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항상 새로운 것을 원한다. 그리고 시장의 경쟁은 늘 새로운 대결구도를 원한다. 때문에 헐리우드 영화의 주인공은 늘 1탄에서 강한 적과 싸워 이기고 나면 2탄에서는 더 강한 적과 싸워야 하는 지 모른다. 여기에는 끝이 없다. 한쪽의 경쟁자를 이겼다고 생각하면 전혀 새로운 방향에서 강력한 경쟁자가 진입한다.

 
한때 전세계 PC시장의 확고한 지배자는 인텔이었다. 특히 CPU시장에서 인텔은 지금도 강력하다. 라이벌이라 부를 수 있는 AMD조차도 거의 이겨보기 힘들 정도이다. 그동안 파워PC를 비롯한 많은 도전자들이 있었지만 누구도 인텔을 이기지 못했다. 

그런데 이런 인텔이 모바일 기기인 스마트폰과 태블릿을 둘러싼 거대한 변화 속에 비틀거리고 있다. 지배자란 위치는 변함이 없지만 지배하는 시장 자체가 축소되면서 모바일 칩이란 거대한 시장이 생겨버리자 당황하고 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인텔은 모바일 칩셋의 강자인 퀄컴과의 경쟁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출처)

 
오는 1월 10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 첫날 반도체 시장 강자 인텔, 퀄컴이 서로의 영역이라고 인식됐던 모바일, PC 시장을 놓고 맞붙는다.



1월 3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퀄컴은 이날 폴 제이콥스 CEO가 직접 퀄컴 반도체에서 운영되는 노트북을 선보일 계획이다. 이에 맞서는 인텔은 폴 오텔리니 CEO가 인텔칩 탑재 휴대폰에 대해 설명할 예정이다.



스마트폰, 태블릿 등 과거 넷북, 노트북의 영역을 넘보는 모바일 기기가 등장하면서 인텔, 퀄컴은 서로의 영역을 넘어서 한판 제대로 붙어보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인텔은 최근 모바일 기기에 탑재되는 메드필드칩을 탑재하며 10년 동안 진입을 시도해오던 모바일 시장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ARM의 설계 기술, 애플 아이패드의 성공 속에 이들 업체의 기세는 이제 노트북 CPU 시장을 넘볼 수 있는 위치로 성장했다. 아이패드는 삼성전자의 ARM 기반 A4, A5 칩을 통해 모바일 영역에서의 컴퓨팅 기능에 대한 가능성을 입증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인텔의 오랜 파트너로 x86만을 지원하던 마이크로소프트까지 ARM에 대한 지원을 약속했다. 윈도우8에서 ARM 기반에서도 운영되도록 하겠다고 선언하며 인텔을 압박했다. 퀄컴, 삼성전자 등 ARM 기반 모바일 칩 업체들에게도 PC CPU 시장은 윈도우8을 시작으로 열렸다.

시장조사업체 라자드캐피탈마켓은 오는 2015년까지 ARM기반 PC 시장의 성장으로 인한 인텔의 손실 규모를 22억달러 규모로 추산했다.



인텔이 당장 눈에 보이는 손실을 입고 있는 건 아니다. PC시장에서의 위치는 견고하고, 당장 PC 수요가 줄고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모바일 기기의 확대는 PC수요를 대체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PC의 상당부분이 모바일기기에 대체될 거라는 전망은 기정사실에 가깝다.

인텔 정도는 아니지만 이런 모바일 시장의 대표적 강자는 퀄컴이다. 이 회사의 칩은 모바일 시장 진입을 노리는 인텔과 자연스럽게 충돌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 과연 누가 승리하며 이익을 볼까? 

인텔 vs 퀄컴, 새로운 대결의 승자는?



사실은 이때까지 추구하는 방향이 달랐다. 인텔은 저전력 기술을 중시하지 않았다. 전력소비가 많아도 고성능을 내는 쪽을 택했다. 반대로 퀄컴의 주축이 되는 ARM기술은 저전력소모에 역점을 두었기에 상대적으로 고성능에 약하다. 

그렇지만 최근에는 양쪽이 서로의 장점을 취하려고 애쓰고 있다. 인텔은 미세공정 기술의 개발로 저전력소모를 실현하려고 애쓴다. 반대로 ARM 진영에서는 쿼드코어까지 내놓으며 성능향상을 주력하고 있다. 결국 양 회사의 칩은 조만간 어떤 한 점에서 전력소모와 성능이 비슷해지며 만나게 될 것이다.

적어도 모바일 기기에 한해서 당분간의 기득권은 퀄컴 으로 대표되는 ARM 진영이 가져가게 될 것이다. 이미 이룩해놓은 것이 많이 이들은 다소 느긋하게 성능을 올리기만 하면 된다.



반대로 치고 들어가려는 인텔은 다급하다. 제조사들은 한결같이 저전력을 요구하는데 인텔의 기술력은 저전력에 다소 약하기 때문이다. 조금이라도 빨리 진입해야 이익이 되는데도 아직은 들어갈 만한 수준에 못미치니 말이다.

단기적으로 이 대결의 승자는 퀄컴이 된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자본력과 공정기술이 앞서는 인텔에도 기회가 올 것이다. ARM진영이 조금이라도 방심하면 한순간에 뒤집힐 수도 있다. 승자가 누구든 사실상 경쟁다운 경쟁이 없던 모바일 칩 시장에 치열한 경쟁이 온다는 건 환영할 만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