자 CEO 출신이란 화려한 이력과도 무관치 않다.

황 단장은 또 우리 기업들이 스마트폰 시장을 선점하지 못한 원인으로 "스마트폰은 PC이지 휴대전화가 아니다. PC와 휴대전화가 결합된 건데 통화는 보조기능"이라며 "우리나라에선 스마트폰을 너무 저평가했다"며 사실상 삼성·LG전자 등을 우회적으로 겨냥한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그는 "(우리나라가)너무 늦게 시작했고, 애플은 아이튠즈를 통해 소프트웨어, e비즈니스 경험을 쌓았다"며 "우리는 아직도 UI나 콘텐츠에서 뒤쳐진다"고 혹평했다.


기사에서도 나왔다시피 황창규 단장은 세계적인 인물이다. 그가 말한 황의 법칙은 반도체의 집적도가 일년에 두배씩 증가한다는 것으로, 이전에 있었던 무어의 법칙을 대치하고 공인받은 법칙이다. 삼성전자에서도 핵심 가운데 핵심에 있는 그의 말은 그래서 상당한 무게를 가진다. 삼성의 고위층이 문제를 직시하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럼 황창규 단장이 언급한 문제점을 살펴보자.갤럭시S vs 아이폰, 삼성에서 보는 문제점은?

첫째로 사용자 인터페이스 부분에서 아이폰이 더 편하다고 했다. 여기서 아이폰의 사용자인터페이스는 오로지 애플이 만들지만, 갤럭시S는 다소 복잡하다. 기반이 되는 구글의 안드로이드 자체의 인터페이스가 아이폰에 비해 떨어질 수도 있지만, 또 그것을 가공해서 삼성 특유의 것으로 커스터마이즈 하는 부분도 있기에 삼성의 역량도 문제가 된다. 요컨대 구글도 삼성도 아직은 애플의 인터페이스 제작능력에 따라가지 못한다는 뜻이다.



둘째로 한국이 너무 늦게 시작했고, 애플이 아이튠즈를 통해 소프트웨어 e비즈니스에서 앞서 나갔다고 말했다. 이것은 앱스토어와 아이튠즈란 앱 생태계의 우수성을 인정한 것이다. 사실 이것은 삼성의 문제점이라기 보다는 구글과 안드로이드 진영의 공통적인 약점이다.

문제는 이 가운데 정작 삼성이 현재 역량으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안드로이드의 특성상 구글이 기본틀을 다 만들어 가지고 온다. 그러면 업체가 나름 다시 가공해서 인터페이스를 향상시킬 수 있는 부분은 제한적이다.

앱스토어나 아이튠즈 역시 마찬가지다. 단시간에 돈과 인력을 퍼부어서 되는 게 아니다. 개발자를 모으고 SDK를 공개하고, 유인책으로 많은 앱을 만들도록 유도해야 한다. 음반업체나 컨텐츠 업체와 협상해서 보다 저렴하고 신속하게 내놓도록 해야 한다. 어느 것 하나 기존 삼성의 역량에 익숙한 게 없다.



삼성이 장기로 삼는건 모범 답안처럼 방향이 다 정해진 곳에 대고, 한번에 대량의 자금을 투입하여 생산능력과 상대성능을 높이는 일이다. 갤럭시S도 그래서 아이폰보다 하드웨어적 완성도나 품질에서는 절대 뒤지지 않는다. 그러나 막상 안쪽의 소프트웨어 역량은 그 방법으로 안되니 답답할 것이다.

물의가 일게 되자 내놓은 삼성의 해명을 보자.

R & D전략기획단은 "황창규 단장의 당초 발언취지는 '갤럭시S 등 한국 스마트폰의 하드웨어 경쟁력은 대등한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UI, 소프트웨어 등에서는 다소 미진한 것은 문화적인 토대가 필요하기 때문이며, 이는 다소 시간이 걸리는 측면이 있으나 우리나라가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는 내용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발언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나름 열세를 인정하지 않기 위한 발언이지만, 알맹이가 없다. 정작 중요한 건 삼성이 이후로도 애플의 소프트웨어 역량을 따라잡기 위한 어떤 대규모 투자도 예정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반도체의 몇 세대 공정 투자라든가, 디스플레이의 패널 생산 공장증설처럼 엄청난 투자를 해야 할 판에 그저 약점을 알고, 의욕만 보이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문제를 알면 당연히 그것을 극복할 전략이 있어야 한다. 삼성이 스스로 파악한 문제점에 대한 대책으로 약점을 보완하기 위한 소프트웨어 능력을 보강하려고 할지, 아니면 그건 포기하고 본래 강점인 하드웨어 생산 능력을 더 극대화 시키려 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내 개인적 추측으로는 후자 쪽일 듯 싶다.

결국 갤럭시S와 아이폰의 대결은 스마트폰에 있어 하드웨어가 먼저냐, 소프트웨어가 먼저냐는 선택을 강요하게 될 것 같다. 소비자는 각자 취향에 따라 선택하면 되겠지만 어쩐지 아쉬운 마음이 드는 건 역시 내가 삼성에 좀더 기대하는 게 많아서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