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과연 애플을 따라잡을 수 있을까? 이 문제를 말하기 전에 매우 간단하지만 핵심적인 문제를 제기해보자. 애플에는 있고 삼성에는 없는 대표적인 것은 무엇일까? 

삼성의 윤종용 상임고문은 한 경제잡지와의 인터뷰에서 그것을 ‘운영체제’라고 말했다. 인물을 중시하는 사람은 ‘스티브 잡스’ 라고 답할 지도 모른다. 많은 네티즌은 ‘혁신’ 이라고 말한다. 시니컬한 누군가는 ‘도덕성’ 이라고 답할 지도 모른다.



부분적으로는 전부 맞는 말이다. 그런데 이 전체를 일관하는 하나의 요소는 무엇일까? 그것은 아마도 ‘창의성’이라는 분야로 압축될 수 있을 것이다. 기본적으로 애플은 남들이 못하는 것, 혹은 시장에 없는 무엇인가를 만들어서 그것으로 ‘대박’을 노리겠다는 것이 회사의 중심 이념이다. 그러니까 나머지 요소는 부차적인 것이다.

삼성은 반대로 ‘돈을 벌어 회사를 유지한다.’ 이 자체가 목표다. 본래 후진국 가운데 극빈국이었던 한국적 환경에서 만들어지고 성장한 회사니 처음부터 창의성을 목표로 하기에는 너무 버거웠을 지 모른다. 어쨌든 삼성에게는 돈을 벌어 회사를 성장시키고 직원들 월급을 주는 것이 중심이념이고 창의성은 부차적인 요소다.

많은 시간이 흘렀다. 처음에는 상대도 안되는 것처럼 보였던 미국과 한국의 회사가 이제는 세계시장에서 나란히 경쟁하기도 한다. 반도체나 조선업 같은 일부에서는 미국이 한국회사에 뒤지기도 한다. 애플 제품과 삼성 제품이 나란히 비교대상이 될 정도의 시대가 되었다. 솔직히 지금 애플에 비교하며 중국의 하이얼을 욕하는 사람은 없지 않는가? 애초에 비교도 안되고 기대도 안되면 욕도 안한다.

앞으로 삼성전자가 애플을 따라잡기 위해서, 나아가서는 진정으로 세계 1위의 글로벌 전자회사가 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그것은 창의성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창의성이 결과로 나타나는 것이 바로 발명이고 특허다. 그런데 최근 이 창의성의 한 지표인 ‘직무발명’을 둘러싸고 흥미로운 비교가 제시됐다. 



며칠전 나는 CBS 기자로부터 취재요청을 받았다. 애플의 창의성과 더불어 요즘 특허분쟁을 벌이고 있는 삼성의 직무발명 제도의 미비점을 지적하는 내용이었다. 솔직히 처음에는 한겨레신문이나 오마이뉴스도 아니고 CBS에서 이런 취재를? 이라고 놀랐지만 흥미있는 분야이이게 혼쾌히 응했다. 다음 기사를 보자. (출처)

복수의 삼성전자 연구원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직원들의 특허 출원을 장려하기 위해 직무발명보상제도를 운영 중이다. 이 제도를 통해 연구원들은 업무 과정에서 자발적으로 특허를 발제하고, 자체 평가를 통해 특허의 등급을 나눠 보상을 한다는 취지다. 이 등급은 A등급(해외 특허 출원), B등급(국내 특허 출원), 그 밖에 C등급으로 나눠진다. 

