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을 사는 데는 각자 이유가 있다. 누군가는 단지 '새로운 상품이니까 사야지!' 라고 말하기도 한다. 누군가는 '가격 대 성능비가 너무 좋잖아?' 라는 것이 이유가 되기도 한다. 좀더 깊숙이 들어가면 자기를 과시하기 위해 제품의 본질보다 브랜드 가치 때문에 사기도 한다. 학생들 사이를 강타하는 노스페이스 열풍 같은 것이 그 예다.


하지만 더 중요한 본질이 있다. 우리가 물건을 사는 이유는 그 물건이 필요해서다. 기능이든 성능이든 말이다. 텔레비전을 사는 이유는 방송을 보고 듣기 위해서고, 이어폰을 사는 이유는 소리를 듣기 위해서다. 가장 본질적 이유는 바로 이 필요성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그럼 이런 필요성을 울트라북에 대입해보자. 요즘 봇물 터지듯 나오고 있는 하나의 흐름인 울트라북은 도대체 왜 필요한 것일까? 인텔과 여러 노트북 제조회사가 동참하고 있는 울트라북이 단지 소비자를 현혹하기 위한 마케팅에 불과한 것은 아닐까? 이런 생각이 들 수도 있다. 특히 나는 개인적으로 어떤 물건을 살 때 반드시 그 제품의 본질적 필요성을 생각한다. 그래야만 보다 현명한 소비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먼저 울트라북이란 무엇일까? 하는 정의를 알아보자. 가장 기초적인 전제는 노트북 컴퓨터를 위한 규격이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냉장고나 카메라, 텔레비전은 처음부터 울트라북이 될 수 없다는 뜻이다. 좀더 자세히 들어가서 이 규격을 처음 제안한 인텔의 기준은 다음과 같다.


1. 20mm 이하의 두께
2. 대기 상태에서 빠르게 복귀하는 인텔 래피트 스타트 테크놀러지
3. 2세대 인텔 코어 프로세서.
4. 울트라북임을 알리는 스티커 

이 조건들은 울트라북이 왜 나왔는지 그 본질을 잘 알리고 있다. 

1. 단지 두께만을 정의했지만 사실 이 조건이 뜻하는 바는 한 때 일본 가전제품이 추구해서 전세계를 놀라게 했던 방향이다. 가볍고, 얇고, 짧고, 작다는 뜻의 경박단소란 것이다. 물론 노트북의 사용성을 훼손시키지 않는 범위내에서 추구해야 한다.

얇고 가벼운 제품은 간단히 가지고 다닐 수 있다. 그러니까 단지 옮길 수 있다는 뜻의 포터블컴퓨터가 아니다. 가지고 다니며 부담없이 쓰다가 접어넣고 다시 또 쓸 수 있는 모바일 컴퓨터를 추구한다는 의미다. 그것이 바로 이 두께 제한이 함축하는 뜻이다.


2. 대기 상태에서 빠르게 복귀한다는 것은 반응성이 빠르다는 뜻이다. 이것은 노트북 컴퓨터를 점점 잠식해들어오는 태블릿과 맥북에어를 견제하기 위한 조건이다. 

실제로 맥북에어는 얇고 가벼운 것에 그치지 않고 자사의 아이패드에서 여러가지 장점을 적극적으로 가져왔다. SSD를 채택한 빠른 부팅과 잠자기 모드에서의 빠른 복귀, 그 사이의 아주 작은 배터리 소모 등이 인상적이었다.

점유율이나 전체 노트북 시장을 볼 때 맥북에어의 영향력은 크지 않다. 아이패드 역시 당장 노트북 판매에 치명적 장애가 되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이들이 제시해준 미래비전은 즉각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쳤다. 인텔은 사람들이 빠른 반응성을 원하기에 태블릿을 쓴다는 점에 주목했다. 얇고 가볍고도 빠르게 응답해야 하는 것이 기본 조건인 것이다.


