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에서 체험한 상상속 해저2만리.
2011. 1. 15. 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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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세상을 보는 창문(이벤트)
어렸을 적에 재미있게 본 소설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있다.
많은 명작 SF를 써온 줄베르느의 해저 2만리가 바로 그것이다. 아직 원자력 잠수함이란 개념조차 나오지 않은 시기였다 하지만 이 소설에서는 장시간 잠항한 채로 바다속을 항해하는 노틸러스호를 등장시켰다. 그 소설 속에서 등장한 네모 선장은 아직도 최후의 모습과 함께 내 기억 속에 남아있다.
평생을 살면서도 그저 자연스럽게 살아간다면 사람이 경험할 수 있는 환경은 그렇게 많지 않다. 일부러 고산지대의 최고봉에 올라갈 일도 없고, 땅속에 깊숙이 들어갈 일도 없다. 우주공간이나 달표면에 갈 일도 없다. 수심 몇 십미터의 해저 역시 평생 가볼 일이 없다. 해녀나 잠수부조차도 이렇게 깊은 곳에 오래 있을 일은 없다.
제주도 서귀포에서 잠수함을 타볼 수 있다고 했을 때 그래서 내 가슴이 그렇게 설레였는지도 모른다. 미지의 것에 대한 동경과 도전. 잠시 잃어버렸던 어린 시절의 동심이 마음 속에서 우러나왔던 게 아닐까.
1988년, 올림픽이 열린 해부터 시작된 서귀포 잠수함 투어는 그래서 매우 흥미롭다. 제주에서 유일하게 바다속 40미터에 있는 난파선을 볼 수 있는 코스로서 각종 흥미거리를 가득 가지고 있다.
탑승을 위한 간단한 수속뒤 잠수함으로 가기 위해, 항구에서 배를 타고 나올 때부터 눈부시게 아름다운 광경이 펼쳐진다. 포구에 즐비하게 늘어선 배와 군함들이 눈에 띈다. 아기자기한 건물과 조형물은 한국이 아니라 유럽 지중해의 어느 항구를 보는 느낌이었다.
유난히 커플과 동반 여행객이 많이 눈에 띄다. 외국인도 있었는데 아무래도 이런 신기한 경험은 외국에 와서 더 하고 싶은 것 같다. 배를 타고 나오면서 펼쳐지는 아름다운 광경을 한껏 눈과 카메라에 담아둔다. 가져갈 수만 있다면 얼마든 가져가서 보고 싶은 상쾌함이 그 속에 있다.
드디어 잠수함에 탔다. 앞쪽에 있는 패널과 계기판이 신기한 가운데 우리의 늠름한 함장님께서 조종에 집중하고 계시다. 안전운항 부탁해요, 네모 함장니임~!
"지금부터 잠수합니다."
질서 있는 관람을 위한 안내가 나오는 가운데 잠수함은 드디어 잠수했다. 눈앞에 있는 카메라에 점점 잠수함이 물속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보인다. 하도 부드럽게 들어가기에 잠수하는 느낌도 그다지 없었다.
수심 10미터에서는 제주의 생태계가 펼쳐진다. 다양한 해조류와 물고기들이 마치 수조속 광경처럼 펼쳐지지만 사실은 정반대다. 물고기 쪽이 넓은 공간에 있고 보는 내가 작은 어항 안에서 보는 거나 마찬가지다.
광각렌즈처럼 넓은 시야 때문에 창밖 사물은 실제 크기보다 작아보인다. 오목렌즈 효과와 비슷하다. 어느새 수심 20미터. 각종 진귀한 물고기를 구경하는 가운데 잠수부가 창 안쪽으로 손을 흔들며 지나간다.
30미터에서는 화려한 연산초 군락을 볼 수 있다. 이른바 산호라고 하는 이들은 수중의 특성상 빛이 적어서 그 화려함을 쉽게 느낄 수 없다. 인위적으로 잠수함에서 빛을 쏘아주자 화려한 모습이 드러나는 데 놀랄 정도로 신비했다.
