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보통 결과만을 보고 평가하기 쉽다.

누군가 가수가 되고 싶어 남몰래 뒷산에 올라가 고함을 치며 성량을 키우고, 목에서 피를 토하며 가창력을 키웠다고 치자. 훌륭하게 노래를 잘 부르게 된 그가 곧 유명해져서 티비에 나오고, 가요차트 1위를 하고, 억대의 CF를 찍게 되면 누구나 말한다. <그 녀석 그렇게 노력하더니 결국 성공했군. 역시 성공하려면 노력해야 돼.>

그러나 반대로 그가 뛰어난 가창력과 노력에도 불구하고 외모와 예능감이 받쳐주지 못해 기획사에 거부당하고 독자적으로 내놓은 앨범도 실패하며 쓸쓸한 좌절을 맛봤다고 치자. 그럼 이렇게 말할 것이다. <쯧쯧. 그러게 왜 쓸데없는 노력을 해? 그런 노력으로 차라리 다른 걸 하지.>

IT계의 유명한 전문가나 언론의 평가도 대체적으로 이것과 다를 바 없다.
똑같은 행동을 해도 그 회사와 제품이 성공하면 모든 게 성공요인이다. 그 회사가 개방적이면 개방적이어서 성공한 것이고, 폐쇄적이면 폐쇄적이기에 성공한 것이다. 소비자의 요구를 잘 받아들이면 바로 그런 점 때문에 성공했다고 쓰고, 안 받아들이면 소비자보다 앞서 나갔기에 성공했다고 쓴다.



지금 모바일 시장에서 세력을 가지고 강하게 맞부딪치고 있는 운영체제와 제품은 딱 두 개 뿐이다. iOS를 탑재한 아이폰과 구글 안드로이드를 탑재한 안드로이드폰이다. MS의 윈도우 모바일이나 HP의 웹os는 당분간 이 싸움에 끼워줄 만한 세력이 되지 못할 것 같다. 마치 미국 공화당과 민주당의 대결 같은 양당구도인데 선택의 여지가 많은 것 같아도 막상 우리에겐 정말로 선택의 여지가 없다.

관련 뉴스를 한번 보자. (출처 :  민중의 소리 )

휴대폰 제조업체들이 애플의 아이폰에 대항하는 제품들을 내놓으면서 북미 지역에서 스마트폰을 새로 산 가입자들 중 구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가 애플의 운영체제(iOS)를 처음으로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조사 업체 닐슨에 따르면 미국 시장에서 2분기 신규 휴대폰 가입자의 OS 점유율은 블랙베리를 생산하는 리서치인모션(RIM)이 33%로 1위를, 안드로이드OS가 27%로 2위를 차지했으며 iOS는 23%, 마이크로소프트(MS)의 윈도폰 OS가 11%로 뒤를 이었다.

그러나 전체 OS의 경우 애플OS 점유율은 1분기 21%에서 28%로 확대돼 여전히 안드로이드OS를 능가하고 있다.


어째서 이런 일이 생긴 걸까?


원인은 스마트폰 시장이라는 것을 최초로 애플의 아이폰이 열었다는 데 있다. 당초에 형성되지도 않은 시장을 엄청난 속도로 만들어 그 대부분의 결실을  차지해버린 것이 애플이다. 개척자로서 당연한 프리미엄이라고 하겠다. 아마도 구글이 계속 애플과 사이좋게 지내며 안드로이드라는 것을 만들지 않았다면 우리는 애플에 그나마 대항할 수 있는 제품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상황에 직면했을 것이다.


어차피 이건 애플의 잘못이 아니다. 소비자가 선택한 결과이며 누가 만들지 말라고 한 적도 없다. 라고 말해버리면 편안하긴 하다. 그렇다면 나는 힘들여 이런 글을 쓸 필요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걸 상기해보자. 지금 우리  PC의 90프로 이상을 차지한 MS의 윈도우 역시 소비자의 선택이 그렇게 만든 것이다. 빌게이츠가 총을 들고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윈도우를 쓰지 않으면 쏴 버리겠다고 협박한 결과가 아니다.

또한 MS가 경쟁 운영체제를 만들지 말라고 한 적도 없다. IBM의 OS/2, 리눅스, 제닉스 등 몇 개인가의 운영체제가 나와 힘을 겨루었다. 그러나 결국 패하거나 점유율 부족으로 경쟁자라고 말하기도 힘든 상황에 처했다. 그리고 그건 하드웨어가 다른 매킨토시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전세계 소비자 가운데 단 10프로도 안되는 비율만이 맥을 선택했다. 그럼 이건 소비자의 선택이고 맥이 못나서 그런거니 그냥 입다물고 있어야 할까?


지금 시장구도를 보자. 스마트폰 시장에서 림의 블랙베리, 노키아의 심비안 등이 있다고 해도 이들은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다. 미래가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미래를 기대할 수 있는 실질적인 주요세력은 애플에서 나온 iOS기기(아이폰, 아이팟터치, 아이패드)와 구글의 안드로이드 기기(안드로이드폰, 안드로이드 타블렛,각종 PMP) 딱 둘 뿐이다.


스마트폰을 제외하고도 특히 요즘 나오는 모바일 기기들은 거의 모두가 안드로이드를 탑재했다. 삼성의 갤럭시탭을 비롯해 주주패드, 빌립에서 내놓은 새 PMP, 중국산 짝퉁 아이패드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제품이면 전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다.

결국 소문난 잔치집에 먹을 게 없는 것처럼 종류는 많아도 막상 소비자의 선택은 딱 둘 뿐이다. 애플 혹은 안드로이드다.