3. 인텔이 제창한 규격이지만 자사 프로세서라고 다 되는 건 아니다. 반드시 최신 프로세서를 써야 한다는 것은 최고의 성능과 배터리 성능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또한 아톰으로 대표되는 넷북과 성능에서 확실한 차별성을 두겠다는 뜻이다.

2세대 인텔 코어프로세서는 저전력소모와 자체 그래픽가속 기능을 포함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보다 얇고 가벼운 노트북을 만드는 데도 도움이 된다. 롤모델이라고 할 수 있는 맥북에어도 최신 라인업에는 같은 프로세서를 쓴다는 점을 유의하자.

4. 울트라북 스티커란 조건은 이 규격이 단지 이론적이고 학술적인 규격이 아니라 인텔이 정한 마케팅 규격이라는 의미다. 예전 센트리노 플랫폼을 생각해보자. 인텔은 항상 기술발전과 혁신을 자사의 마케팅 규격과 혼합해서 시장에 내놓았다.

이것은 울트라북이 인텔의 통제하에 있는 규격이란 점을 뚜렷이 보여준다. 하지만 애플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완벽하게 혼자서 만드는 것도 아니고 제조회사의 개성을 무시하는 것도 아니다. 제조회사의 독자적인 노하우와 개성이 들어갈 수 있음을 보여주기도 한다.


울트라북은 왜 필요할까, LG XNOTE Z330.

그렇다면 이런 울트라북은 나에게 왜 필요할까? LG의 최신 울트라북인 엑스노트 Z330을 보면서 내 경우를 생각해 보았다.

첫번째로 스트레스를 줄여주기 때문이다. 내 경우는 무의미하게 기다리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컴퓨터를 켜면 아무 것도 하지 못하고 어서 화면이 뜨기만 기다리고 있어야 한다. 멍하니 화면만 쳐다보며 앉아있어야 하는 그 순간이 길수록 그것은 스트레스로 다가온다.

그래서 아주 짧고 간단한 웹서핑은 아이패드 같은 태블릿이나, 스마트폰으로 하는 경우도 많았다. 몇 초 정도 검색하면 될 것을 위해서 컴퓨터를 켜고 30초를 넘게 기다려야 한다. 부팅되기를 기다려서 몇 초 쓰면 용건이 끝나고 나면 다시 시스템 종료를 눌러 한참 뒤에 종료된다. 이건 정말 비효율적이란 생각이 든다.


두번째로 빠른 반응성이 창조성을 높여주기 때문이다. 나는 글을 쓸 때 반응성에 민감하다. 대기모드에서의 복귀를 비롯해서 하드디스크를 읽고 작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딜레이가 생길수록 머릿속에 생각했던 것이 함께 멈칫거린다. 내가 생각한 것이 손끝에서 키보드를 통해 바로 컴퓨터에 입력되는 반응성이 좋을 수록 보다 창조성이 발휘된다. 

세번째로 언제 어디서든 컨텐츠를 만들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나는 소설가다. 또한 지금은 IT 평론글을 쓰고 있다. 좋은 아이디어가 머릿속에서 언제 갑자기 떠오를지 모른다. 그럴 때 순간적으로 메모장처럼 글을 쓰거나, 카페에 앉아서 글을 쓰고 싶다. 

원래는 태블릿을 써봤지만 아직 인터넷에서 활용성이 제한된다. 또한 긴 글을 쓸 때 성능이 낮아 버벅거리기도 한다. 역시 이럴 때 가장 적합한 것은  빠르고도 반응성이 좋은 노트북이다. 따라서 울트라북의 컨셉은 나에게 딱 알맞다. 


전통적으로 LG의 제품은 안정적이고 편안함을 가져다준다. 기본기가 튼실하고도 성능이 확실하다는 이미지가 있는 엑스노트 Z330을 내가 체험해보고자 한 이유다. 과연 울트라북 컨셉으로 나온 이 제품은 어째서 필요한 제품일까? 다음 포스팅부터 바로 그 점을 실제로 사용해보면서 확실히 분석해보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