이제 40미터. 제주 유일의 난파선이 보인다. 커다란 배가 심해에서 조용히 가라앉아 있는데 환경오염 물질은 이미 제거했고 오히려 물고기들의 집인 어초가 되어 좋은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한다. 해저 2만리의 기분을 가장 잘 느낀 건 이 때였다. 사람이 평생을 두고 보기 힘든 것을 보고 있다는 생각에 잠시도 시선을 떼지 않았다.
잠시 해저에 정지해 있는 상태에서도 조종석에는 항상 긴장이 흐른다.
원래 잠수함은 크림슨타이드 같은 영화에서도 보듯, 해저에 숨어있는 전략무기에 가깝다. 군용 잠수함은 항상 어뢰를 숨기고 적의 배와 잠수함을 노린다. 그럴 때 바로 이렇게 해저에 조용히 숨어있는 것이다. 때로는 핵무기가 장착된 순항 미사일을 탑재하기도 한다.
"부상합니다!"
잠시의 긴장을 깨고 잠수함이 위로 떠오른다. 그 순간에 나는 물속에서 떠오르는 내 몸을 느끼려 노력했다. 귀중한 경험이란 생각이 계속 심장을 뛰게 만들었다.
돌아오는 길은 오는 길을 거꾸로 밟아나가는 것과 같았다. 잠수함 선장님의 사인이 들어간 해저탐험증명서와 단체 사진이 추억의 기념물로 남았다.
실제로 나는 해저에 들어갔지만 2만리를 가지는 않았다. 시간으로 따지면 한시간 남짓이었고, 거리도 그렇게 길지는 않았다. 그러나 내 마음속에 있는 소년은 잠수함과 함께 끝없이 길고 흥미진진란 모험을 떠났다. 어쩐지 서귀포 잠수함과 어릴 적 상상했던 노틸러스 호가 겹쳐보이는 건 단지 부질없는 착각이 아닐 것이다.
많은 명작 SF를 써온 줄베르느의 해저 2만리가 바로 그것이다. 아직 원자력 잠수함이란 개념조차 나오지 않은 시기였다 하지만 이 소설에서는 장시간 잠항한 채로 바다속을 항해하는 노틸러스호를 등장시켰다. 그 소설 속에서 등장한 네모 선장은 아직도 최후의 모습과 함께 내 기억 속에 남아있다.
평생을 살면서도 그저 자연스럽게 살아간다면 사람이 경험할 수 있는 환경은 그렇게 많지 않다. 일부러 고산지대의 최고봉에 올라갈 일도 없고, 땅속에 깊숙이 들어갈 일도 없다. 우주공간이나 달표면에 갈 일도 없다. 수심 몇 십미터의 해저 역시 평생 가볼 일이 없다. 해녀나 잠수부조차도 이렇게 깊은 곳에 오래 있을 일은 없다.
제주도 서귀포에서 잠수함을 타볼 수 있다고 했을 때 그래서 내 가슴이 그렇게 설레였는지도 모른다. 미지의 것에 대한 동경과 도전. 잠시 잃어버렸던 어린 시절의 동심이 마음 속에서 우러나왔던 게 아닐까.
1988년, 올림픽이 열린 해부터 시작된 서귀포 잠수함 투어는 그래서 매우 흥미롭다. 제주에서 유일하게 바다속 40미터에 있는 난파선을 볼 수 있는 코스로서 각종 흥미거리를 가득 가지고 있다.
탑승을 위한 간단한 수속뒤 잠수함으로 가기 위해, 항구에서 배를 타고 나올 때부터 눈부시게 아름다운 광경이 펼쳐진다. 포구에 즐비하게 늘어선 배와 군함들이 눈에 띈다. 아기자기한 건물과 조형물은 한국이 아니라 유럽 지중해의 어느 항구를 보는 느낌이었다.
