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는 마케팅의 시대이다. 상품이나 서비스를 좀 더 잘 알리고 좋은 점을 부각시키는 것은 기본이다. 구입을 보다 쉽고 경제적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해주는 것 역시 마케팅의 하나로 인정받고 있다.


예를 들어 '집에서 쓰던 낡은 세탁기를 반납하시면 그 가치를 따져 신형 세탁기 가격을 할인해 판매합니다'는 마케팅도 많이 벌어지고 있다. 이런 경우 과연 해당 업체가 낡은 세탁기를 가져다 어디다 쓰려는지, 낡은 세탁기의 잔존가치가 과연 얼마나 되는지 확인하려는 경우는 별로 없다. 어차피 일종의 할인 마케팅이며 소비자가 매력을 느끼는 동시에 업체로서 이익을 보는 선에서 결정되기 때문이다.






이동통신 시장에서 중고폰 선보상제가 논란이 되고 있다. 스마트폰을 구입하면서 일정 기한 후에 반납할 것을 약속하면, 기한 후 잔존가치만큼 해당 스마트폰의 구입가를 할인해주는 제도이다. 중고폰 선보상제의 어떤 점이 문제가 되었으며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가게 될 지 살펴보자.



이동통신 3사 모두 시행 - 프리클럽, 스펀지제로플랜, 제로클럽


중고폰 선보상제는 3개 이통사가 모두 시행했었다. 약간씩 다른 형식이지만 기본적인 내용은 비슷하다. 방송통신위원회에서는 이번에 문제가 된 이 제도를 보다 명확하게 규정했다. 단말기 구입시 합법적으로 제공하는 지원금과는 별도로, 18개월 이후 반납조건으로 해당 중고폰의 가격을 책정하여 미리 보상하는 제도를 말한다. 사용자는 단말기 출고가에서 공시지원금 이외에 34~38만원 수준의 선보상금까지 차감 받음으로써 초기 단말기 구입을 위한 할부 원금이 줄어든다.






이 제도는 2014년 10월 31일부터 이통 3사가 ‘프리클럽(SKT)’, ‘스펀지제로플랜(KT)’ 및 ‘제로클럽(LGU+)’이라는 이름으로 시행했다. 다만 이 제도가 현행 단말기 유통법에 위배된다는 논란이 일자 SKT는 2015년 1월 15일에, KT는 1월 22일에 중단했다. LGU+ 역시 3월 2일자로 운영을 중단해서 현재는 시행되지 않고 있다. 가입자 수는 3월 2일까지 집계로 SKT가 18만 4,958명, KT는 16만 8,601명, LGU+는 20만 6,017명이다.



위법사항 - 요금제 가입과 이용기한에 따른 사용자 차별


기본적으로 사용자가 쓰던 제품을 보상하면서 새 제품을 구입하게 만드는 마케팅 자체는 문제될 것이 없다. 중고단말기가 쓸 데 없이 버려지거나 제 가치를 받지 못하고 파는 경우를 방지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규제기관인 방통위가 문제삼는 부분은  이런 중고폰선보상제가 사용자 누구에게나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예를 들어 아이폰6 16기가 제품의 출고가가 78만 9,800원인데 여기에 공식적인 공시지원금 17만원을 할인해 주고 그 위에 단말기 선보상을 통해 34만원을 할인하면 구입가는 28만 9,800원이 된다. 동의하고 중고폰선보상제에 가입하면  사용자는 18개월 동안 달마다 할부원금 1만 6,100원과 이자금액을 납부한다. 18개월이 되면 쓰던 단말기인 아이폰6를 이통사에 반납하면서 약정도 끝난다.





일단 이 내용에서도 18개월 동안 의무적으로 써야 한다는 점이 문제이다. 더구나 이통 3사는 선보상 조건으로 LTE62 요금제 또는 구적 기본료 80만원이라는 고가 요금제를 요구하고 있다. 만일 변경하거나 서비스를 해지하면 휴대폰 반납을 거부하고 위약금으로 선보상액 전액을 한꺼번에 청구한다. 따라서 사용자에 대한 차별적 보조금을 금지하는 단말기 유통법에 위반된다.


이런 방통위 결정에 SK텔레콤과 KT는 위반 사실을 인정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했으며 LG유플러스는 부당하게 이용자 권리를 침해하지 않았다며 반발했다. LG유플러스는 이용자 고지를 네 단계에 걸쳐 진행해서 타사에 비해 충실한 수준으로 의무를 다했으며 중고폰 선보상제는 고객의 단말 구매 비용을 절감하는 새로운 마케팅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과징금 판결 - 순기능을 살리는 조치가 아쉬움 


방통위 최성준 위원장은  중고폰 선보상제 자체가 위법하다고 보는 것이 아니라, 이 제도를 시행하면서 가입자에 부과된 조건이 문제가 있기 때문에 시정명령과 과징금을 부과한다고 결정했다. 18개월 이후 잔존가치를 선보상으로 지급하면서 특정 요금제 가입을 유도하고 가입자의 이해를 위해 제대로 설명하지 않은 점도 문제가 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시정명령과 함께 SK텔레콤은 9억 3천만원, KT 8억 7천만원, LG유플러스 15억 9천만원을 부과했다. 이 제도로 인해 이통시장에 치명적인 교란은 없었다고 보았기에 과징금은 비교적 작은 총 34억원이다. 이통 3사가 위법 행위 재발 방지 조치에 나선 점으로 30퍼센트 감액했으며 SK텔레콤과 KT는 사실조사 뒤 자진해서 위법 행위를 중단하고, 가입자에게 요금제 선택권을 부여한 점 등을 고려해 추가로 20퍼센트 과징금을 낮췄다.






아쉬운 점은 중고폰선보상제 자체의 순기능이다. 이 제도 자체는 사용자의 선택권과 권익을 늘려주는 효과가 있으며 수단으로서 중고폰을 선매입한다는 점도 좋은 아이디어였다. 방통위원 일부는 정부가 다수 이용자의 혜택을 박탈한다는 인상을 주지 않을까 걱정했다. 제도 자체가 나쁜 것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의 이용자 차별요소가 문제였다는 것이다. 


업계전문가는 "방통위는 본질적으로 규제기관이라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어떤 제도를 유지하면서 문제점을 고치는 방식보다는 벌을 주어 금지하는 방법을 취하기 쉽다" 면서 "중고폰선보상제도 역시 단순히 위법여건을 지적하고 과징금을 물리는 것보다는 제도를 유지시킨 채로 위법사항만 없앨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법이 더 나았다" 고 주장했다. 결국 이통 3사 모두 중단해버린 중고폰선보상제의 아쉬운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