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는 컨텐츠가 가장 중요하다고 누구나 말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더 빨라진 칩과 더 풍부해진 기억용량, 매끄러운 디자인과 기민한 동작의 하드웨어를 멋지게 발표하고 나면 사람들은 묻는다. 그래서 거기 들어있는 컨텐츠는? 충분한 컨텐츠는 있는 건가? 라고 말이다. 컴퓨터든, 스마트폰이든, 전자책 단말기든 게임기든 예외는 없다.





언제 어떤 하드웨어든 간에 컨텐츠가 부족하다는 말이 나오는 순간 생존이 위험하다는 예측도 같이 나온다. 예전에는 우수한 하드웨어로 컨텐츠가 모여들었다면, 지금은 먼저 좋은 컨텐츠가 하드웨어 매출을 불러 일으켜야 한다. 그리고 이 컨텐츠는 결국 사람이 만들어야 한다.

어도비의 창작도구가 점점 중요해지는 건 바로 이런 이유다. 단순한 프로그램 코딩이나 투박한 그래픽 툴 정도로 도전해도 사람들이 감탄할 컨텐츠를 만들 수 있던 시대도 지났다. 상대적으로 강력한 하드웨어와 쉽고 강력한 창작도구가 흔하다보니 결국 더 좋은 컨텐츠를 만드는 것만이 경쟁력이 된다.





지난 4월 24일, 청담동 시네시티에서 어도비 크리에이티브 스이트(CS) 6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는 단순한 제품발표가 아니라 다양한 예술가, 창작자를 불러 직접 이야기를 들어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런 행동을 통해 어도비는 스스로가 단지 도구를 만들어파는 장사꾼이 아니라, 문화와 예술 그 자체를 후원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고 싶어한다.





사실 애플, 그리고 어도비 만큼 예술가들에게 사랑받고 이미지가 좋은 회사는 거의 없다. 보통 컴퓨터 기술적인 부분에 둔감한 대신, 예술과 감성에 민감한 이들 창작집단에게 지속적으로 좋은 툴을 제공하는 것이 애플과 어도비이기 때문이다. 포토샵과 일러스트레이터, 플래시와 드림위버 등 어도비의 툴은 우리 생활 속에 이미 깊이 파고 들어 있다. 이번에 발표한 CS6 는 대표적으로 그 안에 사진가들의 필수 프로그램인 포토샵을 담고 있다.




그래서일까. 첫번째 강연자로 나선 사람은 유명한 사진작가 김중만이었다. 사진에 대해서 그다지 잘 모르는 나도 이름을 알고 있을 정도로 대단한 작가이다. 그는 담담하고 소탈한 어조로 자기의 사진철학에 대해서 말했다. 솔직히 그는 언변이 좋은 편이 아니었다. 강력하게 호소하거나 누군가를 감동시키기 위해 연출된 단어를 내뱉지도 못했다. 그렇지만 그의 말 하나하나는 제대로 음미하면 제법 많은 의미를 만들 수 있었다.





그가 강조한 것은 한국 사진예술이 보다 높은 가치를 인정받아야 한다는 것이었고 그것을 가능하게 해줄 요소로 꼽은 것이 한국적 특징이었다. 그는 책으로나 보던 세계적 사진 작가의 작품에 다소 기가 죽었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반대로 그 사진작가가 한국에서 작품을 촬영한 것을 보자 처음으로 웃음이 나왔다고 한다. 피사체에 대한 이해가 들어가야 하는 사진의 특성상 아무리 거장이라도 한국은 결국 한국 작가가 더 잘 알기 마련이다.

그래서 김중만은 한국 사진이 세계화가 되기 위해서는 오히려 보다 한국적으로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 결론을 내리기 위해서 다소 오랜 시간을 돌아온 느낌은 있지만 분명 옳은 방향일 것이다. 그는 사진가들이 필수로 써야하는 어도비의 툴에 대해 살짝 언급하면서 말을 마쳤다.





영화 감독 진원석은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아날로그로 촬영하던 예전에는 필름을 직접  써서 찍어야 했기에 아이디어가 아무리 좋아도 작품을 직접 만들어보기 힘들었다. 그러나 이제는 고품질 동영상 촬영이 되는 DSLR과 전문 영상편집이 쉽게 되는 디지털 툴이 등장했기에 아마추어도 작품을 만들어볼 수 있다. 아이디어만 있으면 된다는 것이다.

어도비, 새 창작도구를 발표하며 내세운 것은?





이번 툴을 발표하면서 내세운 어도비의 캐치프레이즈는 'Create now(지금 만들어라)!' 이다. 마치 스포츠 용품 브랜드의 짧지만 강렬한 문구와도 비슷하다. 그렇지만 이만큼 어도비의 툴이 지향하는 목적을 잘 표현하기도 힘들다. 어도비는 창작자들에게 쉽고 편한 도구를 제공한다. 원하면 언제든 꿈꾸는 것을 만들 수 있다. 필요한 것은 이제 도구가 아니다. 행동이다. 그러니까 무엇인가 떠오르면 '바로 만들어라' 는 것이다. 포토샵으로, 일러스트레이터로, 어도비 에어 등으로 말이다.






재미있는 것은 이제 어도비도 클라우드 서비스만 시대의 조류에 완전히 동참했다는 것이다. 어도비의 툴 사이에서 데이터 교환과 편의기능을 제공하는 클라우드 역시 또하나의 좋은 도구가 되었다. 하늘에 뜬 하얀 구름 같은 클라우드의 모습이 제품 패키지와 잘 어울린다.


날이 갈수록 도구는 점점 편해지고 쉬워진다. 사람들은 누구나 그 도구를 쓸 수 있다. 그만큼 더 요구되는 것은 창의성이고 아이디어다. 좋은 컨텐츠를 만들기 위해서 그 어떤 기계로도 만들 수 없는 아이디어와 창의성을 제외하면 모든 것이 우리 앞에 제공될 것이다.



그러니까 우리는 가장 핵심적인 부분에 집중하자. 좋은 컨텐츠를 만드는 비결은 도구에 있지 않다. 우리의 머릿속에 있다. 이것이 어도비의 발표회가 내세운 핵심메시지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