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랜드, 한라산 원시림을 기차로 달리다.
2011. 1. 10.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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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세상을 보는 창문(이벤트)
제주의 경치 가운데 가장 흔하고도 눈에 확 띄는 것이 무엇일까.
뭐니뭐니해도 돌이다. 그냥 돌이 아닌 구멍이 뽕뽕 뚫린 현무암이다. 제주도 자체가 화산섬인 만큼 용암이 녹아 흘러내려 굳어진 이 돌은 제주도가 가진 특성의 절반을 대표한다고 봐도 좋다. 현무암과 화산재로 이뤄진 토양에 제주도의 위치가 주는 기후가 합쳐져 독특한 식생과 자연환경이 나타난다.
한라산 원시림인 곶자왈 지역은 그런 면에서 매우 볼 만한 곳이다. 여기서 곶자왈이란 숲이란 의미의 곶, 암석과 가시덤불이 뒤엉킨 모습을 뜻하는 자왈이 합쳐진 제주도 사투리다. 중요한 건 이 곶자왈이 세계에서도 매우 독특한 환경이라는 것이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열대 북방한계 식물과 한대 남방 한계 식물이 공존하는 제주의 숲과 지형을 일컫는다.
이런 곶자왈 지역을 보고 즐기는 데는 물론 직접 가서 전부 걷고 달리며 보는 게 최고다. 하지만 이 지역은 매우 넓고 볼 거리는 흩어져 있다. 그러니 인디애나 존스급의 탐험가라든가, 히말라야 등반도 하는 산악인이 아닌 담에야 모든 것을 짧은 시간에 보며 느긋하게 즐길 수가 없다. 무엇인가를 타고 돌아봐야 하는데 일반적인 자동차나 자전거로는 어림도 없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기차다. 제주 에코랜드는 숲속 기차여행이란 테마로 만들어졌다. 영국에서 제작한 볼드윈 기관차로 30만평의 한라산 원시림을 두루 편안하게 돌아다니며 즐길 수 있다.
제주도에는 그동안 기차가 없었다고 한다. 하긴 기차라는 게 대량의 사람과 물자를 정해진 코스대로 신속하게 실어나르는 게 목적이다. 일제시대에는 대륙침략이라든가, 물자공출의 공적으로 만들어졌고, 경제 성장기에는 대도시와 항만간의 빠른 연결이 목적이었다. 어느 쪽이든 제주도와는 관련이 없는 이야기였다. 그런데 이런 순수 관광 목적의 기차가 최초의 제주 기차 도입 사례라니 재미있다.
보통 기차라고 하면 거무튀튀하고 위압적이며 웅장한 쇳덩어리를 떠올린다. 그러나 에코랜드의 기차는 달랐다. 놀이동산에 있을 법한 귀여운 모습이면서도 기능성에서는 상당히 훌륭하다. 미적 감각과 관광목적을 전부 만족시키는 훌륭한 모습이다. 설명을 보니 홍콩 디즈니랜드의 기차를 제작한 영국 회사가 만든 수제품이라고 한다.
기차만 아름다운 게 아니다. 에코랜드의 입구부터 모든 시설이 매우 보기 좋고 아름답다. 깔끔한 색깔과 아이들이 좋아할 장식물들, 귀여운 팬더 장식물이 눈길을 끈다. 그런데 이 팬더, 어째 싫어하는 아이를 끌고 가는 아빠 같다. 설마 집에서 온라인 게임이나 하겠다는 아이를 끌고 에코랜드에서 자연을 보고 공부하자고 온 부모의 모습을 형상화한 걸까?
그래도 일단 오면 아이들도 절대 싫어할 리가 없다. 다 큰 어른인 나도 이 기차와 역을 보고 참 재미있었는데 말이다. 매표구에서 지하철 티켓 사듯 가볍게 표를 사면 그걸로 수속 끝이다. 요금도 그다지 비싸지 않다. 지하철 게이트처럼 생긴 것 하나를 넘어오면 운행시간에 맞춰 기차가 도착한다.
기차에 타서 좌석에 앉으면 나긋나긋한 목소리의 안내방송을 들을 수 있다. 물이 뿜어나오는 분수라든가 아직 푸르름이 남은 나무와 풀을 보면서 마음이 조금씩 맑아진다. 머지 않아 첫번째 역에 도착했으니 바로 에코브리지다.
