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신지식인이라 불렸고 지금 한 편의 영화를 들고 나타난 심형래 감독이 말했었다. '못해서 안하는 게 아니라, 안하니까 못하는 겁니다.' 라고. 혹은 작고 하신 현대의 정주영 회장도 말했다. '그것은 우리가 걱정할 필요가 없어요!' 라고.

현재의 결과를 가지고 거꾸로 원인을 마구 만들어내는 건 쉽다. 그건 그야말로 조금만 능력이 있으면 아무나 할 수 있다. 반대로 현재의 결과와 상관없는 원동력과 장단점을 찾아내기란 어렵다. 그건 최소한 편견에 휩싸이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근래에 있어 한국(혹은 외국도 마찬가지다)에서 애플 팬보이들이 주장하는 이슈 가운데 많은 부분은 결과를 가지고 논거로 삼아 별 가치없는 이론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것은 얼핏보면 결과와 원인이 일치하니까 확고하고 명쾌한 진리로 보인다. 그러나 똑같은 원인조차 뒤집어보면 단점이 될 수 있고 시대와 맞지 않게 되면 얼마나 우둔한 요인이 되는지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

현재 스마트폰은 안드로이드폰과 아이폰의 양극구도를 이루고 있다. 그런데 그저 다양성을 가지고 선의의 경쟁을 하는 가운데서도 꼭 편파적이나 악의에 찬 논쟁이 오간다. 그 가운데 하나가 '안드로이드가 아이폰을 절대 이길 수 없다.' 라든가, 반대로 '아이폰이 안드로이드에게 끝내는 지게 될 것이다.' 란 논리다. 두 주장 모두가 서로가 보고 싶은 면을 본 주장이다.

하지만 굳이 말하자면 나는 후자쪽의 가능성을 20퍼센트 정도 더 크게 보고 있다. 그리고 더 엄밀히 말하자면 굳이 안드로이드폰 하나가 아니라 더욱 다양한 운영체제와 플랫폼이 단일플랫폼보다 점유율에서는 이길 확률이 높다고 생각한다.


애플과 아이폰만을 열광적으로, 거의 맹목적으로 지지하는 모 블로그가 있다. 나도 가끔 가서 흥미롭게 읽긴 한다. 하지만 굳이 말하자면 그곳은 꼭 종교의 대부흥회 같은 분위기라서 일방 논리만 있을 뿐 소통이 없다. 말로는 소통하지만 그건 알다시피 특정종교 교회 안에서 하는 수준의 소통일 뿐이다. 기본적으로 '애플이냐. 애플이 아니냐.' 라는 옛날 캐논 카메라 선전 같은 수준의 사고방식만을 가진 곳에서는 어떤 자유로운 교류가 이뤄질 순 없다.

그곳 블로거는 스스로만 매우 공정하고 깨끗한 블로거이며 다른 언론기자와 블로거는 거의 모두가 특정기업에 매수됐거나, 돈만 쫓는 타락한 블로거라고 말한다. 그리고 댓글은 거의가 그 글을 맹렬 지지하는 것 뿐이다. 혹시 누가 반대의견을 제시하면 모기업 사원이나 알바 아니냐는 인신공격뿐만 아니라 욕설까지 오간다.

그곳에는 기본적으로 품격이란 게 없다. 자기들 의견과 거슬리면 사탄 아니냐는 어떤 논리를 생각나게 한다. 하긴 개인적인 블로그니까 그곳에서 뭘 하든 기본적으로 자유다. 대상이 신이 아니라 애플제품, 혹은 스티브 잡스일뿐 그곳은 종교 블로그라고 나는 생각한다.


어쨌든 그래도 담론은 담론이다. 나는 예전에 '아이폰4에 관해서 당신의 말을 믿지 않습니다.'란 매우 인간 사회 불신적인 글을 쓴 그곳과도 거대한 주제에 대해서는 인신공격없이 토론해볼 생각이 있다. 적어도 나는 그들과 다르게 되려고 노력한다. 어차피 그들에게는 지능형 삼성알바로 매도당하겠지만 그거야 그들의 희망사항이고 착각일 뿐이다.


안드로이드폰이 아이폰을 이길 수 없는 이유는?

그곳에서 이번에 올라온 주제다. 실제 제목은 <뛰어넘을 수 있는 이유> 지만 그건 비꼬는 의미의 반어법이다. 그리고 원인은 딱 하나였다. 지금까지 나온 수많은 안드로이드폰의 제품종류를 놓고 그에 비해 아이폰 모델 종류와 숫자를 비교한다. 그게 끝이다. 한마디로 여러 제품이 난립하고 운영체제의 파편화가 이뤄지는 안드로이폰 따위가 어찌 딱 몇 개에만 집중한 단일 엘리트 플랫폼 아이폰을 이기겠냐는 뜻이다.

얼핏 그럴 듯해 보인다. 현재도 아이폰은 잘나가고 있고 단일 플랫폼으로는 정말로 적수가 없다. 현재에 대한 분석일 뿐이라면 나도 찬성하는 부분이 있다. 그러나 미래 예측에 대한 부분까지 가면 나는 생각이 다르다.

