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검색엔진 구글은 우리의 '검색하다'라는 말을 '구글하다' 라는 말로 대치했다. 오늘날 구글을 통하면 가장 좋다는 브리태니커 백과사전보다 더 풍부하고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그러니 구글로는 못하는 게 없을 거란 분위기가 형성되어 버렸다.


그러나 구글로 대표되는 이런 정보기술이 과연 우리에게 그저 편리하고 좋기만 한 걸까?



19세기 초 영국에서는 노동자들이 단결하여 직물을 짜는 기계를 때려부셨다. 기계가 그들의 일자리를 위협하고 자본가만 살찌운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것을 우리는 러다이트 운동이라고 하는데 대표적인 과거회귀 행위로 보는 견해도 있다. 어쨌든 문명의 진보라는 게 그 아래에서 희생자를 만드는 게 일반적이다. 구글이란 검색엔진과 유무선인터넷의 발달, 컴퓨터와 프로그램이 발달은 또한 어떤 일자리를 없애는 원인이 될 수도 있다. 다음 뉴스를 보자. (출처)

미국 경영월간지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는 "최근 기술 발달로 기업의 중간관리자(middle manager)인 과장들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고 1월호에서 보도했다. 과장은 기업에서 한 과(課)의 업무를 총괄하는 직책으로 중간관리자이자 실무 책임자이다. 대부분 입사 10년차 정도가 많아 회사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도가 높다.

과장은 담당 과나 부서의 업무 진척 사항을 모니터링하고 이에 대한 즉각적인 피드백을 해주며 보고서 작성,프레젠테이션 자료 만들기,상부와 실무 직원들의 중간 소통 통로 역할 등을 한다. 그러나 사내 메신저가 일상화되고 관련 소프트웨어 개발로 보고서나 발표 자료 작성,업무 모니터링이 점점 쉬워지는 등 최근 IT가 급속도로 발달해 과장이 딱히 할 일이 없어졌다는 것이다.

인터넷 검색엔진도 점점 똑똑해지고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피디아까지 등장했다. 이 때문에 다방면에 조금씩 능한 '팔방미인' 과장 직책을 맡기까지의 근속 기간은 점점 짧아지게 될 것이라고 HBR은 내다봤다. 과거 산업혁명으로 기계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차별화된 기술을 가진 '장인'이 공장 기계에 밀려 쫓겨났듯이 IT혁명 때문에 과장직이 인터넷과의 경쟁에서 뒤처져 언제든지 대체될 수 있는 '불안한 자리'가 되고 있다.



얼핏 그럴 듯한 이야기다. 과장이란 직급이 하는 역할이 그다지 중요해지지 않으면서 과장을 굳이 중시할 필요가 없게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인터넷이 곧 과장이 된다는 논리다. 첨단 기술이 우리의 삶을 바꿔놓는 또 하나의 변화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정말로 검색엔진과 인터넷이면 과장역할은 무의미해질까.

우선 위에서 열거한 과장의 업무를 보자. 업무진척 사항을 모니터링 하는 건 컴퓨터가 하고 피드백은 중간을 거칠 필요없이 인터넷으로 한다. 보고서나 자료는 자동화된 시스템을 통해 사원이 만들면 된다. 그러나 저기 중간에 있는 '상부와 실무 직원들의 중간소통 역할'을 그저 메신저로 할 수 있다는 부분은 뭔가 말이 안된다.



우리가 보통 중간 소통이라고 칭하는 것은 단순한 전달통로를 말하는 게 아니다. 말단 사원이 이야기한 걸 녹음에서 사장에게 들려주고, 사장의 대답을 녹음해서 그대로 직원에게 전달한다고 해서 소통이 아니란 뜻이다. 중간 소통이란 자기가 들은 말을 다시 소화해서 진의를 추려낸 다음에 상대에게 보다 어필 할 수 있도록 다듬어서 전달하는 걸 말한다.