에코브리지는 호수가 특색이다. 2만평 규모의 넓은 호수에 수상데크를 놓아 물 위를 걷는 듯 자연스럽게 움직이며 풍경을 즐길 수 있다. 잠시 감상하고는 다시 역으로 돌아가 기차로 이동하는 방법과 다음 역까지 걸어가는 방법이 있는데 걷는 쪽을 택했다. 가족단위의 관람객이 많았는데 카메라 하나 딸랑 메고 홀로 움직이는 내가 어쩐지 약간 외롭다. 기분 탓일까 백조 두마리 조각상이 그리는 하트는 솔로인 내 마음에 한 방을 날린다. 에엣, 그냥 경치에 집중하자.
에코랜드란 이름답게 환경을 생각해 호수 물을 이동시키는 데 풍차를 쓴다. 네덜란드에서나 보는 기능성 풍차를 여기서도 쓰다니 흥미있게 볼 수 있었다. 그런데 너무 느긋하게 걸었나? 다음 열차 출발시간이 가까워진다. 서둘러 레이크 사이드역으로 가서 열차를 탄다.
다음 역인 피닉스가든역이다. 넓은 금잔디 지역이라 피크닉에 딱 어울린다고 한다. 크리스마스가 지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춥지만 햇살이 비치는 지라 보는 곳마다 아름답게 비친다. 여기서는 드디어 본격적으로 자연 식생이 있는 에코로드를 걸을 수 있다.
눈 덮인 흙과 암석 가운데 자라는 이끼 고사리 등이 신기하다. 서두에서도 다소 어려운 말로 남방 한계식물 어쩌고 했는데 쉬운 말로 풀어쓰면 다음과 같다. 열대식물이 자랄 수 있는 가장 추운 곳이자 한대식물이 자랄 수 있는 가장 따뜻한 곳이 제주도란 이야기다. 좀 과장하면 아마존의 열대 정글과 시베리아 삼림이 공존한다는 의미가 된다.
제주도 보존자원 1호라는 화산송이와 각종 식물을 감상하며 에코로드를 거닐었다. 마침 제주도에도 눈이 좀 내려서 하얀 색깔은 아름다웠지만, 계절이 더 좋을 때 왔다면 정말 멋지고 신비로운 경관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다음 열차를 기다리는 동안 돌로 만든 곰돌이 가족의 모습을 감상해본다. 아주 정겹고 단란한 풍경이라고 말해주고 싶지만, 한편으로는 서로 따로 노는 것 같다. 오늘날 정겨운 한자리 모임이 부족한 한국사회의 일면을 날카롭게 지적한 현대미술이다... 라고 말하면 만든 사람에게 실례일 것 같다.
다음 역인 그린티&로즈가든 역은 아쉽게도 겨울에는 정차하지 않는다. 야생화와 녹차나무, 장미를 감상할 수 있는 곳인데 겨울에는 어떤 것도 피지 않기 때문이다. 다른 계절에 제주에 오게 되면 꼭 와서 보고 싶다.
관람을 마치고 나니 아쉬움이 남는다. 미리 좀더 알고 왔다면 더 많은 것을 적극적으로 보고 갈 수 있을 텐데, 겨울이 아닌 계절에 볼 수 있는 것도 많을 텐데 라는 아쉬움이다. 아직은 제주도에서도 홍보가 덜 되어 있는지 많은 사람이 오지는 않았다. 이런 곳은 서울 인근에만 있더라도 엄청난 관람객이 몰릴 텐데 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도 놀러온 아이의 해맑은 미소와 선물가게 안 곰돌이 인형의 깜찍한 모습을 보면서 점차 이곳이 제주의 대표관광 명소가 될 거란 생각이 든다. 사람이 만든 교통수단 가운데 가장 낭만적인 기차와 사람의 손길이 거의 닿지 않는 원시림이 이렇게 훌륭히 조화를 이룰 줄이야. 제주도에 관광차 가는 사람들에게 이곳을 꼭 추천해주고 싶다. 더불어 내내 솔로인 내 염장을 지른 백조 조형물에 대고 맹세한다. 가까운 장래에 커플로서 꼭 다시 오겠다고 말이다.
