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스스로 말한 적이 있지만 나는 엄밀한 의미에서 중립이 아니다. 나는 소비자의 입장에서 본다. IT평론가라고 해도 나 스스로는 그저 한 명의 소비자일 뿐이기 때문이다. 나는 대기업 회장님도 아니고 일선 공장의 생산관리 담당자도 아니다. 그리고 아마도 지금 대한민국에 가장 시급한 관점은 소비자의 관점일 테니까 말이다.

한국 통신업계의 최대강자 SK텔레콤이 드디어 아이폰을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매우 고무적인 뉴스다. (출처)


SK텔레콤은 아이폰4를 도입하기로 결정했다고 25일 공식 발표했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 아이폰을 도입한 이동통신사업자는 KT와 더불어 두곳으로 늘어나 아이폰을 선호하는 이동통신 가입자들을 놓고 양사간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2009년 11월 아이폰을 도입한 KT의 아이폰 가입자는 220만여명에 이른다.

SK텔레콤은 "국내 고객도 세계 최고 수준의 네트워크와 서비스를 통해 아이폰을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SK텔레콤은 그러나 아이폰 도입 이후의 요금제 등 정책 변화에 대해서는 "준비가 마무리되는 대로 설명하겠다"고 덧붙였다.

통신업계에서는 SK텔레콤이 아이폰을 먼저 출시한 KT에 빼앗긴 가입자를 되찾고, 가입자당 평균매출(ARPU)이 높은 아이폰 사용자를 끌어들여 매출을 확대하겠다는 의도 등으로 아이폰 도입을 결정한 것으로 보고 있다.



재작년 말 경에 KT가 아이폰을 들여온 이후 드디어 한국이 아이폰을 자유롭게 쓸 수 있게 된 것이다. 물론 엘지 텔레콤은 가능하지 않지만 그건 CDMA방식이 좀 다른 데다가, 국제표준과도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마 엘지도 곧 아이폰을 쓸 수 있게 할 모종의 움직임이 있지 않을까 싶다. 이대로는 너무도 게임이 불리하기 때문이다.

이틀전에 나온 이 뉴스는 가지고 몇 가지 의견과 분석이 언론에서 나왔다. 그렇지만 다들 단 한 단계만 생각했을 뿐이다. 하나는 증권 애널리스트 식으로 향후 SK의 실적이 개선될 것이란 돈 문제만 중시한 분석이다, 또 하나는 그렇게 삼성전자와 함께 아이폰을 포위하려고 하던 SK가 바뀌었고, 모토롤라가 새로운 단말기를 특정 이통사에 맞춰 먼저 내놓지 않는 것을 묶어서 단말기와 이통사의 밀월관계가 끝났다는 분석이다. 소비자의 취향이 존중되는 시대가 될 것이란 의미다.



과연 그럴까. 물론 위의 분석도 나름 좋은 분석이다. 그러나 구조적이고 심층적인 생각은 아니다. 사실 이 뉴스에서 지혜를 얻으려면 보다 깊은 면을 생각해봐야 한다.

당초 SK가 아이폰을 도입하지 않겠다고 한 것도, KT가 아이폰을 도입한 것도 소비자와는 별 관계가 없다. 문제는 어떤 방법으로 돈늘 버는 것이 더 많은 이익이 되느냐 하는 것이다. 선두업체인 SK는 굳이 불리한 조건으로 아이폰을 도입하지 않고도 자사의 시장 지배력과 마케팅능력에 삼성전자의 단말기와 전폭적 지원만 있으면 충분히 이익일 거라고 생각했다.

반대로 KT는 만년 2위업체의 위치를 벗어나 미국에서 이미 검증된 아이폰을 통해 크게 도약해 보겠다는 목표가 있었다. 이익이나 이미지 면에서도 말이다. 그걸 위해서라면 애플의 다소 굴욕적인 조건도 받아들일 용의가 있었다.

그럼 이 사이에서 이통사와는 별개의 소비자의 입장이란 무엇일까? 그건 아이폰으로 대표되는 와이파이칩의 탑재, 스마트폰 앱의 사용, 데이터 중심의 요금으로의 시장개편 등이다. 또한 아이폰을 제대로 쓸 수 있도록 한국의 금융, 홈쇼핑, 관공서등의 웹환경이 웹표준을 지키는 좋은 환경이 되기를 바랬다. 그런데 과연 KT가 아이폰을 들여온 이후 이런 소비자의 요구가 얼마나 왜곡되지 않고 그대로 수용되고 있을까.


분명 겉으로 보이는 환경은 파격적으로 나아지고 있다. 모든 업체들이 아이폰과 각 스마트폰을 잔뜩 의식하고 있으며 어떻게 해서든 그곳에 자사의 컨텐츠를 노출시키려 한다. 금융기관도 아이폰으로 금융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액티브엑스'를 쓰지 안고 '플래시' 조차도 거의 쓰지 않는 시스템으로 변화해야 한다.

그러나 뜯어보면 이런 웹표준을 지키면서 환경을 만드는 회사는 몇 없다. 대개는 임시 방편으로 자사용 앱을 내놓아 아이폰에서도 대충 훤활한 기동을 하게 할 뿐이다. 소비자의 진정한 요구와는 거리가 먼 눈앞의 편의성 지원일 뿐이다. 업체들이 가장 기민하게 움직이는 건 자사와 포털에서 싣는 다양한 광고를 새로운 스마트폰과 태블릿에서 보이게 하는 일 뿐이다. 광고=돈 이니까 말이다.

SK텔레콤 아이폰4 도입, 소비자의 승리일까?

이번 SK의 아이폰 도입도 따지고보면 소비자의 순수한 요구와는 관계가 없다. 만일 아이폰이 뛰어나긴 하지만 인기가 적다든가, 인기는 있는데 거기서 나오는 이익이 그리 크지 않았다면 절대 도입하지 않았을 것이다. 아이폰 AS서비스가 마음에 안든다는 핑계를 대고 하는데 그것도 결국 관계없었다.



결국 돈의 논리다. SK의 이번 아이폰4 도입발표는 한 마디로 KT에서 아이폰을 통해 지속적으로 엄청난 돈을 벌고 있는 것이 너무도 배아파서 내린 결단이다. 방어하기 위한 마케팅 예산도 날이 갈 수록 증가하기에 그 돈을 아끼려는 목적도 있다. 그게 아니라면 아무리 소비자가 호소해도 꿈쩍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즉 소비자의 승리가 아닌 자본주의의 승리다. 돈 있는 사람들이 돈을 펑펑 써주는 단말기를 언제까지 거부할 수 없다는 뜻에서 SK가 굴복했다.

진정한 소비자의 승리란 이렇게 명백한 힘과 돈을 가진 회사의 단말기 유통 하나로 이루는 것이 아니다. 채산성도 그다지 안좋고 이윤도 적지만 나름 사회에 기여한다든가, 고객 모두에게 골고루 도움이 되는 단말기와 서비스를 유통해야 한다. 예전 노키아의 인도 농산물 거래 스마트폰 앱처럼 말이다. 아이폰4 같이 국회의원도 쓰는 단말기는 객관성이 떨어진다.



어찌되었든 아이폰4 도입은 잘된 일이다. 이를 계기로 한국의 통신환경이 더 좋아지고 소비자가 마음대로 세계시장에서 검증받은 단말기를 선택해서 쓸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