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코리아 압수수색, 어떻게 봐야하나?

다른 포스팅을 준비하다가 무심코 인터넷에 뜬 뉴스를 보고 깜짝 놀랐다.

구글 코리아 압수수색.

이건 보통 일이 아니다. 물론 IT에 별 관심없는 사람들에게는 소녀시대가 오늘 점심 뭘 먹었느냐는 소식보다 가치없는 정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인터넷에 생활기반을 둔 사람들에게는 SM이 압수수색당한다는 말과 동급이다. 다른 포스팅을 준비하던 나는 과연 이 문제를 다뤄야 할 지 망설였다.

솔직히 이 문제는 그다지 논하고 싶지 않았다. 첫번째로 이것은 단순한 IT문제가 아니라 심각한 정치적 문제가 될 수 있다. 두번째로 구글 혹은 애플 에 대해 찬양일변도 혹은 색안경을 끼고 보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세번째로 이 문제는 다른 블로거들도 많이 다룰 것이기에 내가 굳이 쓸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잠시 인터넷과 각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을 살핀 나는 제대로 이 문제를 심도있게 논해야 겠다고 생각을 바꿨다. 그것은 예전에 말한대로 이 뉴스에 대해 단편적으로만 판단할 뿐 종합적으로 뉴스와 정보를 묶어서 심층적인 분석을 전해주는 사람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우선 관련 뉴스를 소개한다. ( 출처 : 한국일보 )

경찰은 10일 무선인터넷을 통해 개인의 통신내용을 수집한 혐의(통신비밀보호법 등 위반)로 서울 강남구 역삼동 구글코리아 사무실을 압수수색,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관련 서류 등을 확보했다.

경찰에 따르면 구글코리아는 지난해 10월부터 올 5월까지 8개월간 인터넷 지도검색서비스 '스트리트뷰'를 준비할 목적으로 거리 촬영을 하면서 무선인터넷망에 접속한 인터넷 이용자들의 통신 정보를 무단 수집ㆍ저장한 혐의를 받고 있다.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지는 법일까? 원래 구글은 인권같은 문제가 없는 한 현지법을 잘 지키는 편이다. 또한 준법을 넘어서 <악해지지 말자>고까지 했던 글로벌 기업이 구글이다. 사용자를 위해서 인권이나 검열에 반대하려고 했던 구글이 도리어 개인 신상정보를 마구 수집하다가 범법의 혐의를 받게 된 것이다.

구글코리아 압수수색, 어떻게 봐야하나?

1. 구글이 잘못을 했으니 조사와 처벌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

이 뉴스만 보고 잠시 생각하면 보통 사람들이 느끼는 건 단순할 것이다.
<아, 구글이 안좋은 일을 했구나. 조사를 하는 건 좋은데 왜 저런 정보를 수집하지? 내 개인 신상정보가 흘러나갈 수도 있으니 앞으로 조심해야겠다.> 이 정도가 전부다.

보통 사람들은 남의 일에 대해 순간적인 상황과 결과로 판단하지 앞 뒤의 우여곡절이나 그 뒤의 의미까지 생각하려 하지 않는다. 굳이 생각할 필요도 느끼지 않는다. 분명 일차적으로는 구글이 잘못했다. 이건 누구라도 부정할 수 없다. 개인정보 무단 수집은 각국의 현행법을 어기는 범죄다. 따라서 구글이 상응하는 조사와 처벌을 받는 건 당연하다.

간단히 이렇게 생각하고 넘어가도 그냥 밥 먹고 사는 데는 큰 문제가 없다. 그러나 보다 현명한 사람이 되려면 사건의 겉에 보이는 현상을 넘어서 그 전후사정과 내면에 대해 생각해봐야 한다.

2. 한국의 현 정부와 글로벌 기업 구글의 파워게임이다.

경제투데이에 실린 관련기사는 한 가지 분석을 제시하고 있다. ( 출처: 경제 투데이 )

한편, 업계에서는 구글코리아의 압수수색이 지난 4월 정부가 요청한 ‘제한적 본인 확인제’를 구글 측이 정면으로 거부한 것도 이번 압수수색을 촉발하게 된 하나의 원인이 됐을 것이라는 추측도 나돌고 있다.