뭐니뭐니해도 돌이다. 그냥 돌이 아닌 구멍이 뽕뽕 뚫린 현무암이다. 제주도 자체가 화산섬인 만큼 용암이 녹아 흘러내려 굳어진 이 돌은 제주도가 가진 특성의 절반을 대표한다고 봐도 좋다. 현무암과 화산재로 이뤄진 토양에 제주도의 위치가 주는 기후가 합쳐져 독특한 식생과 자연환경이 나타난다.
한라산 원시림인 곶자왈 지역은 그런 면에서 매우 볼 만한 곳이다. 여기서 곶자왈이란 숲이란 의미의 곶, 암석과 가시덤불이 뒤엉킨 모습을 뜻하는 자왈이 합쳐진 제주도 사투리다. 중요한 건 이 곶자왈이 세계에서도 매우 독특한 환경이라는 것이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열대 북방한계 식물과 한대 남방 한계 식물이 공존하는 제주의 숲과 지형을 일컫는다.
이런 곶자왈 지역을 보고 즐기는 데는 물론 직접 가서 전부 걷고 달리며 보는 게 최고다. 하지만 이 지역은 매우 넓고 볼 거리는 흩어져 있다. 그러니 인디애나 존스급의 탐험가라든가, 히말라야 등반도 하는 산악인이 아닌 담에야 모든 것을 짧은 시간에 보며 느긋하게 즐길 수가 없다. 무엇인가를 타고 돌아봐야 하는데 일반적인 자동차나 자전거로는 어림도 없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기차다. 제주 에코랜드는 숲속 기차여행이란 테마로 만들어졌다. 영국에서 제작한 볼드윈 기관차로 30만평의 한라산 원시림을 두루 편안하게 돌아다니며 즐길 수 있다.
제주도에는 그동안 기차가 없었다고 한다. 하긴 기차라는 게 대량의 사람과 물자를 정해진 코스대로 신속하게 실어나르는 게 목적이다. 일제시대에는 대륙침략이라든가, 물자공출의 공적으로 만들어졌고, 경제 성장기에는 대도시와 항만간의 빠른 연결이 목적이었다. 어느 쪽이든 제주도와는 관련이 없는 이야기였다. 그런데 이런 순수 관광 목적의 기차가 최초의 제주 기차 도입 사례라니 재미있다.
보통 기차라고 하면 거무튀튀하고 위압적이며 웅장한 쇳덩어리를 떠올린다. 그러나 에코랜드의 기차는 달랐다. 놀이동산에 있을 법한 귀여운 모습이면서도 기능성에서는 상당히 훌륭하다. 미적 감각과 관광목적을 전부 만족시키는 훌륭한 모습이다. 설명을 보니 홍콩 디즈니랜드의 기차를 제작한 영국 회사가 만든 수제품이라고 한다.
기차만 아름다운 게 아니다. 에코랜드의 입구부터 모든 시설이 매우 보기 좋고 아름답다. 깔끔한 색깔과 아이들이 좋아할 장식물들, 귀여운 팬더 장식물이 눈길을 끈다. 그런데 이 팬더, 어째 싫어하는 아이를 끌고 가는 아빠 같다. 설마 집에서 온라인 게임이나 하겠다는 아이를 끌고 에코랜드에서 자연을 보고 공부하자고 온 부모의 모습을 형상화한 걸까?
그래도 일단 오면 아이들도 절대 싫어할 리가 없다. 다 큰 어른인 나도 이 기차와 역을 보고 참 재미있었는데 말이다. 매표구에서 지하철 티켓 사듯 가볍게 표를 사면 그걸로 수속 끝이다. 요금도 그다지 비싸지 않다. 지하철 게이트처럼 생긴 것 하나를 넘어오면 운행시간에 맞춰 기차가 도착한다.
기차에 타서 좌석에 앉으면 나긋나긋한 목소리의 안내방송을 들을 수 있다. 물이 뿜어나오는 분수라든가 아직 푸르름이 남은 나무와 풀을 보면서 마음이 조금씩 맑아진다. 머지 않아 첫번째 역에 도착했으니 바로 에코브리지다.
