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에 대해 쓰다보면 문득 애플과 삼성을 중심으로 쓰게 된다. 기껏해야 모토롤라나 HTC를 넣게 될 뿐, 막상 국내의 또다른 대기업인 엘지를 빼놓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하게 된다.

어째서일까. 특별히 내가 엘지에게 무슨 감정이 있다거나 그런 게 아니다. 단지 엘지가 스마트폰에 있어서 시장에 임팩트있는 제품을 제대로 내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차라리 엄청나게 뒤진다든가 아예 엉뚱한 행동을 한다면 그나름대로 화제가 되겠지만 엘지의 행보는 그런 방면으로조차도 임팩트가 없다. 한마디로 존재감이 희박하다는 뜻이다.



엘지는 여러모로 흔하고 무난한 제품을 만든다. 특히 스마트폰에 있어서는 더욱 그렇다. 적당히 유행을 타서 이것저것 내놓고 있지만 선도한다는 느낌은 없고, 그렇다고 특이한 컨셉도 없다. 그러니 안타깝지만 별로 관심을 가질 수가 없다.

그런데 이번에 엘지는 드디어 주목받을 만한 스마트폰을 내놓았다. 바로 듀얼코어를 장착한 스마트폰이다. 뉴스를 보자. (출처)

듀얼코어 스마트폰 '옵티머스2X'가 그동안 부진했던 LG전자를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 안착시킬 효자가 돼 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LG전자는 이달 14일부터 옵티머스2Z 예약판매를 시작했으며 25일 정식 출시한다고 발표했다. 이 회사는 23일 현재 예약 가입자가 7만명에 육박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LG전자 휴대폰 사업은 스마트폰 시장 대응에 늦어 부진함을 보여온 게 사실. 지난달 LG전자의 국내 휴대폰 시장 점유율은 4달만에 20%대를 회복했지만 성장률은 경쟁사들과의 격차가 컸다. 스마트폰 제품들과 관련해서도 수난의 연속이었다.

그럼에도 옵티머스2X에 대한 소비자들의 기대가 높은 편이다. SK텔레콤에 따르면 예약가입을 시작한 이래 일평균 6만5천명이 가입하고 있으며 무선데이터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연령대인 25~35가 신청자의 대부분이다.

옵티머스2X는 1Ghz의 CPU코어가 2개가 장착돼 웹브라우징이 최대 2배빠르고 애플리케이션 가동이 최대 5배 빠르다는 게 LG전자의 설명이다. 풀HD 녹화 및 TV 출력이 가능하고 파워포인트 콘텐츠를 담아 빔프로젝터에 연결해 대형 스크린에 출력할 수 있는 등 PC에 가까운 기능들을 제공한다.



스마트폰이 엄청난 돈의 흐름과 관심을 몰고 다니며 빠르게 성능을 올리고 있다. 때문에 마치 전성기의 PC처럼 하루게 다르게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발전이 이뤄진다. 멀티코어 시대는 피할 수 없는 대세이다. 멀티태스킹을 비롯한 각종 파워풀한 앱이 속속들이 나오고 있다.

때문에 이번 엘지의 새 스마트폰은 최초로 접하는 듀얼코어 스마트폰으로 대단한 존재감을 준다. 그동안 안드로이드의 다소 느린 속도에 불만을 가져온 소비자를 중심으로 상당한 수요와 호평이 있을 것이며, 벌써부터 그 조짐이 보인다. 좋은 선택이고 제품발표다. 하지만 과연 이것으로 충분한 걸까?

그동안 엘지 스마트폰의 문제점으로 꼽혀온 것이 무엇이던가? 느린 속도라든가 뒤지는 스펙이 아니다. 하물며 AS라든가 그룹 이미지 같은 것도 아니다. 답은 저 기사의 다른 부분에 있다.



초기모델 '안드로원'은 호평을 받지 못했고 옵티머스Q나 옵티머스Z는 '프로요'로의 운영체제 업데이트 지연 문제로 소비자들의 원성이 높았다. 옵티머스Q는 '화이트 노이즈' 문제로 소비자들 사이에서 품질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고사양 모델 옵티머스 마하는 초기화 버그 문제가 발생하는 등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옵티머스원의 경우 보급형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지만 프리미엄 시장에서의 LG전자의 입지는 여전히 취약한편이다.

문제는 무엇인가? 하드웨어라기 보다는 소프트웨어, 그 가운데서도 운영체제인 안드로이드에 대한 지원과 최적화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즉 하드웨어를 지원해주는 소프트웨어 역량이 너무도 부족하다는 점이다. 이 점은 다른 대기업 삼성도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지만 엘지의 경우에는 그 정도가 너무 심하다. 심지어 팬텍보다 늦게 업그레이드 해주는 운영체제를 보면서 소비자들이 받을 인상은 매우 열악하다.

LG 스마트폰, 듀얼코어보다 중요한 것은?



듀얼코어는 물론 중요하다. 좋은 선택이었다. 그러나 이건 겨우 특정 제품의 아주 한시적인 판매에만 도움을 줄 뿐이다. 어차피 다른 회사 제품도 몇달 이내에 전부 듀얼코어로 나오게 될 게 뻔하다. 엘지 스마트폰에 있어 정말 중요한 것은 하드웨어 성능에 걸맞는 운영체제 지원이 빠르고 확실히 이뤄져야 한다는 점이다. 그것은 소프트웨어 인력을 늘리고 부서에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전 남용 CEO는 연구개발 예산을 줄여서 경영실적을 개선했기에 일시적으로는 좋은 평가를 받았다. 그건 정말 어리석은 일이었다. 첨단 IT기업에서 연구개발비는 최후까지 보존해야 될 영역이다. 휴대폰이 세탁기나 냉장고 수준의 백색가전제품에 불과하다는 생각으로 운영했다는 증거밖에 안된다. 지금 휴대폰은 컴퓨터보다 더 첨단기술이 들어가는 제품이다.


하드웨어라고 해도 어차피 그것조차 엘지의 자체 역량은 아니다. ARM의 APU설계를 벗어나지 못하는 타회사 제품으로 얻어지는 기술격차는 너무도 허무하다. 그것보다는 자체의 운영체제 포팅 능력과 하드웨어 최적화 인력을 키우고 영입해서 성장해야 한다. 단기간에 그게 여러 여건으로 힘들다면 하다못해 하드웨어 자체를 구글의 레퍼런스와 최대한 비슷하게라도 만들어 운영체제 개발을 쉽게 하는 것도 좋은 선택이다.

듀얼 코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소비자의 신뢰다. 엘지 스마트폰을 한번 사면 최대한 성의를 다해서 지원해줄 것이고, 최소한 운영체제는 남들보다 빨리 좋은 성능으로 업그레이드 해서 쓸 수 있다는 신뢰 말이다. 그것이 당장 눈앞의 듀얼코어보다 더 엘지의 스마트폰 전체의 판매를 장기적으로 늘려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