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3월 2일(한국시간)에 발표된 갤럭시 S6가 화제를 모으고 있다. 여러가지 면에서 기존 갤럭시S 시리즈와 크게 달라졌기 때문이다. 신제품이니까 발전적으로 변화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이번 변화는 각별하다. 기존에 삼성이 갤럭시S 시리즈에 지켜왔던 컨셉방향까지 바꿨기 때문이다.


어떤 점이 크게 바뀌었느냐에 몫지 않게 중요한 것은 왜 이렇게 변했는지에 대한 이유다. 갤럭시S는 스마트폰 업계에서 아이폰에 유일한 경쟁자로 꼽힐 만큼의 점유율과 브랜드 가치를  지닌 제품이다. 세부적인 변화 이유와 함께 근본적으로 삼성을 바꾼 원동력이 무엇인지 알아보자.



메탈재질과  일체형 배터리 - 아름다움을 위한 희생



최근까지 삼성 갤럭시S는 집요할 만큼 플라스틱 재질을 고집했다. 경쟁제품은 아이폰이 4부터 본격적인 금속재질을 적용했고 레이저커팅과 첨단 접합기술을 통해 명품에 비견되는 외관을 자랑했다. 갤럭시S는 AMOLED 디스플레이를 비롯해 내부 부품 성능에서는 최신기술을 아낌없이 사용하면서도 외관은 항상 플라스틱이었다. 


메탈 재질은 손에 쥘 때 견고한 느낌과 안정감을 준다. 삼성은 플라스틱 재질 안에서 최대한 고급스러움을 내려고 노력했지만 한계가 분명했다. 2014년에 나온 갤럭시S5는 메탈재질이 채택될 거란 기대에도 불구하고 플라스틱으로 나와 실망감을 안겨주었다. 저가를 앞세워 무섭게 성장하는 중국산 스마트폰과 외관에서 차별점을 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프리미엄폰을 자부하는 삼성 제품의 위상이 흔들리는 순간이었다.



갤럭시S6는 플라스틱을 전혀 쓰지 않았다. 화면을 둘러싼 프레임은 알루미늄이며 뒷면에는 고릴라글래스를 썼다. 독특하게 가공한 유리 안쪽에서는 빛이 반사될 때 보석같이 번쩍거려 고가 명품의 느낌을 준다. 플라스틱과는 차원이 다른 아름다움을 구현했다. 다만 이런 미적 완결성을 위해서 일체형 배터리를 채택해야 했다. 유리와 메탈 재질을 가지고 수없이 탈착이 가능한 배터리 덮개를 만들기 어렵다. 또한 이음새를 매끈하게 만드는 것도 힘들다.


결과적으로 메탈 재질의 일체형이라는 커다란 변화는 아름다움을 잡은 대신 배터리 탈착이라는 실용성을 잃었다. 삼성으로서는 배터리 탈착이 불가능해져 구입을 포기하는 실속형 사용자보다는 외관이 큳게 아름다워져 새로 구입을 결심할 사용자가 많을 거란 계산을 마친 결과다. 결점을 상쇄하기 위해 10분 충전으로 4시간을 사용할 수 있는 기술과 무선충전 기술을 도입했다.



8코어 엑시노스, UFS 2.0, 엣지형 디스플레이 - 압도적 기술격차 


전통적인 삼성의 강점이었던 하드웨어 스펙 우위도 극한까지 강화했다. 아이폰이 약간 부족한 하드웨어로 감성적 사용자 경험을 내세우던 시기에 삼성은 '스펙이 감성이다' 라고 주장하며 고성능을 강조했다. 그것이 갤럭시S5에서 주춤거리면서 객관적 우위를 차지하지 못했다. 아이폰이 무서운 기세로 최신 하드웨어를 채택해서 성능을 거의 따라잡았기 때문이다.


갤럭시S6는 하드웨어 성능에서 앞서나가던 삼성의 '초심'으로 돌아갔다. 직접 생산하는 반도체 부품 우위를 바탕으로 최신기술을 아낌없이 적용했다. 14나노 공정을 쓴 64비프 프로세서 엑시노스는 2.1GHz 코어4개와 1.5GHz 코어 4개가 교대로 연산을 처리한다. 여기에 속도빠른 LPDDR4 램을 3기가바이트 탑재했다. 해외 벤치마크 결과를 보면 그래픽 가속칩을 포함한 모든 성능에서 압도적으로 좋다.


외장메모리에 적용된 UFS 2.0 규격은 초당 1.2기가바이트 전송이 가능하며 종래 외장 메모리규격  eMMC 5.0에 비래 소비전력이 절반이다. 또한 읽고 쓰기가 동시에 가능해서 양방향 데이터 수신이 가능하다. 배터리 수명과 전송속도를 함께 높이는 최신기술이다. 


