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하게 잊어버리는 진리가 있다. 수단이 우리를 행복하게 해주지는 못한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서 돈이 많으면 행복할까? 아니다. 그 돈으로 무엇을 하는가가 행복을 준다. 단지 막대한 돈이 나에게 주어졌는데 그걸 언제 어떻게 써야할 지도 모르면 행복을 얻을 수 없는 건 당연하다.


스마트폰과 태블릿, 그리고 SNS가 가져온 한국사회의 변화를 말하면서 나도 모르게 수단에 너무 집착하지 않았는가 돌아본다. 기술이란 건 항상 쓰임새에 결과를 만든다. 그리고 그 쓰임새가 늘 긍정적인 방향만 있는 것도 아니다. 자동차가 있어서 사람이 보다 편리해졌다면, 반대로 그 자동차를 이용한 범죄도 많아진다. 또한 자동차가 어떤 것이냐에 따라 사람의 가치가 매겨지기도 한다.

현재 한국사회를 강하게 바꾸고 있는 메시지앱 카카오톡은 대표적인 소셜 서비스다. 흔히 ‘카톡한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유명한 이 앱은 문자메시지를 대신해서 더 편리하고 친근한 수단으로 자리잡았다. 새 스마트폰을 사게 되었을 때 주목적이 바로 이 ‘카톡질’이란 사람도 많다.

파란 화면에 전화선으로 연결한 하이텔 등에서 글자로 하던 ‘채팅방’이 만든 남녀간의 만남을 그린 영화 ‘접속’이 있었다. 그것이 인터넷의 ‘세이클럽’으로 바뀌고 다시 ‘카카오톡’으로 바뀌었다. 이제는 선도 필요없이 작은 휴대폰으로 무한정 가능하니 그 수단이 놀랍게도 편하게 바뀌었다. 그런데 바로 이런 편리함이 남녀의 만남과 이별도 급격히 ‘편리하게’ 만드는 듯 하다. 다음 뉴스를 보자. (출처)



'1년 만남, 15분 카톡 메시지로 끝나다.'

대학생 A양은 최근 황당한 일을 겪었다. 남자친구가 카카오톡을 통해 이별을 통보한 것이다. 이후 연락을 해도 대답이 없고, 페이스북, 네이트온 등 메신저 앱에서 자신의 이름이 빠져있는 것을 확인했다. A양은 "말로만 듣던 카톡이별을 당했다"며 "예상치 못한 이별에 어이없고 황당하다"고 말했다.



인터넷 게시판에서도 카톡이별을 만날 수 있다. "3년을 만났고, 군대도 기다렸는데 카톡으로 헤어졌다", "헤어지는데 별거 없더라", "나랑 비슷하다. 2년을 만났는데 5일 동안 연락이 두절됐다 카톡으로 이별을 통보받았다" 등 누리꾼들의 글로 도배 중이다.



SNS(소셜네트워크)도 예외가 아니다. 미국 인터넷 이용자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33%가 페이스북을 통해 이별을 경험했고, 무려 40%가 SNS를 통해 이별할 계획이 있다고 발표했다. 스마트폰, SNS 등이 연인과의 관계를 정리하는 도구로 추가된 셈이다.

이별이 있으면 만남도 있는 법. 스마트폰을 통한 만남도 늘고 있다.

대학생 B군은 스마트폰에 이상형 찾기 앱을 설치했다. 앱을 통해 자신의 정보를 입력한 뒤, 이상형 조건을 기재하면 등록된 상대방 사용자 프로필을 찾아볼 수 있고, 상대편과 쪽지 송·수신 등도 가능하다. 군 제대 후 복학한 지 얼마 안 된 B군에게는 이상형 찾기 앱이 솔로탈출의 기회가 된 것이다.



기술은 우리를 보다 빠르고 편하게 연결시켜준다. 일부러 집밖으로 나가지 않아도, 어디의 데이트클럽에 가입하지 않아도 전화번호나 단순 정보만으로 친구를 소개시켜주고 이야기할 수있게 해준다. 컵라면에 물을 붓는 것보다 쉽다. 그렇지만 쉽다고 좋은 것만은 아니다. 정작 그 속에서 행복을 느끼는 게 쉽다면, 불행을 느끼거나 버림받는 것도 쉬워져버렸다.



카톡이별과 SNS 만남, 우리는 행복한가?

아무리 기술이 발달해도 때로는 사람과 사람이 직접 얼굴을 맞대고 말해야 하는 일들이 있다. 좋아한다는 고백이나 프로포즈를 카톡 문자 하나로 받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마찬가지로 이별선언을 카톡 문자 하나로 끝내는 게 좋다는 사람도 별로 없다. 가슴뛰는 기쁜 일을 삭막한 문자 한 줄로 대체하기 싫다면, 괴롭고 고통스럽더라도 문자 한 줄로 모든 걸 끝내는 걸 좋다고 생각하지도 않을 것이다.

기술은 만능이 아니다. SNS란 수단은 그 자체로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지 못한다. 그것을 어떻게 이용하는가를 잘 연구하고 다뤄야만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카톡이별이란 말이 세태가 되어버리기 전에 우리가 과연 어떻게 IT기술을 이용하고 있는지를 한번 돌아봐야겠다. 



그래서 문자한통으로, 카톡 메시지 한 줄로는 결코 대체할 수 없고 그래서도 안되는 것들을 꼽아보자. 그 어떤 3차원 영상과 가상현실 서비스로도 바꿔서는 안되는 따스함과 인간다움을 남겨두자. 그래야만 기술이 나중에 우리를 불행하게 만드는 일을 피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