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학적으로 인간을 포함한 동물은 자극에 대해 내성을 가진다. 예를 들어 몇 번 술을 마셔서 기분좋게 취한 경험이 있다고 치자. 그 기분이 좋아서 지속적으로 술을 마시다 보면 어느새 같은 양으로는 그 자극에 도달할 수 없게 된다. 그래서 더 많은 술을 마셔서 자극을 강하게 하는 수 밖에 없다.

마약이나 각종 약물도 마찬가지다. 항생제등도 마찬가지로 자꾸만 가해지게 되면 어느새 몸도 그렇고 세균조차 내성을 갖게 된다. 그래서 이런 내성을 깨기 위해 새롭고 강한 자극을 가하게 된다. 어떻게 보면 자본주의 역시 마찬가지다. 혁신적인 상품이 있어 시장에 돌풍을 몰고 왔을 때, 그 상품을 다른 상품이 능가하려면 더 강한 자극을 주는 수밖에 없다. 같은 것으로는 절대로 처음 시작한 제품을 이길 수 없다.



애플이 회생하면서 결정적인 전성기를 맞게 된 아이팟과 아이튠즈의 탄생 이야기를 잠시 해보자. 당시 인터넷에 넘쳐나는 불법 공짜음원은 음반사와 가수에게 수익에 대한 공포를 주었다. 반대로 질이 보장되지 않고 자기가 원하는 데이터도 찾기 힘든 무질서 상황은 음악을 들으려는 소비자에게도 혼란을 주었다.

그 사이에 기가 막히게 끼어든 것이 애플이다. 애플은 소비자에게 질도 보장되지 않고 찾기도 힘든 불법 공짜 음악 한곡을 받기 위한 검색과 시행착오 노력을 하지 말라고 했다. 대신 아주 싼 0.99달러에 애플이 직접 보증하는 합법, 고품질 음원을 제공할 테니 이것을 이용하자고 제의했다. 소비자들은 이 제의를 환영했다.

반대로 너무 싼 가격에 자기 음악을 내놓는다고 생각한 음반사와 가수에게 애플은 이렇게 말했다. 이대로 자기 권리와 욕심만 부리다가 한푼도 못 받는 쪽과, 다소 양보하더라도 합법적인 소비를 촉진시켜 시장을 만들며 일정 수입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쪽이 있다. 이 가운데 어디를 택하겠냐고 말이다. 음반사와 가수는 당연히 후자를 택했다.


이것이 아이튠즈와 애플의 신화를 만들었다. 혼란을 겪던 가운데 유일하고 강한 중재자로 애플이 끼어들자 두 개의 어긋났던 톱니가 맞아돌아가듯 세계 음원시장이 다시 활성화된 것이다. 아이팟은 미국시장의 90프로 이상을 차지했고 전세계에서도 압도적인 점유율을 과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애플도 아직 제대로 기를 못펴는 곳이 있으니 바로 우리가 사는, MP3플레이어를 처음 만든 대한민국이란 나라다. 이곳은 미국을 포함한 전세계보다 먼저 온라인 불법 음원의 홍역을 겪었고, 소리바다를 통해 더욱 빨리 성숙되고 통합된 시장을 만들었다. 그리고 현재도 멜론과 도시락 등 활발한 음원 서비스를 아이튠스보다 더 저렴한 가격에 하고 있다. 당연히 아이튠스는 한국음악에 관해서는 경쟁이 안된다.

그래도 한국업체들이 애플처럼 하드웨어와 컨텐츠인 음악을 하나로 보고 통합 서비스 제공이란 수단을 생각하지 못했을 때는 상관없었다. 그러나 지능이 훨씬 낮은 원숭이조차 인간이 도구를 쓰는 걸 보면 흉내내고 배운다. 당연히 국내업체도 애플이 추구하는 방향과 성공비결을 깨닫기 시작했다.

그리고 따라하려고 하는데 앞서도 말했듯 자극은 점점 둔해진다. 이미 아이폰, 아이패드를 쓰고 있는 사용자, 아이튠스에 대해 알고 있는 사용자가 많은 상황에서 어정쩡하게 비슷한 서비스는 아무런 경쟁력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그런 것일까. 아이리버가 충격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제품을 내놓았다. (출처)



아이리버가 무려 1000일 동안 음악을 무제한으로 들을 수 있는 파격적인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MP3플레이어만 구입하면 무려 3년에 가까운 기간을 추가 비용 없이 모든 음악을 내려받아 들을 수 있어 업계 파장이 예상된다.