유난히 커플과 동반 여행객이 많이 눈에 띄다. 외국인도 있었는데 아무래도 이런 신기한 경험은 외국에 와서 더 하고 싶은 것 같다. 배를 타고 나오면서 펼쳐지는 아름다운 광경을 한껏 눈과 카메라에 담아둔다. 가져갈 수만 있다면 얼마든 가져가서 보고 싶은 상쾌함이 그 속에 있다.
드디어 잠수함에 탔다. 앞쪽에 있는 패널과 계기판이 신기한 가운데 우리의 늠름한 함장님께서 조종에 집중하고 계시다. 안전운항 부탁해요, 네모 함장니임~!
"지금부터 잠수합니다."
질서 있는 관람을 위한 안내가 나오는 가운데 잠수함은 드디어 잠수했다. 눈앞에 있는 카메라에 점점 잠수함이 물속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보인다. 하도 부드럽게 들어가기에 잠수하는 느낌도 그다지 없었다.
수심 10미터에서는 제주의 생태계가 펼쳐진다. 다양한 해조류와 물고기들이 마치 수조속 광경처럼 펼쳐지지만 사실은 정반대다. 물고기 쪽이 넓은 공간에 있고 보는 내가 작은 어항 안에서 보는 거나 마찬가지다.
광각렌즈처럼 넓은 시야 때문에 창밖 사물은 실제 크기보다 작아보인다. 오목렌즈 효과와 비슷하다. 어느새 수심 20미터. 각종 진귀한 물고기를 구경하는 가운데 잠수부가 창 안쪽으로 손을 흔들며 지나간다.
30미터에서는 화려한 연산초 군락을 볼 수 있다. 이른바 산호라고 하는 이들은 수중의 특성상 빛이 적어서 그 화려함을 쉽게 느낄 수 없다. 인위적으로 잠수함에서 빛을 쏘아주자 화려한 모습이 드러나는 데 놀랄 정도로 신비했다.
이제 40미터. 제주 유일의 난파선이 보인다. 커다란 배가 심해에서 조용히 가라앉아 있는데 환경오염 물질은 이미 제거했고 오히려 물고기들의 집인 어초가 되어 좋은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한다. 해저 2만리의 기분을 가장 잘 느낀 건 이 때였다. 사람이 평생을 두고 보기 힘든 것을 보고 있다는 생각에 잠시도 시선을 떼지 않았다.
잠시 해저에 정지해 있는 상태에서도 조종석에는 항상 긴장이 흐른다.
원래 잠수함은 크림슨타이드 같은 영화에서도 보듯, 해저에 숨어있는 전략무기에 가깝다. 군용 잠수함은 항상 어뢰를 숨기고 적의 배와 잠수함을 노린다. 그럴 때 바로 이렇게 해저에 조용히 숨어있는 것이다. 때로는 핵무기가 장착된 순항 미사일을 탑재하기도 한다.
"부상합니다!"
잠시의 긴장을 깨고 잠수함이 위로 떠오른다. 그 순간에 나는 물속에서 떠오르는 내 몸을 느끼려 노력했다. 귀중한 경험이란 생각이 계속 심장을 뛰게 만들었다.
돌아오는 길은 오는 길을 거꾸로 밟아나가는 것과 같았다. 잠수함 선장님의 사인이 들어간 해저탐험증명서와 단체 사진이 추억의 기념물로 남았다.
실제로 나는 해저에 들어갔지만 2만리를 가지는 않았다. 시간으로 따지면 한시간 남짓이었고, 거리도 그렇게 길지는 않았다. 그러나 내 마음속에 있는 소년은 잠수함과 함께 끝없이 길고 흥미진진란 모험을 떠났다. 어쩐지 서귀포 잠수함과 어릴 적 상상했던 노틸러스 호가 겹쳐보이는 건 단지 부질없는 착각이 아닐 것이다.
P.S : 어젯밤 부터 감기 몸살기운이 찾아와 현재 누워있습니다. 오랫만에 감기 걸려보네요;; 요즘 한파 무섭습니다. 모두 건강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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