애플 혹은 안드로이드, 바람직한 현상일까?

애플 iOS와 안드로이드 라는 양 극단적인 정책의 운영체제가 시장을 좌우하는 이런 상태는 모바일에서 쓸만한 표준 운영체제가 없기에 생겨났다. PC시장의 윈도우도 마찬가지다. 윈도우 말고 제대로 업무와 멀티미디어, 게임에 쓸만한 운영체제는 없다. 대안이 없이 리눅스나 맥이 있다고 강변한다고 선택권이 많아지는 건 아니란 뜻이다. 반독점을 피하려는 MS의 논리가 바로 그것이었다.

왜 새로 출시하는 모바일 기기들 대부분이 안드로이드를 선택하는 걸까? 이것 역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혼자서 적당히 리눅스를 변형한 운영체제를 넣을 수도 있고, 심비안 등 독자 운영체제를 넣을 수는 있어도 이런 외톨이는 시너지 효과가 없다. 제조회사가 어플을 다 만들 수도 없다. 결국 공짜에다가 표준화가 그나마 되어 있으며 글로벌 기업 구글이 밀어주는 안드로이드 외엔 믿을 만한 대안이 없다.

애플은? 그냥 혼자 다 만들고 혼자 다 돈 버는 회사다. 아마 어떤 굴욕적인 계약을 하더라도 가능하기만 하다면 애플에 접근해서 iOS를 라이센스 받고 싶은 회사는 많을 것이다. 예전에 잠깐 있었던 맥 호환기종처럼 아이폰 어플이 호환되고 아이튠스를 쓸 수 있는 스마트폰이나 타블렛 기기를 만들수 있다는 건 그만큼 매력적이다.


그러나 애플은 절대로 라이센스를 주지 않을 것이다. 애플은 확산해봤자 자사에 별로 이익이 나오지 않는 라이센스 에는 관심이 없다. 빌어도 주지 않을게 뻔하니 선택의 여지가 없다. 이건 안드로이드를 만드는 구글조차 원치않을 또 하나의 독점에 불과하다. 유망한 운영체제 가운에 iOS는 처음부터 <품절상품>이니 말이다. 하긴 그나마도 없을 경우를 생각하면 더 아득하긴 하다. MS가 소리높여 자기도 있다고 외치는 모바일7은 존재감조차 없다.

지금 애플은 전세계의 모든 회사와 경쟁해도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 그러니 신규로 시장에 진입하려는 회사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아예 사업을 접든가, 애플과 경쟁관계가 되어야 한다. 결국 전세계 모바일 회사와 애플의 전쟁이다.

나중에 완성된 제품을 볼 때 소비자 입장에서는 그나마 선택의 여지가 있다. 상이한 운영체제의 제품이 진열되어 있긴 하니까 말이다. 애플 혹은 안드로이드 말이다. 사과 아니면 네모진 초록색 인형 이라는 선택은 무슨 아동용 교육프로를 보는 것 같지만 적어도 둘이라는 선택지가 존재한다.

그러나 신생 업체는 아무런 여지가 없다. 아예 운영체제를 자체적으로 개발한다는 방법도 있다. 나름 좋은 결단이지만 완전히 다른 운영체제를 쓸만하게 만들려면 십년 정도는 각오해야 한다. 그동안은 손가락만 빨며 다른 업체의 제품을 지켜볼 수도 없지 않은가?

안드로이드는 결국 말로는 선택이지만 사실상의 독점 운영체제가 되어 버렸다. 신생업체가 시장에 진입하면서 안드로이드가 아닌 다른 운영체제를 선택한다는 건 마치 새로 가정용 컴퓨터 뛰어든 업체가 운영체제에 도스나 리눅스를 깔아 팔겠다는 것만큼 가능성 없는 도전이다.


위에서 내가 예시한 예를 보자. 결과만으로 가지고 안드로이드가 나름 우수하니까 그런거지! 라고 위안하고 싶어도 사실상 안드로이드와 비슷한 <공개되고 무료이며 제법 든든한 대기업이 받쳐주고 있는 모바일 운영체제>는 없는 상황에서는 이것도 참으로 불편한 독점일 수 밖에 없다. 애플의 iOS에 대한 대안을 안드로이드 혼자 독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 관계자가 <애플 아이폰보다 구글이 더 무섭다.>라고 했다고 한다. 애플이야 그냥 상관없는 경쟁자지만, 구글은 자사의 핵심 모바일 기기의 운영체제를 손에 쥐고 그 관리권을 가진 업체다. 이 업체의 기업전략 하나에 갈대처럼 흔들려야 하는 삼성의 입장이 안타깝다. 또한 이것은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는 현상이다.

해결책은 무엇일까. 지금 당장은 답이 없어보인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답은 있다. 윈도우 모바일을 비롯해 웹OS등 다른 업체의 모바일 운영체제들이 빨리 성능이나 점유율에서 성장해서 안드로이드에 대한 대안이 되어주면 된다.


특히 팜이 개발한 운영체제인 WebOS는 HP가 인수한 이후 장래가 기대되는 운영체제다. 이 운영체제가 널리 다른 모바일 기기에 라이센스 될 수 있다면 업체들 선택의 폭도 좀 넓어질 것이다.

시장에 다양성이 있어야 소비자가 더 유리한 선택을 할 수 있다. 애플의 독점도 바람직하지 않지만 대안을 안드로이드가 몽땅 독점하는 것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P.S : 웅진 갤리온 블로그에 새 블로그 글 < 스타크래프트와 현대 문명의 3요소 >를 올렸습니다. 게임과 스타 크래프트에 관심있는 분은 한번 가서 보시면 좋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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