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CES 2011에서 삼성은 의외의 경험을 했다.
크게 주목받을 거라 생각한 갤럭시탭과 다른 제품들이 전반적으로 시선을 끌지 못하면서 대중에 어필하는 데 실패할 뻔 했다. 반면 그다지 기대하지 않고 내놓은 듯한 제품인 10인치 태블릿PC '글로리아'가 갑자기 주목받으면서 삼성의 주력제품처럼 떠오른 것이다.


사실 글로리아는 얼핏 보았을 때 별로 신기한 게 없는 제품이다. 또한 발표에서도 애플처럼 기밀을 유지하며 깜짝쇼처럼 계획되지도 않았다. 다음 뉴스를 보자. (출처)

삼성은 iPad과 경쟁할 슬라이딩 PC '7 시리즈'를 CES 2011에서 발표했다. 일면 '글로리아'로 불리는 이 슬라이딩 PC는 태블릿과 노트북의 장점들을 조합한 제품이다.
이 제품은 10 인치 태블릿으로도 사용하면서, 키보드를 슬라이딩 아웃 하면 타이핑을 하기에 편안한 각도를 제공하는 노트북 용도로도 사용할 수 있다.
이 제품은 삼성과 마이크로소프트의 긴밀한 협력으로 만들어졌고, 인텔의 새 1.66GHz 아톰 Z600 프로세서, 2GB 램, 32GB 혹은 64GB SSD 등을 제공한다.
3월 중 출시 예정이고, 가격은 $699이다.

이미 열흘 전에 기사가 나왔고 그 전에도 컨셉이 공개되기도 했다. 또한 구성부품이나 운영체제조차도 아주 흔한 PC와 윈도우란 조합이다. 어떻게 보면 도저히 주목받을 이유가 없다. 그런데 어째서 새삼스럽게 이 흔해빠진 태블릿 '글로리아' 가 주목받고 있는 걸까. 거기에는 매우 복잡한 소비자의 심리가 숨어있다.


10년전 태블릿PC는 윈도우가 깔린 PC의 연장선상에서 시작되었지만 실패했다. 삼성도 HP도 그 틀 안에서 무엇인가를 해보려고 애를 썼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다. 당시의 기술력으로는 온전한 윈도우를 가지고 쾌적하고 긴 사용경험을 제공할 태블릿을 만든다는 게 불가능했다.

작년은 태블릿, 그 가운데서도 아이패드의 해였다.
아이패드 역시 처음에는 맥 운영체제가 간소화해서 들어갈 것으로 예상되었다. 그게 당연한 상식이었다. 그러나 잡스는 아이폰의 하드웨어와 운영체제를 그대로 써서 만들었다. 그러자 성능이나 기존 컴퓨터와의 호환성은 떨어졌지만, 반대로 쾌적한 속도와 긴 배터리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이런 특성을 전자책과 음악감상, 간단한 웹서핑에 접근시키자 아이패드는 예상을 뒤엎고 성공할 수 있었다.

성공하면 당연히 경쟁자가 나타난다. 아이폰에 대항해서 나온 스마트폰 운영체제 안드로이드가 미처 해상도 지원도 불완전한 채로 태블릿에 투입되었다. 스마트폰은 안드로이드, 태블릿과 노트북 이상은 크롬으로 가려던 구글의 전략조차도 흔들렸다. 블랙베리로 유명한 RIM은 블랙베리 운영체제를 얹은 태블릿을 만들고, MS는 ARM용으로 윈도우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이 모든 움직임이 가진 궁극 목적은 태블릿을 차지하려는 것이다. 어째서일까?



태블릿은 어정쩡하게 보이지만 실상 모든 미래형 컴퓨터의 중심이 될 수 있다. 들고 다니는 태블릿은 스마트폰의 영역을 넘보며, 가정에서 들고 쓰는 태블릿은 노트북을 대치한다. 성능만 받쳐준다면 아예 데스크탑도 대치할 수 있다. 가지고 다니며 게임을 하면 모바일 게임기를 대치할 수 있으며, 음악을 들으면 MP3 플레이어 시장을, 콘트롤러를 연결해서 본격 게임을 하면 콘솔 게임기를 대치할 수 있다. 태블릿 하나가 제대로 정착되고 표준화되면 그걸 기반을 모든 고급형 IT시장을 차지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아이패드란 걸출한 태블릿이 나왔지만 아직도 이 부분에서 기술이 소비자의 요구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플래시를 지원하지 못해 PC와 똑같은 웹서핑이 불가능하다. PC와 비슷한 워드프로세서나 엑셀같은 오피스 사용도 제한된다. 주변기기에서도 애플이 허용하는 약간만 사용이 가능하며, 통제된 앱 스토어를 통한 앱은 풍부하지만, PC에 비하면 부족하기 짝이 없다.