아주 쉽게 예를 들어보자. 직원들이 맡겨진 프로젝트가 너무 혼란스러운 목표를 가지고 있어 제대로 성취할 수 없고, 기간도 너무 빡빡하다고 말한다. 그럼 그걸 컴퓨터 메신저는 그대로 프로젝트 팀장 이상 간부에게 전한다. 일체의 가공도 덧붙임도 없이 말이다. 그러면 대답이 '예 그러십니까? 제가 잘못했군요. 목표도 간결히 정리하고 기간도 늘려드리겠습니다.' 라고 나오겠는가?

심중팔구는 '뭔 말이 많아. 무조건 해!' 라는 식으로 나오기 마련이다. 그러면 또 메신저를 그대로 전달한다. 그러면 사원들이 '아이고, 저희들이 잘못 생각했네요. 열심히 일하겠습니다!' 라고 마음속으로 수긍하겠는가?' 그러니까 이런 식의 전달 시스템은 전혀 중간 소통을 가져다주지 못한다. 그런데 저 기사에서는 저 역할은 구글과 인터넷이 다 해줄 수 있을 거라 착각하고 있다.


기사 마지막에서는 결국 과장으로 살아남기 위한 대안까지 제시했다.

린다 그래턴 런던경영대학원 교수는 과장으로 살아남기 위한 두 가지 대안을 제시했다. 그는 "'제너럴리스트(다방면에 걸쳐 두루 아는 사람)'가 아닌 '스페셜리스트(전문가)'가 돼야 한다"며 "나만의 차별화된 역량을 보유해 몸값을 높여라"고 조언했다.

그래턴 교수는 또 직급에 연연하거나 환경의 영향을 받지 말고 장기적인 안목을 가질 것을 제안했다. 즉 평생 커리어 관리를 하되 이 과정에서 창의성,기업가 마인드,혁신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하는 것이 좋다고 권했다.


듣기는 좋은 소리지만 대체 뭐가 핵심인지 알 수 없는 지적이다. 전문가가 된 과장이 과연 구글보다 나은가?
첫째로 한 방면만 잘 안다면 굳이 과장일 필요가 어디 있을까? 그냥 기술직원일 뿐 아닌가?
둘째로 장기적인 안목으로 커리어 관리를 하고 창의성과 혁신을 고려하라고 한다. 이건 기업에서 평생 사원할 생각말고 독립해서 사장이 되라는 뜻이다. 과장이 없어지니 바로 회사를 나가 사장을 하라는 논리는 어쩐지 뛰지도 못하는 사람에게 날아보라는 이야기 같다.



구글이 직장에서 과장을 없앨 수 있을까?

구글이 아무리 뛰어난 검색엔진이어도 직장에서 과장을 없앨 수 없다. 적어도 잡무를 하는 과장은 없앨 수 있어도, 중간에서 소통을 조정하는 역할의 과장은 없앨 수 없다. 따라서 정말로 첨단 IT시대에 과장으로 살아남으려면 저 뉴스와는 달리, 보다 폭넓은 인문학과 심리학 지식을 가진 제너럴리스트가 되어야 한다. 편협한 스페셜리스트로는 절대 중간소통을 맡을 수 없다. 생각하는 머리와 수행하는 팔다리를 조정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 게 과장이니 말이다.

다만 한가지, 우려는 있다. 만일 이런 정보기술의 발달로 아예 우리가 굳이 모여서 일해야 할 필요가 없어진다면 어떨까. 사원 한 명이 하와이에 있고 나머지 한 명은 쿠바에 있으며, 또 한 명은 뉴욕에 있는 회사라면 굳이 전통적 의미의 과장은 존재할 필요가 없다. 애당초 얼굴보고 말하지도 못하는 회사라면 구글과 인터넷이 정말 모든 걸 대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때가 온다면 굳이 과장 정도가 문제는 아닐 것이다. 모든 사람의 인생과 인간관계 자체가 문제일 것이니 보다 차원 높은 고민을 해야한다. 인터넷과 검색엔진은 직장에서 과장을 없앨 수는 없어도 우리 삶에서 대면이란 형식 자체를 아예 없애 버릴 수가 있기 때문이다. 그건 더욱 무서운 변화지만 아직은 좀 먼 이야기가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