안드로이드폰이 아이폰을 이길 수 있는 이유는?

첫째로 지금 개인용 컴퓨터 시장을 보자. 애플의 플랫폼은 극도로 간결하다. 아이맥과 맥북 , 맥북 에어뿐이다. 구성 하드웨어도 종류가 적고 운영체제 간결하다. 따라서 쾌적하고 쓰기 좋다. 어플도 숫자는 적어도 질 좋은 어플이 많다. 그런데 왜 정작 맥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9퍼센트 정도인가? 그렇게 라인업이 적은데다 전부 집중하는 데 말이다.

그에 비해 이제까지 나온 전세계 각 회사의 PC와 노트북의 종류를 놓아보자. 아마 밤하늘의 별만큼이나 많을 지 모른다. 그럼에도 그들은 맥을 이기고 있다. 원동력은 단지 표준화된 운영체제인 MS의 윈도우 때문이다. 단지 회사별 플랫폼 다양성 만으로는 이유가 안된다.



이것은 바로 표준화의 힘이다. 다양성도 충족하면서 일정한 호환성과 통일성을 보장하는 표준화는 한 업체가 자기 제품에만 적용하는 일관성과는 다르다. 전세계적인 파트너쉽을 말하는 것인데 애플은 언제나 이런 표준화를 거부했다. 자기 운영체제를 다른 곳에 라이센스 주지도 않는다.

운영체제의 파편화나, 각 회사별 커스터마이징 부분은 미묘하지만 구글이 어쨌든 주도하며 힘을 키워가는 입장에다가, 만일 정 이것이 미래가 없다면 MS의 통제된 운영체제 윈도우 모바일도 있다. 아니, 어쩌면 윈도우8이 ARM용으로 나와 모든 스마트폰에서 부팅될 수도 있다. 따라서 미래전망에서 단지 숫자가 많으니 숫자가 적은 아이폰을 못이긴다는 전망 자체가 매우 적중확률이 낮다.

둘째로 인간의 다양성에 대한 욕구를 망각하고 있다. 애플이 정말 좋고 아이폰이 정말 무엇과도 바꿀 수 없어 구입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어느 시대에나 그런 열광층은 반도 안된다. 대부분은 가볍게 '그게 좋다니까' 사서 쓰는 사람이고, '유행이니까' 사는 사람이다. 초콜릿폰이니 김태희폰이 성능우위가 탁월해 잘 팔린게 아니다. 아이폰 열성팬이 말하는 '정말로 아이폰의 모든 장단점을 다 알고도 좋아서 산'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다. 심지어 그냥 디자인이 좋으니 패션 아이템으로 사는 사람도 있다.

문제는 성능과 별개로 다양하지 않으면 날이 갈 수록 늘어나는 스마트폰 사용자의 모든 취향을 충족시키지 못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남자가 미스코리아 진과 결혼한다고 해서 평생 다른 여자에게 눈도 안돌릴 것 같은가? 훨씬 모자라는 미모라도, 어떤 개성이나 신선함만 있어도 눈을 돌린다.
물론 결혼은 신성한 것이니 이런 충동을 행동으로 옮겨서는 안된다. 그러나 제품구입에 있어서야 무슨 그런 신성함이 있을 리가 없다. 신성함이 존재하는 건 단지 팬보이들 뿐이다.



애플이 고집스럽게 거부하는 플래시, 쿼티 자판 미탑재, 다양하지 못한 디스플래이 크기, 음장효과 없는 평이한 음악성능, 다소 불편한 아이튠스 등, 결정적은 아니지만 단일 플랫폼이 충족 못시키는 대중의 욕구는 매우 다양한다. 애완동물로 치와와가 귀엽다고 누구나 치와와만 키우지는 않는다. 심지어 이구아나를 키우는 사람도 있고, 호랑이를 키우는 사람도 있다.

어차피 모든 경쟁제품은 경쟁하면서 서로 장점을 흡수하려 애쓴다. 느릴 수는 있어도 양쪽 진영 모두 바보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 가운데 아이폰 역시 상당부분이 계속 따라잡히고 있다. 나는 애플이 미래에도 아이폰 단일 플랫폼으로 최고의 수익율을 올릴 수는 있다고 본다. 그러나 점유율이나 전체적인 규모의 수익에서는 밀려날 가능성이 많다고 생각한다.



끝으로 내가 예전에 어떤 분과 재미로 해본 말을 추가해본다. 미국이 전세계 상위권 국가를 합친 것보다 많은 군사비와 첨단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말에 내가 질문을 던졌다.

그럼 미국과 전세계가 전쟁하면요? 미국이 이기나요?
아뇨! 그럴 리가 없죠. 아무리 미국이라도 전세계랑 전쟁해서 어떻게 이겨요? 같이 죽겠다고 협박할 수는 있어도 절대 못이깁니다.

과연 애플 아이폰 하나가 전세계 모든 플랫폼을 상대로 전쟁해서 이길 수 있을까? 나는 미래를 길게 봤을 때, 이길 수 없다는 쪽에 걸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