이달 출시될 MP3플레이어 신제품을 구매하면 아이리버 뮤직 사이트에서 추가 비용 없이 무제한으로 스트리밍과 다운로드로 음악을 이용할 수 있는 것이 핵심 골자다. 무선인터넷(WiFi) 기능 탑재로 PC 연결 없이 음악을 내려 받는 것도 가능하다.

이번 서비스는 디지털 음원 업체인 다날과 협력해 마련됐다. 지난달 두 업체는 다날이 권리를 확보한 음원을 아이리버의 신규 서비스에 제공하는 내용의 협약을 맺었다.

아이리버 관계자는 “스마트폰·스마트패드 등 각종 기능이 결합된 기기 출시가 이어지면서 MP3플레이어 자체로는 더 이상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이기 어려워 콘텐츠 제공 등 신규 서비스와의 시너지를 모색하기 위해 이번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이리버의 이번 서비스는 음원 시장에 큰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대부분의 음악은 곡당 600원 정도에 판매되고 있다. 한 달 동안 MP3 150곡과 무제한 스트리밍으로 음악을 듣는 건 1만원대의 요금을 내야 한다. 하지만 아이리버의 신규 서비스는 MP3플레이어만 사면 무제한 이용이 가능하고 제품 역시 경쟁 업체의 동일 사양 기기와 큰 가격 차이를 보이지 않는 20만원 초반에 출시될 예정이어서 가격 부담도 적다.

특히 IT 기기 사용기한이 대부분 2~3년을 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소비자는 MP3플레이어를 쓰는 내내 음원을 공짜로 즐길 수 있는 셈이어서 논란이 일 전망이다.

보다시피 상당히 매력적인 서비스다. 다른 기능보다 음악을 듣는 것에 거의 전부를 쓰는 사람에게 있어서는 아이팟터치나 아이패드보다 훨씬 좋다. 기기를 사용하는 내내 음악을 무료로 얼마든지 들을 수 있다는 것이니 말이다. 돈 걱정도 안하고 거의 3년 간 어떤 음원이든 들을 수 있다는 내용에는 나도 솔깃할 정도다.



아이리버의 천일 무료 음원, 성공할 수 있을까?

이 서비스는 자본주의에 있어 경쟁이 가진 좋은 점을 보여준다. 애플의 아이튠스 서비스가 단지 사용자에게 음악상점 앞에 안내만 해주는 것이라면, 아이리버는 아예 선불로 돈을 다 지불해 놓고는 부페처럼 마음껏 가져가 쓰라고 음악상점을 전세내고 맞이해주는 것이다. 가격적으로도 메리트가 있으니 이 서비스가 성공하면 앞으로 경쟁에 의해 더 좋은 서비스가 속속 등장할 것이다. 어쩌면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에도 관련상품이나 서비스가 나올 지 모르겠다.

문제는 무엇일까? 첫째로 이 기사 내에서 지적한 문제점이 있다.

업계는 지난해 불거진 음원 사용료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부상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 음원 서비스 업체 관계자는 “(아이리버의 서비스로 인해) 서비스 제공자와 저작권자 사이에 수익 배분 관련 논쟁이 다시 점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서비스가 성공하고 많은 가입자가 생길 때, 그 수익을 누가 더 많이 가져가느냐다. 아이리버는 자기들 기획과 하드웨어의 공헌이 컸다고 할 것이고, 음원업체는 음원이 기기를 팔아준 것이니 하드웨어는 수단일 뿐이라고 주장할 것이다. 조율이 필요하다.

두번째는 업체 자체의 지속성이다. 요즘 치열한 경쟁 속에 있는 PC 메모리 업체나 플래시 메모리 등에서는 평생 무료 보증, 혹은 보증기간을 타업체보다 많이 늘려주는 경우가 있다. 주로 중소형 업체들이 경쟁을 위해 하는 방법인데 문제는 업체가 중간에 부도나 버리면 그대로 허공에 뜬다는 것이다.


아이리버도 마찬가지다. 의욕있게 내놓은 건 좋지만 막상 이 제품으로 인한 어떤 손해로 경영난에 처하면 어떻게 할 껏인가? 이름은 유지되더라도 업체가 망하고 대표가 바뀌면서 약정 자체를 없던 일로 처리할 가능성도 있다. 요컨대 아무리 좋은 약속이라도 그 업체 자체가 튼실해야 믿음이 생긴다.

그래도 아이리버의 이번 시도는 매우 훌륭하다. 제품과 서비스를 단단히 묶은 이런 좋은 발상은 애플도 아직은 감히 할 수 없는 빅딜이다. 부디 한국 업체들이 이 방법을 발전시켜 세계시장에서 다시 애플제품과 겨룰 수 있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