따라서 지금 소비자들은 아이패드의 몇 가지 장점에 열광하면서도 동시에 PC에 비해 모자라는 점을 자꾸만 아쉬워하고 있다. 개발자들은 아이패드의 장점을 가지면서 동시에 PC의 모든 장점도 가진다는 건 욕심이고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소비자는 그런 기술적 문제에 관심이 없다. 소비자는 돈을 지불할 준비가 되어 있는 대신 항상 이기적이다. 어째서 태블릿에서 오피스를 제대로 쓸 수 없는지, 어째서 태블릿에서 포토샵이나 PC용 동영상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지 이해하지 않는다. 다만 요구할 뿐이다.


아이패드, 혹은 안드로이드 같은 스마트폰 운영체제의 태블릿으로는 이 모든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 이들의 장단점은 너무도 명확하다. 장점은 쾌적하고 빠른 반응속도와 긴 배터리 성능, 바이러스가 거의 없는 환경이며, 단점은 컴퓨터보다 훨씬 제한된 기능과 호환성이다.

따라서 대중은 보다 쉬운 방법으로 기존의 PC 운영체제인 윈도우를 가지고 태블릿에 맞게 고치기만 한 제품에 눈을 돌리게 되었다. 왜냐하면 그렇게 되면 태블릿식 조작법 이외의 모든 환경이 익숙하기 때문이다. 프로그램도 호환이 되고, 모든 작업데이터도 그대로 쓸 수 있다. 이것이야 말로 가장 중요한 요소일 수 있다.

글로리아의 성능과 스펙을 보자.

Key Specs:

* CPU: Intel® ATOMTM Oak Trail Z670 @ 1.66GHz
* Operating System:
o Genuine Windows® 7 Home Premium
o Samsung Touch Launcher
* Memory: 2GB DDR2
* Hard Drive (max): 32GB or 64GB (mSATA SSD)
* Screen: 10.1-inch touchscreen HD LCD display (340 nit)
* Resolution: 1366 x 768
* Graphics: Intel Integrated Graphics
* Audio Technology: Integrated speaker (0.8W x 2)
* I/O:
o USB 2.0
o 4-in-1 memory card reader
o HMDI out
* Webcam: 1.3MP
* Battery: Lithium Polymer; up to 9 hours
* Wireless: 802.11b/g/n; WiMax; 3G
* Dimensions: 10.47 x 6.88 x 0.78 inches (W x D x H)
* Weight: Starting at 2.18 lbs.

삼성 글로리아 태블릿, 왜 주목받고 있을까?



보다시피 삼성 글로리아는 대부분 하드웨어 성능에서 아이패드를 능가한다. 특히 SSD와 최신 아톰칩의 결합은 윈도우7을 상당히 부드럽게 돌린다고 한다. 해상도 역시 아이패드보다 약간 좋다. USB단자의 지원이나 슬라이딩 방식 키보드 내장도 좋고 배터리 시간도 9시간이라 써있다. 무게가 9백그램이 좀 넘는데 태블릿으로는 아이패드의 7백그램 남짓보다 무겁지만 키보드까지 포함한 노트북의 무게로 보자면 상당히 가볍다.

이전에 나는 아이패드와 안드로이드의 치열한 싸움 끝에 승자는 엉뚱하게도 윈도우7 태블릿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왜냐하면 소비자가 원하는 두 가지 방향- 통일성과 자유성의 요소를 전부 충족시키는 운영체제가 현재 윈도우 밖에 없기 때문이다. 글로리아로 몰리는 시선의 핵심은 결국 지금의 태블릿에 만족하지 못하는 소비자의 욕구를 나타낸다.

글로리아의 성공은 결국 아이패드를 위시한 태블릿이 가진 최고의 장점- 빠른 반응시간, 빠른 부팅시간이란 쾌적함을 어떻게 구현하느냐에 달려있다. 이 점을 해결해낸다면 삼성의 글로리아는 단지 한순간의 주목뿐이 아닌, 진정한 역사를 연 제품으로 평가받을 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