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연재를 통해 성공리에 끝난 <사과나무와 잡스이론>을 보자. 이것은 애플이 주인공이다. <애플을 벗기다.>라는 제목으로 출간된 이 시리즈에서 나는 애플의 빛과 어둠을 역사적 사실과 함게 살펴본 바 있다.

그 후 무엇을 연구할까를 궁리한 끝에 삼성을 택했다. 그리고 이제 조금씩 삼성을 알아가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지금 한국에서는 그렇게 단순한 분석만으로는 의미가 없을 것 같다. 바야흐로 지금 이 시점에서 사람들이 요구하는 것은 구체적인 비교와 분석이다. 나는 비교 대상으로 지금 전세계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두 기업을 골랐다. 한국의 삼성, 그리고 미국의 애플이다.


지금으로부터 약 20년전만 해도 삼성이 감히 애플과 동일 선상에서 논의할 수 있는 기업이 되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비록 그때 애플은 힘을 잃고 위기에 빠져 있었지만 여전히 세계에 큰 업적을 남긴 기업이고 문화를 만드는 기업이었다. 그에 비해 삼성전자는 뭐 하나 굳이 내세울 것 없이 싸고 질 낮은 전자제품을 만드는 기업이었다. 본래 부품을 수입해다 흑백 텔레비젼을 조립하고, 일본제 VTR을 가져다 뜯어보며 본떠 만들던 기업에서 출발한 것이 삼성전자다.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부끄러운 것은 아니다. 우리가 단순히 삼성과 애플을 비교하기 전에 명심해야 할 점이 있다. 바로 기업의 밑바탕이 되는 국가다. 애플이 세워진 미국을 보자. 애당초 조선이 말기에 들어설 때부터 산업화에 성공한 열강국이었고, 풍부한 물자와 인구, 산업기반을 갖고 시작한 나라다. 그에 비해 한국은 일제감정기를 비롯해 6.25를 거치기까지 무엇하나 제대로 가지고 있는 게 없었다. 결코 국가로 봐서 대등한 환경이라고 볼 수 없다.



어쨌든 지금 삼성과 애플은 바로 그 미국에서부터 대등한 경쟁자로 대접받고 있다. 설령 이것이 아부나 엄살이라고 하더라도 대단한 일이다. 우선 다음 뉴스를 보자(출처)

1980년대와 1990년대 마이크로소프트(MS), 최근 구글에 이어 애플의 진정한 경쟁자로 삼성전자가 떠오르고 있다고 마켓워치가 13일(현지시간) 데일리 파이낸스를 인용해 보도했다. 온라인 금융정보 매체인 데일리 파이낸스는 애플이 진정한 경쟁자가 된다는 것은 매우 드문 일로 지금껏 MS와 구글 외에는 없었다면서 이제 삼성이 최후의 경쟁상대로 떠올랐다고 지적했다.

데일리 파이낸스는 이제 새로운 도전자는 태블릿 PC 시장에서 애플 아이패드의 유일한 맞수로 등장한 갤럭시 탭을 앞세운 삼성전자라면서 지난해 10월 출시된 갤럭시탭은 출시 60일만에 100만대가 팔렸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또 인터넷 TV와 같은 새로운 시장에서 삼성은 애플과 경쟁하며 시장을 분점하고 있으며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애플 아이폰에는 밀리지만 안드로이드폰 가운데 처음으로 100만대 매출을 기록했다는 점도 지적했다.

데일리 파이낸스는 "삼성이 휴대기기 시장에서 애플의 진정한 경쟁자가 되기 위해서는 태블릿 PC 시장에서 우월한 상황을 유지해야 할 것"이라고 충고하고 "현재 갤럭시 탭은 이 초기 시장에서 삼성의 입지를 견고하게 만들었지만 상황은 급변할 수 있고, 이제 삼성은 지키느냐 잃느냐 하는 기로에 섰다"고 전망했다.



지금 세계를 휘몰아치는 애플의 위력은 너무도 대단하다. 전통의 강자 MS가 잠시 뒤로 밀리고, 휴대폰의 역사를 만든 모토롤라가 당해내지 못할 지경이다. 그럼에도 미국 기업도 아닌 한국의 삼성이 그나마 이 경쟁에서 제대로 된 맞수로 떠오른 것이다.