이런 하드웨어 기술은 경쟁기업들이 당장 따라가기 힘들다. 시간이 지나면 따라가겠지만 양산수율과 생산단가를 만족시키면서 성공적으로 스마트폰에 적용하기 쉽지 않다. 더구나 갤럭시S6 엣지에 적용된 엣지형 AMOLED 디스플레이는 삼성 외에는 만들 기술을 갖춘 곳이 없다. 압도적인 기술격차를 이용해서 독점적인 경쟁력을 획득하는 삼성 고유의 전략이 돌아온 것이다.



조리개 F 1.9, 실시간 HDR 기능, 지문인식방법 개선 - 사용자 편의성 향상




카메라에 있어서도 조리개값을 1.9까지 밝게 만들었다. 조리개 값이 이 정도로 밝으면 어두운 곳을 찍을 때, 빠르게 움직이는 대상을 찍을 때 좀더 정확한 이미지를 얻을 수 있다. 또한 실시간 HDR기술을 제공한다. HDR은 같은 대상을 밝고 어두운 단계로 찍어 하나로 만들어주는 기능이다. 따라서 촬영과 사진처리에 시간이 걸리게 되는데 그것을 실시간으로 한다는 건 그만큼 촬영과 이미지 처리속도가 빠르다는 의미다.


지문인식방법도 달라졌다. 이전에는 지문인식센서에 대고 손가락을 위애서 아래로 문지르는 스와이프 방식이었다. 이 방식은 아이폰에 적용된 터치ID에 비해 불편하다는 지적이 많다. 이번에는 일정 범위에 손가락을 가져다 대면 알아서 인식되는 방법으로 변했다. 익식률 문제만 보장된다면 최선의 선택이다.


이런 기능은 하드웨어 성능이 직접적으로 사용자 경험에 영향을 주는 부분이다. 애플처럼 잘 만든 소프트웨어로 만족감을 제공하기 어려운 삼성이 취할 수 있는 가장 단순명료한 경쟁력 향상이다.  이 밖에도 애플 페이와 경쟁하게 될 삼성 페이는 NFC방식 뿐만 아니라 기존 마그네틱 방식도 지원한다. 최근 인수한 루프페이의 기술이다. 편의기능 가운데 방수방진기능은 제외되었다.



변화원인 - 갤럭시S의 위기


뒤돌아보면 삼성이 최고의 집중력을 가지고 좋은 제품을 내놓은 때는 위기에 몰려있을 때였다. 실패작이라 평가받는 갤럭시S5는 삼성이 기업 사상 최고 이익을 거두며 축제 분위기에 있을 때 디자인되고 발표되었다. 긴장이 다소 풀려있을 때였다.


하지만 작년 하반기부터 삼성 모바일 사업부는 위기감에 휩싸였다. 경쟁제품인 애플 아이폰6와 6+의 매출과 순이익이 늘어나는 가운데 삼성의 순이익이 줄어들었다. 특히 2014년 결과를 바탕으로 한 대당 이익을 계산한 바에 따르면, 삼성은 대당 2만 2천원, 애플은 대당 23만 7천원의 이익을 얻은 것으로  나온다. 이 결과에 더해 만일 갤럭시S6까지 실패하면 삼성은 도저히 애플을 따라갈 수 없게 된다.


갤럭시S6가 그동안 삼성의 시리즈 컨셉이었던 플라스틱 재질과 교체형 배터리를 포기하고 방수기능까지 제거하면서 디자인과 성능에 올인한 것은 바로 이런 위기감의 결과다. 제품이 잘 팔릴 때는 이런 사용자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중국 저가폰이 무섭게 추격해오고, 애플 아이폰과 이미지 차이가 벌어지기 시작하면서 고급 프리미엄폰으로 경쟁하기 위해 모든 걸 고급화에 집중했다. 결국 부수적인 기능을 포기하고 디자인과 성능 두가지를 극한으로 끌어올린 갤럭시S6와 갤럭시S6 엣지가 나오게 된 것이다.


업계전문가는 "삼성은 좋은 의미로나 나쁜 의미로나 위기에 강한 기업이다" 라고 전제하고는 "위기감 덕분에 갤럭시S6가 잘 나온 것은 환영할 일이다. 그렇지만 갤럭시S6가 잘 팔려서 위기감이 해소되면 그 후에도 지금과 같은 명품컨셉을 유지할 것인지는 회의적이다" 고 우려했다. '위기일 때만 강한' 삼성전자가 곱씹어야할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