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흥미로운 화제 가운데 하나는 '중국 스마트폰의 약진' 이었다. 특히 중국시장에서 샤오미가 삼성을 넘어섰다는 뉴스는 한국인에게는 충격으로 받아들여졌다. 





2014년 중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에서 샤오미는 12.5%로 1위를 차지했다. 샤오미의 점유율은 2013년 5.3%보다 늘어난 데 비해 중국시장 1위를 해온 삼성은 12.1%로 2위가 되었다. 삼성의 점유율은 2013년의 18.7%에서 크게 떨어졌으며 레노버와 화웨이, 쿨패드 같은 중국업체가 뒤를 이어 3,4,5위를 각각 기록했다.


상황이 이렇게 바뀌자 업계관계자와 언론을 통해 샤오미로 대표되는 중국 스마트폰 기업의 역량이 재평가되기 시작했다. 특히 샤오미는 단순란 저가폰이 아니라 성능이 제법 좋은 하드웨어에 소프트웨어 중심의 경영전략까지 맞물려 세계시장에서 급속히 성장할 거란 전망이 많았다. 실제로 샤오미는 이미 인도시장에 진출했으며 2015년 2월에는 미국 시장에 온라인 '미(Mi) 스토어'를 개장한다고 발표했다. 또한 유럽에도 진출하겠다고 선언했다.


주요외신에 따르면 MWC에 참석한 휴고 바라 샤오미 부사장은 유럽 시장에 미스토어를 개장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미밴드 같은 웨어러블 기기와 스마트폰 액세서리를 먼저 판매하며 사용자 동향을 본 뒤에 스마트폰 판매도 하겠다는 전략도 밝혔다. 일본 닛케이신문은 레이쥔 샤오미 회장이 인터뷰에서 올해 1억대 스마트폰 판매 목표를 세웠다고 보도했다. 또한 일본 스마트폰 시장 진출도 고려하고 있다는 계획을 밝혔다.


샤오미는 2010년 4월에 설립되어 2014년 6112만대의 스마트폰을 판매하며 세계 시장 점유율 3위 업체가 되었다. 올해 스마트폰 판매 대수는 전년 대비 50% 증가, 매출액은 1200억위안(약 21조원)이 목표다. 급속도로 성장하는 이런 추세를 보면 '값싸고, 쓸 만하며, 사용자경험을 내세운 샤오미 스마트폰이 선진국 시장에서도 무난히 성공할 것으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샤오미 앞에 놓인 현실은 그렇게 만만하지 않다. 중국 내수 시장에서는 문제가 되지 않았던 점들이 선진국 시장에 진입하면서 치명적인 취약점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우선 먼저 대두되는 문제점은 특허료이다. 중국내부에서는 IT기업을 정책적으로 키우려는 중국당국이  특허문제를 어느 정도 방어해줄 수 있었다. 하지만 특허문제에 민감한 선진국 시장에 진출하는 순간 샤오미는 애플, 모토로라, 노키아, MS 등 이 분야의 특허 강자에게 집중공격을 당할 것이 분명하다.


이미 샤오미는 선진국이 아닌 인도 시장에서도 에릭슨에게 특허 소송을 당해서 대당 1%에 해당하는 특허료를 요구받고 있다. 예치금을 지급하고 부분적으로 판매를 재개했지만 법원 판결에 따라 판매중지가 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이나 유럽시장에서는 훨씬 강도높은 법정분쟁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더구나 샤오미는 같은 중국업체로부터도 특허료 압박을 받고 있다.  2014년 화웨이는 샤오미, 오포(OPPO) 등 중국 제조사의 특허 침해를 지적하고 특허료 정산을 요구했다. 화웨이 측이 요구한 특허료는 스마트폰 대당 가격의 3~5%로 알려져 있다. 박리다매를 모토로 삼은 샤오미는 매출 대비 순이익이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에 이런 특허료를 전부 지불하면 이익을 낼 수 없는 형편이다. 기술력이 뛰어난 기업이라면 이럴 때는 크로스 라이센스를 통해 서로가 가진 특허가치를 맞바꾸는 형식으로 특허료를 줄이거나 완전히 없앨 수 있다. 하지만 샤오미가 보유한 특허는 거의 없기에 이 방법을 쓸 수도 없다.


보안 문제도 커다란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2014년 7월에 샤오미가 출시한 5인치 프리미엄 스마트폰 Mi4 LTE에서 악성 코드로 의심되는 앱이 발견됐다는 소식이 나왔다. 모바일 보안 전문 기업 블루박스는 샤오미 스마트폰의 PhoneGuardService, SMSreg, AppStats 가 악성코드를 담고 있는 것으로 의심되며, 경고 없이 컴퓨터와 접속해 루트 권한을 얻고 USB 디버깅 모드로 진입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곧바로 샤오미가 이 문제를 해명하긴 했지만 얼마전  중국 레노버사가 노트북에 사용자를 감시하는 애드웨어를 심었다가  발각된 사건까지 겹쳐 중국 IT제품 전반적으로 이미지가 하락하고 있다.


샤오미를 비롯한 중국 스마트폰 업체의 이런 취약점은 작년부터 꾸준히 제기되던 문제다. 그동안은 샤오미의 눈부신 성장과 중국시장의 가능성 때문에 크게 주목받지 못했을 뿐이다. 하지만 문제점 자체가 해결된 것이 아니기에 당연히 선진국 시장 진출은 힘들다. 중국시장이 크다고 하지만 세계시장 전체에 비하면 한 영역일 뿐이다. 따라서 보다 빠른 성장을 위해서는 당연히 선진국 시장에 진출해서 인정받아야 한다. 결국 샤오미에게 최선의 방법은 우선 중국 시장에만 머무르며 그 안에서 최대한의 이익을 내고, 이익금을 바탕으로 차분히 기술력을 높여 선진국 기업에 대항할 특허 대항력을 확보하는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막대한 자금으로 단기간에 주요 특허기업을 인수하는 방법도 있지만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낮다.


오히려  샤오미보다 선진국 시장에 쉽게 진출할 수 있는 회사는 화웨이다. 통신회사로서 상당한 특허를 보유하고 있으며 보안문제 제기에도 적극적인 해명을 해오고 있다. 샤오미는 오히려 화웨이가 개척해놓은 시장을 뒤늦게 따라들어가는 모습이 될 듯하다. 


샤오미는 그동안 중국인에게는 '의적'으로 인식되었다. 외국 기업이 과도한 브랜드 가치와 이익률을 통해 높은 가격으로 내놓은 스마트폰을 대신해서 저렴한 가격에 동급 스마트폰을 팔아주는 좋은 회사라는 것이다. 때문에 샤오미가 외국기업에 정당한  특허료를 지불하지 않는 것을 오히려 지지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중국인의 '의적'은 결국 해외에 가면 '도적'으로 비칠 뿐이다. 샤오미 스마트폰이 선진국 시장에서 어떤 대우를 받게 될 지 주목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