사실 미국은 제조업 기반이 거의 무너졌다. 대외적인 무역에서 미국은 공산품보다는 이제 농산품이나 서비스, 금융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공산품은 이제 일본과 한국, 중국에 크게 의존하는 지경이다. 그럼에도 애플은 미국의 자존심을 새워주는 몇 안되는 공산품 제조기업이다. 그런 애플에게 유럽도 일본도 아닌 한국 기업이 대결한다는 의미는 매우 크다.

그러나 과연 이런 칭찬이 그저 장밋빛 전망을 보여주는 것일까. 그건 아니다. 삼성은 국내외의 악평과 여러가지 비판에 시달리고 있다. 그 가운데는 다소 불공평하거나 악의에 찬 왜곡도 있지만, 매우 뼈아픈 진실도 많다.

문제는 삼성이 애플과 대결하기 위한 아주 기초적인 요소에서 뒤져있다는 점에 있다. 이어지는 뉴스 하나를 인용한다.(출처)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해 말 임원들에게 "과연 삼성이 제대로 컴퓨터를 만든 적이 있느냐"고 질책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곽 위원장은 업무보고에서 "이 회장이 작년 11월 사장단과 미래전략실 간부들에게 (삼성전자가) 메모리 반도체에만 주력해 컴퓨터의 두뇌 역할을 하는 시스템반도체 관련 기술이 부족하고, 기본 프로그램도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상황을 우려하는 말을 했다"고 전하고 "우리나라가 IT 기술 강국이라지만 핵심 기술에선 정부의 대규모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래기획위원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서는 세계시장 점유율이 46%에 달하는 반면 시장 규모가 메모리반도체의 6배인 300조원에 달하는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는 점유율이 3%대에 그친다.


이처럼 삼성의 약점을 경영 최고위층도 알고 있으며 정부 관계자도 잘 인식하고 있다. 인터넷의 일부 네티즌이 말하는 것처럼 삼성이 자기에게 무엇이 필요한지도 모르는 그런 바보인 건 아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알고 있다고 쉽게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애플과 삼성의 경쟁, 서로 다른 출발점은?

미국은 애니악 등을 통해 컴퓨터란 기기 자체를 처음 만든 나라다. 개념은 유럽에서도 있었지만 전자기기로서의 컴퓨터는 진공관 컴퓨터 애니악부터 시작해 미국이 전부 발명해냈다. 또한 애플은 반도체를 사용한 8비트 컴퓨터 부터 차근차근 창의성과 경쟁을 통해 실적과 기술력을 쌓아온 기업이다. 애플 자체가 역사의 산 증인이기도 하다.

그에 비해 한국은 어떤가? 한국은 컴퓨터를 발명한 적도 없고, 역사를 만든 적도 없다. 애플2가 유행하고 MSX가 일본에서 생겼을 때 세운상가를 중심으로 카피생산을 하거나 부품을 수입해서 조립생산하던 것이 역사의 시작이다. 또한 돈과 시장이 부족하기에 최고 핵심기술인 CPU나 운영체제를 만들 시도는 꿈도 꾸지 못했다.


그저 가장 쉽고 돈이 적게 드는 분야인 메모리, 주변기기에 주력했을 뿐이다. 이건 여건으로 봐서 피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이제 본격적인 경쟁을 앞두고 이 점은 삼성과 애플의 근본적인 출발선 차이가 되어 돌아오고 있다. 백 미터 달리기로 말한다면 애플이 50미터는 앞선 출발선에 시작하는 셈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외국 업체가 삼성을 두려워하며 경쟁자로 꼽는 이유가 있다. 바로 삼성은 이런 차이들을 여태까지 특유의 움직임으로 하나하나 극복해왔기 때문이다. 본격적인 애플과의 경쟁을 앞둔 삼성은 출발선이 다르다는 걸 이미 알고 있다. 이제부터 이어지는 포스팅을 통해 삼성과 애플의 모든 것을 비교하며 차례로 알아보기로 하자. 많은 애독을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