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무섭다" 라든가 "중국을 경계해야 한다"라는 말은 너무 많이 들어서 식상할 것이다. 이런 말은 대체로 20년 전에 중국이 기술력 낮은 저가제품에서 싼 가격을 앞세워 세계 시장을 석권하면서 시작되었다. 그때마다 우리는 기술력과 품질로 선진국 수준의 첨단 제품을 만들어 따돌려야 한다는 모범답안을 내놓았다. 그런데 어느날 중국이  첨단제품마저 말도 안되는 싼 가격으로 만들어 내놓는다면?


솔직히 역사 이래 중국과 자유로운 교역을 해서 이익을 본 나라는 없다. 산업혁명과 수많은 식민지 확보로 '해가 지지 않는 나라'라는 찬사를 들었던 19세기 대영제국은 중국과 교역을 하자마자 압도적인 무역적자에 시달렸다. 중국은 영국에 막대한 양의 차를 팔았는데 영국은 딱히 그만큼 중국에 팔 것이 없었다. 막대한 양의 은이 중국으로 유출되자 견디다 못한 영국은 인도에서 재배한 아편을 중국에 팔아 무역적자를 메우려 했다. 이것이 결국 아편전쟁의 원인이 되었다. 


오죽하면 영국이 아편까지 팔아서 중국 수입품 대금을 마련해야 했을까? 오히려 이때 조선은 상당한 무역흑자를 보았는데 그것은 조공무역만 했기 때문이다. 조공무역은 본래 중국에게 조공을 바치면 그보다 훨씬 값나가는 물건으로 돌려주는 교역 형식이다.


지금도 비슷한 상황이다. 중국과 교역하는 전세계 대부분의 국가는 대중 무역적자 상태다.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 일수록 더 심하다. 우리나라는 아슬아슬하게 대중 무역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이번에는 지리적 잇점을 살려 자본투자와 반제품 수출 등으로 얻은 성과다. 


첨단 반도체가 집결된 IT제품에서 아직 중국은 세계의 공장 노릇을 하고 있다. 명품 스마트폰인 아이폰은 애플의 디자인을 거쳐 중국 폭스콘에서 조립된다. 한국의 삼성을 포함한 많은 세계적 기업이 중국을 저임금 생산기지로 이용하는 현실이다. 


하지만 그것조차도 몇 년전 일이다. 화웨이를 필두로 해서 샤오미, 레노버 같은 중국 기업이 오히려 당당히 브랜드와 기술력을 내세운 자체 상품을 내놓고 있다. 이렇듯 중국이 첨단 IT 제품을 부품부터 제대로 만들어내기 시작한다면 당장 우리나라 제품과 세계시장에서 경쟁하게 된다. 




샤오미



2014년 3월 26일, 중국에서 흥미로운 제품이 하나 등장했다. 샤오미에서 만든 '홍미노트'라는 스마트폰이다. 2013년에 샤오미는 '홍미'라는  스마트폰을 내놓았는데 4.7인치(119밀리미터) 디스플레이, 쿼드코어 프로세서를 탑재한 제품이었다. 


이번 홍미노트는 그 후속모델로 5.5인치(139밀리미터) 1,280x720해상도의 IPS 방식 디스플레이, 1.4GHz 옥타코어 미디어텍 MT6592 프로세서, 1기가바이트(GB) 램, 8기가바이트(GB) 내장 스토리지, 마이크로SD 카드 슬롯, 듀얼 SIM, 500만 화소 전면 카메라, 1,300만 화소 28밀리미터 F2.2 후면 카메라의 부품으로 이뤄져 있다.

 

운영체제는 안드로이드 4.2(젤리빈)이며 HSPA, 블루투스 4.0, GPS, 802.11 b/g/n 와이파이(WiFi)를 제공하며 LTE 통신은 지원하지 않는다.이런 기본 버전 이외에 1.7GHz 옥타코어 프로세서와 2GB 램을 제공하는 상위 버전도 선보일 예정이다.


