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비교적 미각이 까다롭지 않다. 못먹는 것도 별로 없고 왠만해서는 맛없다고 느끼지도 않는다. 그렇지만 나는 피자를 상당히 좋아한다. 향긋한 밀가루에 갖가지 재료를 얹은 다음 치즈와 함께 구워낸 피자의 맛은 설령 저렴한 피자라고 할지라도 늘 먹고 싶게 만들었다.

내 친한 친구 가운데는 미각이 상당히 까다로운 블로거인 '주작'군이 있다.(존칭 안쓰는 사이다. 내가 형이라서.) 그 주작이 맛있는 피자집이 있다고 가자고 했을때, 나는 조금도 망설일 필요가 없었다. 본래 피자 자체를 좋아하는 데다가 주작군이 먹자고 할 정도의 맛집이면 언제나 나에게는 최저한의 만족감을 주었기 때문이다. 


도셰프. 이탈리아 나폴리 피자맛을 선보인다는 가게 이름으로서 상당히 분위기가 나는 곳이다. 적당히 아늑하면서도 너무 어둡지 않은 곳이라고 할까. 마침 흐린 날이었음에도 가게 분위기는 적당한 따스함과 편안함을 주었다.


분위기라는 건 음식의 모든 건 아닐지라도 상당부분을 차지한다. 가게를 장식한 작은 소품마저도 독특한 향취로 분위기를 느끼게 해주었다.


마침 아침을 먹지 않고 점심에 간 터라 배가 고팠지만 이런 인테리어까지 감상하며 여유있게 주문을 시작했다.


메뉴외에 사진까지 모두 붙어있는 카드가 있어 재미있었다. 이렇게 직접 눈으로 보며 음식을 주문할 수 있다는 건 중요하다. 아무래도 음식 역시 눈으로도 맛보게 되기 때문이다.

 
매우 드물게 도쉐프는 화덕을 이용해서 피자를 구워낸다. 이렇게 하면 가장자리가 탄 것처럼 바삭해지지만 본고장의 나폴리 피자의 맛을 느끼게 하기 위한 설명도 있었다. 화덕에서 직접 구운 피자의 맛은 어떨까? 매우 궁금했다.


하지만 아무리 급하더라도 전채는 먹어야 하는 법. 샐러드부터 시작되는 코스식으로 주문한 음식이 나왔다. 감베리 퐁기 샐러드로 우선 미각과 위장에 신호를 보냈다. 맛있는 것을 먹을 준비를 하라고 말이다. 버섯과 야채맛이 잘 어우러진 이 샐러드가 식욕을 북돋아주었다.


그리고, 기다리던 피자의 등장이다.  엑스트라 마르게리타 란 이 피자는 토마토 소스의 붉은 색이 인상적이다.


피자 아래에는 식지 않고 따스하게 먹을 수 있도록 촛불을 써서 은은하게 가열을 해주는 장치가 있다. 세심한 배려가 느껴진다. 그다지 느끼하지 않고 부드러운 맛이 우러나온다.

피자점이라고 해서 피자만 있는 건 아니다. 나폴리는 이탈리아다. 이탈리아 요리에서 결코 빠질 수 없는 것은? 바로 파스타다. 홍합이 들어간 홍합 나티보는 매콤한 맛을 내며 피자와 잘 어울려준다. 


흠, 맛있긴 한데 뭔가 풍성한 그런 맛이 부족한 듯 하다. 피자라고 하면 역시 너무 담백하기만 해서는 곤란하다. 느끼함 속에 있는 피자만의 매력이 있는 법이지. 라고 내심 부족함을 느끼려는 찰나에...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하며 등장한 이것은 꽈트로 포르마지. 제대로 본고장 피자의 풍부한 맛을 전해준다. 한 조각 먹어보고 굉장하구나. 라고 생각했는데 여기서 반전 하나가 있었다.

"꿀에 찍어드시는 피자입니다." 라며 내온 접시에는 진한 꿀이 들어있었다. 그 말대로 피자조각을 꿀에 땀뿍 찍어서 입안에 넣었다.


역시나! 더욱 진한 맛이 꿀과 어우려져 입속을 진동시켰다. 이런게 바로 본고장 피자의 맛인가 하고 깨달았다.


조개가 들어간 봉골레 비앙코는 해산물 특유의 산뜻한 맛을 전해주었다.



감베리 크루마는 크림의 부드러운 맛이 파스타와 함께 입속에 녹아들었다. 내친 김에 해물로 달려볼까 해서 나온 감베리 루꼴라는 새우와 토마토의 맛이 파스타의 면과 함께 꼬들꼬들한 느낌을 잘 살려냈다.

피자는 못해도 사실 파스타는 집에서도 재료를 사다가 가끔 만들어먹는 편이다. 그런데 역시나 내 실력과 전문 요리사의 실력은 하늘과 땅 차이였다. 이런 맛집에서 먹어본 것만으로도 집에서 스스로 만든 내 파스타는 먹기가 싫어질 정도다.  

중간의 음료로는 모히토와 라씨를 시켰다. 모히토는 칵테일로서 톡 쏘는 듯한 맛이 좋다. 라씨는 요구르트 타입의 음료로서 새콤한 맛을 자랑한다.


 
흐린 날이었지만 식사를 마칠 즈음 해가 조금씩 나서 창가에 햇살이 비췄다. 햇빛이 들어오는 가게와 그 안의 여러 모습이 무척이나 좋은 느낌을 주었다.



본고장 나폴리 피자와 파스타를 통해 다소라도 이탈리아의 문화를 맛본 셈이라고 하면 지나친 과장일까?


물병속에 든 허브잎의 투명함처럼 음식으로 인해 내 삶에 한조각의 활력이 깃들었다. 다소 아쉬운 점이라면 이날의 흐린 날씨로 인해 '오 솔레미오.' 대표되는 이탈리아의 햇살 좋은 분위기와 함께 음식을 먹지 못한 것이다. 언젠가 날씨가 기가 막히게 좋을 때 다시 한번 찾아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