하지만 출원에 대한 보상은 A등급에 한해서만 최종 출원 전 특허 권리를 회사에 양도하면서 계약서를 작성할 때 지급하는 '50만원'뿐이다. 양도계약서에는 이후 회사에 대한 기여도가 크면 최대 200만원의 인센티브를 주고 심사를 통해 추가금을 지급한다고 적혀 있지만 정확한 금액이나 산출 방법에 대해서는 규정돼 있지 않다. 즉, '10만명을 먹여 살릴 천재'가 특허를 개발해도 보장된 보수는 수백만원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애플을 벗기다'라는 책을 쓴 IT 평론가 안병도 씨는 이를 삼성이 창의력에서 애플을 따라잡지 못하는 이유로 꼽는다. 안 씨는 "실적을 중시하면서도 보상에는 인색하기 때문에 개발자들은 애플처럼 기술과 인문학이 접합된 창조적 기술 개발에 대한 의욕을 갖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여기서 직무발명이란 무엇인가? 이 부분을 모르는 분들을 위해 관련 글을 이어서 소개한다.(출처)

직무발명이란 ‘근로자 발명자가 직무를 수행하면서 완성한 발명’을 말한다. 사실 우리 과학기술인들은 직무발명에 가장 근접한 관계에 있다. 그러나 법률에 문외한이라 직무발명으로부터 발생하는 권리가 누구의 것인지(귀속의 문제), 발명을 회사에 양도한 경우 보상금은 얼마를 받을 수 있는지(보상의 문제) 등에 대해 잘 모른다.

대부분의 과학기술인도 발명자권이 처음부터 ‘회사의 것’이라고 잘못 알고 있다. 이는 결과적으로는 발명자권이 ‘회사의 것’이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권리는 처음에는 ‘발명자의 것’이고, 승계 절차에 의해 ‘회사의 것’이 된다. 

이 공식에서 발명자 공헌도가 가장 중요한 요소다. 한국 판례는 대체로 발명자 공헌도를 3~30%로 인정하며, 일본의 판례들도 비슷하다.

우리나라에서 100여 건에 이르는 ‘발명의 귀속과 보상 문제’에 관한 사건들이 있었다. 발명자 1인에게 판결로써 가장 큰 금액이 인정된 사례는 2004년의 ‘DVD에서의 복사방지장치’를 개발한 P씨의 약 3억 6,000만 원을 인정한 사례다. 일본에서는 2004년 1월에 니치아화학이 원고 발명자 나카무라슈지에게 2,000억 원을 지급할 것을 선고한 판결이 있었으나, 이 사건은 2심에서 84억여 원을 지급하는 것으로 합의가 성립됐다. 



한국과 일본은 회사문화가 비슷하다. 회사에 들어온 개인을 회사의 소유물로 보는 경향이 강하다. 때문에 개인이 회사 안에서 이룩한 업적은 당연히 회사의 것이라고만 생각한다. 때문에 이런 재판사례가 발생한다.

문제는 무엇일까? 발명은 물건이 아니라서 강제로 머리에서 쥐어짜낼 수도 없고, 그렇게 해서는 정말로 창의적인 것은 안 나온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직장생활을 하는 어떤 연구원 머리속에 별볼일 없는 아이디어A  와 기막힌 아이디어 B가 있다고 치자. 회사가 할당으로 이달말까지 하나를 내야 한다고 하면서 그 보상이 위와 같이 50만원 수준이라면 A를 내버리고 말 것이다. B는 스스로 독립해서 회사를 차리든가 다른 곳에 비싸게 팔려고 할 게 분명하다.그렇다고 직원 머릿속에 있는 아이디어를 가택수색하듯 압수영장을 받아 경찰이 압류할 수 있는가? 

삼성이 애플의 창의성을 따라잡을 방법은?

애플이나 구글, 페이스북 등의 정말 좋은 아이디어와 창의적 발명은 결코 할당된 책임량이나 쥐꼬리만한 보상금으로 인해 나오지 않았다. 개인이 이것으로 세상을 바꾸고 스스로도 엄청난 보상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을 때 자연스럽게 나왔다. 아니면 리누스 토발스처럼 즐기면서 자유스럽게 만들었을때 나왔다.