구글코리아가 운영하는 유튜브 한국 사이트는 올 4월1일부로 인터넷 본인확인제(실명제) 적용이 하루 이용자 10만명 이상의 사이트로 확대됨에 따라, 해당 법규 적용이 의무시됐다. 그러나 구글코리아는 한국에서만 예외적으로 실명제를 도입하기 보다는. 동영상이나 댓글 등의 게시물을 올릴 수 있는 게시판 기능을 삭제, 본인확인제 관련법률의 적용 대상에서 포함되지 않는 방법을 택해 논란이 됐다.
당시 방통위는 구글코리아의 조치가 실정법에 대한 도전이라고 판단, 불법성 여부를 따져 징계한다는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원래 이 문제는 이미 미국과 캐나다, 유럽에서 한차례 문제가 되었고 구글도 사실과 잘못을 시인했다. 그리고는 적법한 수사절차에 성실하게 응하겠다고 밝힌바 있다. 그런데 갑자기 느닷없는 압수수색까지 할 필요가 있었을까? 보통 정치인이나 특정한 괘씸죄에 걸린 단체를 상대로 법정에 세우기 전부터 죄인취급할 때 주로 전개되던 상황과 지금 상황이 많이 닮아보인다.

실제로 구글은 자사의 <미국적인 방침> 때문에 몇몇 국가에서 충돌을 빚고 있다. 검열에 반대해서 중국 사이트를 한때 접고 홍콩을 경유해 들어가게 하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결국 중국당국이 사이트 허가 갱신을 하지 않을 뜻을 보이자, 쿨하지 못하게 중국법을 준수하겠다고 항복했다. 한국 정부와도 유튜브 정책에서 충돌했다. 그러니 이번 상황에 정치성이라는 관점이 들어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3. 인터넷을 위해 수집된 정보의 관리주체를 둔 영역다툼이다.

일단 구글측의 해명도 들어보자. ( 출처: 헤럴드 생생뉴스 )

구글코리아 측은 10일 “구글은 한국을 포함해 각 나라에서 스트리트뷰 촬영과 관련해 의도하지 않게 개인정보가 수집된 사실을 알고 촬영을 즉각 중단했으며 수집된 정보는 불법적으로 사용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구글코리아는 이어 방송통신위원회와 절적한 절차를 거쳐 수집된 개인정보를 파기할 예정이었으며, 수집된 정보가 미국 본사에 있어 방통위 관계자들이 미국을 직접 방문하는 일정까지 잡았는데 경찰 수사가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압수수색 같은 특단의 조치가 굳이 필요하지 않았는데 갑자기 검찰이 들이닥쳤다는 주장이다. 물론 가해당사자(?)인 구글의 말을 전부 믿을 수는 없다. 그러나 팩트만을 따져도 어쨌든 수사에 협력했고 미국 본사에 조사 방문까지 허락했다는 점은 분명한 듯 싶다.

개인정보 유출은 분명 심각한 문제고 기분나쁘다. 구글이 차라리 정치자금주며 협력하고 정부 비호를 받는 걸 보느니 이런 건강한 긴장관계도 나쁘진 않다.

그러나 문제는 막상 이제부터다.

구글이 수집한 개인정보는 과연 그냥 파기될까? 앞으로 이런 개인정보 수집은 어떻게 보호되고 관리될 것인가? 만일 정부와 검찰이 수사를 거쳐 단지 이 사건의 종결을 데이터 파기와 재발방지에만 주력한다면 조용히 바람직한 종결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새로운 정보에 눈뜬(?) 정부가 이것을 파기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국가안보 등을 이유로 정부에서 수집 혹은 관리하겠다고 나서면? 문제가 심각해진다. 구글에서 과연 어떤 정보를 수집했는지, 범법사실이 있는 지를 파악하려면 어차피 수사과정에서 그 개인정보는 수사관계자가 볼 수 밖에 없다. 그런 상황에서 정부 관계자까지 열람하고, 수사 후에 파기되지 않고 활용되는 일이 생겨서는 안된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이건 단순히 정부와 구글이란 작은 문제가 아니다. 지금 전세계적으로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드는 글로벌 IT기업이 수집한 정보를 해당국 정부에서 관리할 것인가를 결정할 중요한 고비다.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자칫하면 구글이 수집한 당신의 개인 정보를 정부 관계자가 어떤 목적으로 이용할 수도 있다는 뜻이 된다. 얼마전 네이트의 개인정보 데이터 수집사건처럼 이제는 컴퓨터와 스마트폰에서 개인이 스스로의 정보를 지켜야 하는 시대가 왔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이 문제는 상당히 길고도 중요한 사건과 문제를 낳고 있다. 아이폰을 만든 애플과 블랙베리를 만든 림 역시 각국에서 복잡한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이것 역시 심각한데 그 문제와 논점은 다음 포스팅에서 다뤄보기로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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