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영화에서 가장 무서운 장면은 무엇일까? 시대에 따라서, 사람에 따라서 여러가지가 있을 것이다. 내 경우는 일단 한번 죽은 것처럼 보이던 귀신이나 살인마가 어느새 벌떡 일어나 사람을 노리고 있을 경우다. 그 뒤에 악전고투 끝에 간신히 쓰러뜨렸다고 생각하면, 또 어느 사이엔가 벌떡 일어나 내 발목을 잡고 있다.

정말로 소름이 돋는 무서운 장면이다. 그래서 한때 영화 터미네이터1 역시 공포영화 같은 성격이 있다고 분석됐다. 죽인 줄 알고 안심하면 어느새 또 일어나 다가오는 터미네이터 의 모습은 분명한 공포다.



그런데 스마트폰 업계에도 바로 그런 종류의 공포스러운 존재가 있다. 바로 죽었다고 생각하고 잊을 만하면 스멀스멀 나타나는 공포의 존재, 윈도우7 이다. 여기서 윈도우7은 말 그대로 PC에 들어가는 운영체제다. 스마트폰용인 윈도폰7 이라든가 모바일7이 절대 아니다. 이번엔 일본에서 윈도우7이 다시 좀비처럼 부활했다. 뉴스를 보자(출처)

묵직한 컴퓨터에서나 볼 수 있었던 윈도우7을 장착한 휴대전화가 등장했다. 이는 컴퓨터의 기능을 일부 가능케 한 ‘스마트폰’을 뛰어 넘어 컴퓨터를 고스란히 옮겨 놓은 수준이다.

16일 미 IT전문 블로그 엔가젯에 따르면 후지쯔의 ‘LOOX F-07C’ 모델은 기존의 휴대전화 기능에 충실한 심비안 운영체제에 윈도우7을 탑재해 컴퓨터의 다양한 기능을 사용할 수 있게 했다. 엔가젯이 함께 공개한 영상에 따르면 이 휴대전화는 전화를 할 수 있는 ‘미니 PC’에 더 가깝다. 휴대전화를 켜면 윈도우7의 낯익은 바탕화면과 아이콘들이 등장한다. 여기에는 ‘엑셀’과 ‘파워포인트’ 등 익숙한 프로그램들의 모습도 보인다.

이 휴대전화는 두 가지 운영체제를 모두 돌리기 위해 1.2Ghz의 인텔 아톰 프로세서와 1GB 메모리를 탑재했다. 화면 크기는 4인치로 1024×600의 해상도를 지원하며 500만 화소의 카메라도 달려 있다. 조작의 편리성 차원에서 일반 키보드와 동일한 쿼티 자판이 장착 돼있고 마우스의 역할을 할 ‘트랙볼’도 달렸다.

엔가젯은 이 휴대전화의 가장 큰 걱정거리는 ‘배터리의 수명’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후지쯔 측은 “연속 대기시간은 600시간이고 3G 통화시간도 370분에 이른다”면서 “윈도우7으로 작업할 수 있는 시간은 2시간”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시중에는 훌륭하고 가격도 공짜에 가깝도록 저렴한 스마트폰 운영체제가 있다. iOS,안드로이드 등등이다. 이 둘은 각자 스마트폰 세계의 리더이고 신뢰성 역시 보장되어 있다. 그런데 이런 좋은 운영체제를 두고 다른 데 눈을 돌릴까? 어째서 윈도우7 같이 스마트폰용으로는 시대착오적인 운영체제를 다시 살려보려는 움직임이 있을까? 터미네이터 처럼 죽었다고 생각해도 다시 벌떡 일어나는 까닭은 무엇일까?

윈도우7이 탑재된 스마트폰, 왜 필요한가?

1) 사람들에게 다년간에 걸쳐 이미 익숙해진 윈도우7의 인터페이스 때문이다. 사람은 보통 아무리 새로운 것이 좋더라도 만일 자기가 이전에 많이 써보았고 충분히 사용법을 익혀놓은 물건이 있으면 그쪽으로 손이 간다. 스마트폰이 아무리 쉬워진다고 해도 상관없다.


예를 들어 예전에 필름카메라로 많은 작품을 남겼고 그것으로 한평생을 살아온 사진가들이 있다. 그들은 새로 바뀌는 디지털 카메라가 더 쓰기 편하고, 저렴하며, 강력한 기능을 제공한다는 걸 알고 있다. 익히 블로그나 웹을 통해 찍은 사진을 접하고 교류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들은 대부분 중요한 사진에 여전히 필름 카메라를 쓴다.

이유를 물어보면 뭔가 고민하고 다른 답을 내놓긴 한다. 그러나 본질은 한가지다. 새로운 것은 다루는 방법 자체가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무리 기능이 강력해도 그걸 제대로 다룰 수 없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아직 소비자들은 윈도우7의 인터페이스에 너무 익숙해져 있다.

2) 윈도우7은 업체를 통제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예 공개나 라이센스 자체를 안하는 애플의 iOS는 그렇다고 치자, 안드로이드 조차도 요즘은 지나친 파편화를 막고 표준을 유지한다는 정책을 취하고 있다. 그런 운영체제 업체에 휘둘리기보다는 차라리 패키지 값만 협상으로 적당하게 얻는다면 윈도우7이 좋다. 무엇을 어떻게 하든 전혀 간섭하지 않기 때문이다.



3) 아톰 등 넷북 시절의 부품재고가 남았다. 그렇다고 안팔리는 넷북을 다시 내놓기에는 자신이 없다. 부품회사로서는 악성재고를 처리할 곳이 필요하고 그것을 요즘 한창 주목받는 스마트폰으로 돌린 것 뿐이다. 예전에는 중국에서 윈XP가 완전히 돌아가는 스마트폰이 나왔는데 지금은 일본에서 나왔다는 점만 차이난다.

어쨌든 이미 아이폰과 안드로이드폰이 자리를 꽉 잡아나가고 있는 지금이다. 뜬금없이 나타난 윈도우7 탑재 스마트폰은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한다. 공포영화를 보듯 소름끼치는 장면이 떠오르고 갑자기 죽어도 죽지 않는 터미네이터가 생각난다.

하지만 그 원동력은 따지고 보면 우리의 욕망 때문이다. 우리가 스마트폰에서 완전히 동등한 오피스를 쓰고 싶다거나 플래시를 보고 싶다는 생각을 강하게 느끼면 언제나 윈도우7 탑재의 망령은 살아있게 된다.




부디 이런 욕망을 아이폰이나 안드로이드폰 등이 해결해가며 하나씩 미래를 쌓아갔으면 한다. 이제와서 윈도우7이라는 건 단지 순간의 편리함은 줄 지언정 과거로 돌아가는 퇴행이 아니겠는가? 정말로 바람직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