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예전에 들은 미국 이야기 가운데 하나가 있다. 미국에서는 절대로 한국처럼 무슨 일이 생겼을때 반사적으로 '미안하다' 라고 하지 말라는 것이다. 어째서일까. 모든 것을 법정에서 처리하는 미국은 아무리 자기가 잘못했더라도 함부로 '미안하다'라는 이야기를 하는 순간 그게 불리한 진술로 법정에서 쓰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사실인지 아닌지는 몰라도 이 이야기를 듣는 순간 내가 느낀 감정은 살벌하다는 것이었다. 서로 겸양하고, 남을 높이고 나를 낮추는 문화를 가진 한국에서 자란 나는 때로 잘못한 게 없어도 미안하다는 말을 했다. 그런데 미국에서는 잘못했어도 미안하다고 말하면 안된다니. 그럼 안타깝군요. 라든지 안됐군요. 라고 말해야 하는 걸까.



아이폰과 아이패드등에 쓰이는 애플의 운영체제 iOS에서 알람이 제 시간에 울리지 않는 버그가 발생했다. 처음에 나는 이 버그 자체를 그다지 중요하게 보지 않았다. 어차피 현대의 어떤 프로그램이나 코드에도 버그는 있다. 사람도 실수는 있다. 그냥 인정하고 사과하며 바로잡으면 될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게 그리 쉽지는 않은 것 같다. 우선 최초 뉴스다. (출처)

2011년 1월 1일에 반복설정을 하지 않은 알람이 정해진 시간에 울리지 않는 현상이 보고되었다. 이는 시간대에 관계없이 전세계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으로 보인다. 9to5mac에서는 직접 실험해본 결과 이 버그가 1월 3일 이후에는 더 이상 발생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후 오늘 또 한가지 뉴스가 들어왔다.(출처)

2011년 1월 1일에 반복설정되지 않은 알람이 울리지 않은 현상에 대해 Macworld가 애플 사의 공식 입장을 전달받았다. 애플 대변인 나탈린 해리스는
"폐사는 반복설정되지 않은 알람이 1월 1일과 2일에 울리지 않는 문제에 대해 인지하고 있습니다. 사용자께서는 해당 기간에는 반복알람을 설정하시면 되며, 1월 3일 이후에는 모든 알람이 정상적으로 작동할 것입니다."
라고 밝혔다.




문제는 다른데 있다.
첫째는 이런 알람버그가 신년인 이번에만 그런건 아니란 점이다. 작년 서머타임에도 이런 버그가 있었는데 애플은 별다른 조치가 없이 넘어갔다. 어차피 비밀주의인 애플의 속성상 조용히 버그를 고쳤겠거니 하고 넘어갔는데 이번에도 문제가 터졌다.


둘째로 애플의 저 발표에는 어떤 사과나 미안한 심정이 없다는 점이다. 알람이라면 이건 생활과 직결되는 문제다. 지금 네트에는 이 문제 하나로 신년 소개팅에 늦을 뻔 했거나, 중요한 약속자리에 늦게 나갔다는 등 피해사례를 호소하는 네티즌이 있다. 그런 사람이 전세계의 아이폰 등 보급률을 볼때 한둘이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애플은 단 한마디 미안하다는 사과나 재발방지를 약속하지 않았다.



이것은 혹시 법적인 문제 때문인가? 사과를 하고 싶기는 한데 엄청난 고소와 손해배상 청구에 휩싸일까봐 그런 것일까. 그러면 아예 버그 자체를 부인할 것이지 왜 인정할까? 그저 반복설정만 해주면 된다는 답변이 어쩐지 지난 아이폰 데스그립 사태때 '그냥 그렇게 잡지 마라.' 고 말하는 태도와 별반 차이가 없어 보인다.

반복되는 애플의 알람버그, 사과는 없는가?

애플뿐만 아니라 다른 회사도 전부 그런 것일까. 조금 다른 사례로 엘지의 문자 연도 연도 오류 사건을 들어보자. (출처)

엘지는 1월 1일 당일날에 공식 사과문을 올리고 1월 3일 0시 부터 펌웨어 업그레이드를 진행했다.



애플도 최소한 공식적인 입장 표명과 사과, 원인과 해결 방안에 대해 이야기 해줘야 한다. 그게 고객에 대한 도리다. 그저 '알람버그? 알고 있다. 그래서 뭐?' 라는 식의 이런 대응은 현재 애플의 인지도나 아이폰의 전세계 보급률을 볼 때 실망스럽다. 차라리 소수만 쓰는 기기였으면 문제삼지도 않는다.


전에 본 썰렁한 개그 가운데 하나가 떠오른다. 조폭에게 장난전화를 걸어 개그를 하던 개그맨이 난데없이 사과가 영어로 뭡니까? 하고 물은 다음, 애플이라고 답하고나서 욕하는 조폭에게 '왜 욕하십니까? 지금 바로 저에게 애플(사과)하세요!' 라고 하는 대목이다. 나도 애플에게 그렇게 말하고 싶다.

반복되는 아이폰의 알람버그, 애플은 당장 고객들에게 애플(사과)하세요!



붕어빵에 붕어가 없듯이 회사이름이 사과인 애플에게는 정작 애플(사과)이란 단어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