문제는 이 제품의 가격이다. 홍미노트의 가격은 130달러(13만 7,579원)부터 시작하며 3월 26일부터 중국시장에 발매된다. 싸다! 싸도 너무 싸다! 홍미노트는 해상도가 좀 떨어지고, LTE가 되지 않는다는 것만 빼면 플래그쉽 수준의 패블릿과 비슷하다. 그런데 가격은 출고가 100만원에 육박하는 주요 제조사 패블릿의 8분의 1 수준이다. 품질만 뒷받침된다면 이런 가격 차이는 치명적이다. 


당연히 이 제품의 인기는 하늘을 찔러 출시 34분 만에 10만대가 팔렸다. 만일 이런 중국 제품이 품질을 보증하는 이통사와 결합해서 우리 앞에 나타난다면? 그래도 눈을 감고 비슷한 타 회사 제품을 8배나 비싸게 주고 살 사람이 얼마나 될까?


"아니야! 그래 봐야 중국이지. 초고해상도 화면과 빠른 통신기술이 들어 있어야 구입할 거야. 나는 소중하니까" 라고 말할 사람도 있다. 그러나 위대한 중국은 우리에게 그런 변명거리도 주지 않는다. 중국의 컨셉제품  (vivo.com.cn) 홈페이지를 보자. 



중국



엑스플레이(Xplay) 3S라는 제품의 사양은 입을 딱 벌어지게 한다. 6인치(152밀리미터) 화면에 해상도는 2,560x1,440)이다. 인치당 픽셀(PPI)이 490이라는 엄청난 세밀함을 가졌다. 베젤 두께는 2.1밀리미터, 앞에서 화면이 차지하는 비율은 80퍼센트가 넘는다. 최신 스냅드래곤 801을 썼고 내장 메모리는 3기가바이트다. 그래픽 코어도 최고 성능이고, 음향에서의 DTS지원, 통신에서는 4G가 지원된다. 금속테두리를 쓴 재질과 디자인도 딱히 아이폰에 밀리지 않는다.


비록 컨셉이기에 실제 제품이 나온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실현가능하다고 잡고 기획했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 중국업체가 벌써 이런 제품을 사정권에 넣을 만큼 기술력을 축적했다는 의미다. 우리가 종종 잊고 있는 사실이지만 중국은 원폭과 탄도미사일을 가지고 있으며 유인우주선을 쏘아올릴 만큼 기술력이 있는 나라다.


애플이 아이패드2를 499달러(52만 7,542원)에 내놓았을 때, 중국 업체들은 비명을 질렀다. 한 중국 태블릿 업체 사장은 그 정도 성능에 그런 가격은 도저히 따라갈 수 없다며 탄식했다. 그런데 겨우 몇 년이 흐른 지금 중국은14만원도 안되는 가격에 최고급 패블릿 수준의 제품을 내놓았다. 확실히 무서운 나라다. 가격으로 경쟁해서 이길 수 있는 나라가 있을까?


한때 '메이드인차이나' 제품 없이 생활해 보는 방송이 유행한 적이 있다. 미국에서 시작된 이런 시도는 유럽을 거쳐 한국에서도 펼쳐졌다. 그 결과는 불가능하거나 너무 비효율적이라는 결론이었다. 일상에 파고든 중국제품은 경쟁 국가제품을 시장에서 몰아냈고 대체할 방법도 없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에서도 놀랍도록 싼 가격과 좋아진 성능을 제시하는 샤오미를 보자. 몰려오는 메이드인차이나가 나중에 우리 생활 속 IT제품까지 점령하지는 않을까? 그래서 장차 메이드인차이나 IT제품 없이는 한 순간도 살 수 없는 때가 오지는 않을까? 붉은 쌀(홍미)패드를 들고온 좁쌀(샤오미)의 역습이 섬뜩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