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나는 취미로 사진촬영을 배우고 있다. 전부터 사진찍기에 관심이 있어서 여기저기 여행다니며 많이 찍었지만 그저 자동 카메라를 이용해서 셔터를 누르는 게 고작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렌즈 교환식 카메라를 이용해서 조리개나 셔터를 조절하고 구도를 맞추며 꽤 생각해가며 찍는 공부를 하는 것이다.


크고 무거운 렌즈교환식 카메라는 가지고 다니며 찍으면서 참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만든다. 꼭 이렇게 크고 무거워야만 할까. 좀더 휴대가 편하면서도 활용성이 높고, 싸면서도 결과물이 근사한 그런 카메라를 없을까하고 말이다. 그러나 세상에 '싸고 질좋은 고기' 란 없듯이 모든 면에서 완벽한 장점을 가진 카메라는 없다.

점점사진을 배워가면서 아는 사실이지만 카메라로 대표되는 광학기술의 최대 난점은 단 하나다. 바로 사진품질과 사진기의 크기는 비례할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즉 불량품이 아니라면 크고 무거운 사진기일수록 거기서 나오는 사진 결과물은 좋다. 반대로 작고 가벼울 수록 사진 품질은 한계를 보이게 되어 있다.

예전의 폰카부터 시작된 핸드폰 카메라는 스마트폰 시대에 와서 더욱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단순한 사진촬영뿐만이 아니라 증강현실이나 바코드인식, 3차원 바코드 인식이나 동작감지 기능도 수행한다. 동영상 촬영이나 실시간 채팅에도 이용된다.

그런 와중에 아이폰 카메라의 동영상 촬영 기능이 각광받으며 영화에도 쓰인다는 소식을 들었다. 놀라운 일이었다. 어떻게 핸드폰 카메라로 영화를 찍을 수 있을까. 궁금하게 여기던 차에 아예 박찬욱 감독이 사용한 아이폰4 영화촬영 장비를 비롯한 전문 영화 제작장치가 국내에 정식 유통된다는 소식까지 나왔다. (출처)



박찬욱 감독이 사용한 아이폰4 전용 영화 촬영장비가 국내에 정식으로 유통될 전망이다.

4월 7일 국내 유통정보채널인 ‘핫아이템’에 따르면 박찬욱 감독 카메라로 알려진 ‘아이폰4용 부보(Bubo for iPhone4)'를 제작하는 미국 ALM사가 한국 내 총판을 찾고 있다.

ALM 의 아이폰4 전용 영화 촬영장비는 박찬욱 감독이 영화 '파란만장'을 촬영할 때 활용하면서 국내 아이폰 사용자 중심으로 높은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이 영화는 올해 초 베를린영화제 단편경쟁부문에서 황금곰상을 수상한데 이어 도빌아시안영화제에 초청되면서 아이폰4용 '부보'의 인기가 높아졌다.

`아이폰4용 부보(Bubo for iPhone4)`는 DSLR 렌즈를 추가로 장착할 수 있어 고화질의 영상을 얻을 수 있다.

ALM이 170달러(한화 18만 5천원)에 판매하고 있는 아이폰4용 부보는 알루미늄 마운트, 광각·접사 렌즈(37mm), 외장 마이크, 실리콘케이스로 구성됐다. 기본 구성만으로도 넓은 화면과 근접 영상을 모두 촬영할 수 있다.

이 촬영 장비가 인기를 얻은 이유는 추가 액세서리를 통해 기능 확장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추가 액세서리를 갖추면 캐논이나 니콘 등 DSLR 카메라에 쓰이는 교환렌즈와 XLR 마이크 사용이 가능하다. 알루미늄 마운트에 4개의 나사홀이 있어 삼각대나 지지대와 연결해 촬영할 수도 있다. 이를 통해 전문 영화 촬영장비 못지않은 영상을 얻을 수 있어 마니아층에서 호평받고 있다.