에코브리지는 호수가 특색이다. 2만평 규모의 넓은 호수에 수상데크를 놓아 물 위를 걷는 듯 자연스럽게 움직이며 풍경을 즐길 수 있다. 잠시 감상하고는 다시 역으로 돌아가 기차로 이동하는 방법과 다음 역까지 걸어가는 방법이 있는데 걷는 쪽을 택했다. 가족단위의 관람객이 많았는데 카메라 하나 딸랑 메고 홀로 움직이는 내가 어쩐지 약간 외롭다. 기분 탓일까 백조 두마리 조각상이 그리는 하트는 솔로인 내 마음에 한 방을 날린다. 에엣, 그냥 경치에 집중하자.
에코랜드란 이름답게 환경을 생각해 호수 물을 이동시키는 데 풍차를 쓴다. 네덜란드에서나 보는 기능성 풍차를 여기서도 쓰다니 흥미있게 볼 수 있었다. 그런데 너무 느긋하게 걸었나? 다음 열차 출발시간이 가까워진다. 서둘러 레이크 사이드역으로 가서 열차를 탄다.
다음 역인 피닉스가든역이다. 넓은 금잔디 지역이라 피크닉에 딱 어울린다고 한다. 크리스마스가 지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춥지만 햇살이 비치는 지라 보는 곳마다 아름답게 비친다. 여기서는 드디어 본격적으로 자연 식생이 있는 에코로드를 걸을 수 있다.
눈 덮인 흙과 암석 가운데 자라는 이끼 고사리 등이 신기하다. 서두에서도 다소 어려운 말로 남방 한계식물 어쩌고 했는데 쉬운 말로 풀어쓰면 다음과 같다. 열대식물이 자랄 수 있는 가장 추운 곳이자 한대식물이 자랄 수 있는 가장 따뜻한 곳이 제주도란 이야기다. 좀 과장하면 아마존의 열대 정글과 시베리아 삼림이 공존한다는 의미가 된다.
제주도 보존자원 1호라는 화산송이와 각종 식물을 감상하며 에코로드를 거닐었다. 마침 제주도에도 눈이 좀 내려서 하얀 색깔은 아름다웠지만, 계절이 더 좋을 때 왔다면 정말 멋지고 신비로운 경관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다음 열차를 기다리는 동안 돌로 만든 곰돌이 가족의 모습을 감상해본다. 아주 정겹고 단란한 풍경이라고 말해주고 싶지만, 한편으로는 서로 따로 노는 것 같다. 오늘날 정겨운 한자리 모임이 부족한 한국사회의 일면을 날카롭게 지적한 현대미술이다... 라고 말하면 만든 사람에게 실례일 것 같다.
다음 역인 그린티&로즈가든 역은 아쉽게도 겨울에는 정차하지 않는다. 야생화와 녹차나무, 장미를 감상할 수 있는 곳인데 겨울에는 어떤 것도 피지 않기 때문이다. 다른 계절에 제주에 오게 되면 꼭 와서 보고 싶다.
에코랜드, 한라산 원시림을 기차로 달리다.
관람을 마치고 나니 아쉬움이 남는다. 미리 좀더 알고 왔다면 더 많은 것을 적극적으로 보고 갈 수 있을 텐데, 겨울이 아닌 계절에 볼 수 있는 것도 많을 텐데 라는 아쉬움이다. 아직은 제주도에서도 홍보가 덜 되어 있는지 많은 사람이 오지는 않았다. 이런 곳은 서울 인근에만 있더라도 엄청난 관람객이 몰릴 텐데 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도 놀러온 아이의 해맑은 미소와 선물가게 안 곰돌이 인형의 깜찍한 모습을 보면서 점차 이곳이 제주의 대표관광 명소가 될 거란 생각이 든다. 사람이 만든 교통수단 가운데 가장 낭만적인 기차와 사람의 손길이 거의 닿지 않는 원시림이 이렇게 훌륭히 조화를 이룰 줄이야. 제주도에 관광차 가는 사람들에게 이곳을 꼭 추천해주고 싶다. 더불어 내내 솔로인 내 염장을 지른 백조 조형물에 대고 맹세한다. 가까운 장래에 커플로서 꼭 다시 오겠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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