삼성이 가지고 있는 하드웨어적 특허와 발명은 상당하고 풍부하다. 엔지니어링 측면에서 본 삼성의 창의력은 분명 인정할 만 하다. 그것은 반도체부터 LCD까지 삼성이 소재와 부품 연구에 집중했고 그 연구소에 충분한 투자를 했기 때문이다. 이런 하드웨어는 장치와 연구시설이 충분하면 결과가 잘 나오는 산업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운영체제와 인터페이스, 인문학과 기술이 접목된 분야는 단순히 인원이 많고 시설이 좋다고 결과가 나오는 게 아니다. 차고에서 몇 사람이 하더라도 열정과 창의성이 보장되고 예상되는 보상이 충분해야 한다. 실리콘 밸리의 기업들은 훌륭한 발상만으로 하루아침에 돈방석에 앉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에 창의력이 나올 수 밖에 없다.

그에 비해서 이제부터 이런 실리콘 밸리의 야심가와 세계시장에서 창의력을 경쟁해야 하는 삼성의 현실은 어떤가?(출처)

100여명에 달하는 특허팀은 CEO 직속으로 삼성전자 4개 사업부문 3만여명 개발자들이 발제하는 특허의 출원 과정 등을 직접적으로 관리한다.복수의 삼성전자 개발자들은 특허팀의 정책 때문에 '불편한 동거'를 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A 개발자는 "올해부터 눈앞의 특허전쟁을 감안해 경쟁기업을 공격할 수 있는 특허만 받아들여지는 경향이 있다"며 "얼마 전에도 개발부서 안에서는 특허성이 있다고 공감하는 건이 반려됐다"고 말했다. 장기적으로 회사에 득이 될 수 있지만 당장 시장성은 없는 특허보다는 당장 쓰일 수 있는 특허에만 목을 맨다는 것이다.

B 개발자는 "특허는 최초 발제자가 가장 잘 아는데 특허팀에서는 제안서를 보고 전화 통화 몇 번 끝에 반려한다"면서 성의 없는 심사에 불만을 드러냈다. 하지만 무엇보다 개발자들이 분통을 터뜨리는 것은 특허 개발을 장려하고 도움을 줘야할 특허팀이 관료화되고 있다는 점이었다.

C 개발자는 "특허팀은 우리가 특허를 많이 발제할수록 일이 많아진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특허 출원을 회사의 지적재산권리 찾기가 아닌 업무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개발자들이 특허 출원에 대해 자세히 모르다보니 특허팀의 조언이 도움이 많이 된다"고 전제한 뒤 "하지만 특허팀의 연내 목표 출원 건수가 다 채워진 뒤 발제한 특허는 상대적으로 소홀하고 '내년에 내라'고 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애플의 조나단 아이브를 보자. 그의 작품인 아이맥과 아이폰, 아이패드의 독창적 디자인은 결국 애플이 돈과 환경을 대준 직무발명이다. 하지만 애플이 과연 그에게 겨우 200만원을 주고 할 일 다했다고 했는가? 애플은 그의 이름을 대대적으로 알리고 스톡옵션을 주었으며 직급을 CEO 다음으로 높였다.

삼성이 애플의 창의력을 따라잡는 방법은 우선 이런 처우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앞으로 갤럭시S의 디자인과 내부 운영체제 등에서 좋은 창의력을 낸 사람을 집중 홍보해주고, 스톡옵션을 주면서 사장급으로 대우해주는 삼성을 볼 수 있길 바란다. 그렇게만 된다면 삼성도 하드웨어만이 아닌, 세계에 자랑할 수 있는 창의력 있는 소프트웨어 기술과 특허를 갖춰갈 수 있을 것이다. 

P. S : KT 경제경영 연구소에서 운영하는 디지에코 의 2012년 필진이 되었습니다. 최신 IT 이슈를 쉽게 설명하는 기사를 1년에 5편 정도 선보일 계획입니다. 전부 독자분들의 응원 덕분입니다.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