놀라운 일이고 아이폰의 우수성을 입증해주는 사건이다. 하지만 일단 박수를 보내면서도 냉철해 생각해보게 된다. 과연 아이폰 자체가 그렇게 우수할까? 그래서 영화촬영에 없어서 안될 필수 장비가 된 것일까?


아이폰 카메라, 과연 영화촬영에 적합할까?

아이폰 카메라는 동급 휴대폰 카메라와 비교해봤을 때는 발군의 능력을 지니고 있다. 이전에 카메라잡지 'DCM'에 실린 기사에서는 아이폰4 카메라와 캐논의 중급기 카메라인 60D의 성능을 비교하기도 했다. 그 결과에서도 다이내믹 레인지나 몇몇 요소만 제외하면 거의 비슷한 성능이라고 격찬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칭찬과 일련의 현상에는 당연한 일이지만 거품이 있다. 아이폰4 카메라의 우수성과는 전혀 별개의 과학적인 거품 말이다.

현대 광학기술로는 도저히 해결할 수 없는 난제가 있다. 빛의 근본 성질과도 관련된 일인데 아무리 첨단기술을 쓰더라도 소형화할 수록 성능이 떨어지는 영역이 있다는 것이다.



1) 첫째로 렌즈의 직경이다. 사진은 렌즈를 통해 들어오는 빛의 양에 의해 품질이 결정된다. 구경이 큰 렌즈가 그만큼 빛을 많이 끌어오면 당연히 사진의 입체감이 좋아지고 색감이나 선명도가 크게 향상된다. 렌즈 직경이 적어지면 빛이 적게 들어오므로 당연히 영상품질이 떨어진다.

2) 둘째로 이미지 센서의 크기다. 렌즈가 아무리 빛을 많이 끌어와도 그걸 받아서 전기신호로 바꾸는 촬상소자가 작으면 작은 빛으로만 신호를 처리하게되므로 사진 품질이 떨어진다. 화소수와는 별 관계없다. 한정된 작은 공간에 화소수를 아무리 늘린다고 해도 소용없다. 정해진 빛의 양을 많아진 화소가 나눠갖게 되므로 선명도와 입체감이 떨어진다.

아이폰 카메라의 크기란 건 뻔하다. 다른 휴대폰 카메라보다야 상당히 좋다지만 직경이 1센치 남짓에 불과하다. 렌즈의 크기나 이미지 센서의 크기는 10밀리도 넘을 수 없다. 그에 비해 렌즈교환식 카메라는 센서 크기만 해도 대부분 가로 20밀리가 넘는다. 렌즈 역시 30밀리부터 80밀리가 넘는 렌즈까지 비싸고 다양한 것들이 있다.

처음부터 사진이나 동영상을 노리고 나온 이미지 센서들에 비해 아이폰의 이미지 센서는 한계가 분명하다.
즉 아이폰 카메라는 영화촬영에 적합하지 않다. 특히 고가의 전문 촬영 카메라와 디지탈 카메라를 제쳐두고 굳이 사용할 만큼 결과물이 뛰어나지도 않다.



그렇다면 왜 박찬욱 감독을 비롯해 아이폰으로 영화를 만들고 즐기는 사람들이 생기는 것일까. 이것은 문화현상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아이폰이란 이름이 가져다 주는 해방된 느낌과 감성, 사람들 사이의 동질감, 새로운 소셜 커뮤니티로서의 상징이 혼합되어 나타나는 것이다. 아이폰 그 자체의 기계적 특성 보다 사회적 상징성과 화제성에 더 주목하기 때문이다.

어쨌든 아이폰으로 만드는 영화 자체는 나도 흥미가 있다. 기회가 되면 한번 꼭 봐야겠다. 화질이나 그런게 중요하지는 않다. 다만 아이폰이란 아무나 가질 수 있는 도구가 영화란 전문가들의 영역에서 어떤 느낌을 보여줄 지 그것이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