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가장 각광받는 회사인 애플에서 기업전략을 배우려는 움직임이 한창이다. 애플의 화려한 디자인 능력이라든가, 소비자의 요구를 앞서서 더 먼 미래를 향한 도전정신도 높게 평가된다. 때로는 디지털 세계의 변화를 앞장서 읽어내는 잡스의 능력이라든가, 뒤늦게라도 실수를 인정하고 그 위에서 다시 혁신을 이뤄내는 경력까지도 언급된다.

마치 모 디카회사의 선전문구처럼 모든 회사가 <애플이냐, 애플이 아니냐.>로 갈리는 흐름이다. 이런 가운데 소비자들의 요구가 점점 더 민감하게 제품에 반영되는 부분은 매우 바람직하다. 그런데 이런 와중에 유독 뒤늦게 남들만 따라가는 애처러운 기업이 있다. 바로 한때 전설을 만들었던 일본 기업 - 소니다.


애플이 개인용 컴퓨터의 역사 가운데 한 축을 만들었다면 소니는 개인용 가전제품의 역사 가운데 한 축을 만들었다. 워크맨과 트리니트론 브라운관, 플레이스테이션으로 이어지는 소니의 혁신제품은 모두 일세를 풍미했다. 그런데 그런 소니가 지금은 거의 모든 활력을 잃어버리고 있다.

우선 소니가 내놓은 다음 뉴스를 보자. (출처)  번역: 최완기


소니는 안드로이드와 iOS 용 플레이스테이션 앱을 발표했다. 이 앱들은 안드로이드 1.6 이상과 iOS 4.0 이상 기기들에서 작동된다.

플레이스테이션 앱 버전 1은 현재 영국, 프랑스, 독일, 스페인, 이탤리, 네덜란드 등의 국가들에서 사용이 가능하다. 이 앱의 기능들은 아래와 같다.

- 플레이스테이션 네트웍 트로피들 확인 및 친구들의 게임들과 온라인 상태를 최근으로 유지케 함
- PS3, PSP, PS2의 모든 최신 게임들, 뉴스들, 하드웨어 발견
- 유럽 PlayStation.Blog의 모든 발표들을 읽음
- 페이스북, 트위터 혹은 이메일을 통해 친구들과 인기 제품들과 뉴스들을 공유


첫줄만 보고 플레이스테이션 앱이란 말을 듣는 순간 내 가슴이 잠시 두근거렸다. 소니가 비록 플레이스테이션1 용일지라도 아이폰이나 안드로이드에서 게임을 할 수 있게 해준다는 뜻인줄 알았기 때문이다. 이미 나와있는 아이폰4와 아이패드 등의 하드웨어 성능은 충분히 그런 것이 가능한 정도다.

그러나 막상 자세한 내용을 보고는 크게 낙심했다. 그저 평이한 뉴스나 커뮤니티 앱이기 때문이다. 물론 저런 것도 나름 필요하지만 크게 중요한 것은 아니다. 저런 것이 있든 없든 커다란 시장흐름에는 아무런 변화도 감흥도 없기 때문이다.


소니의 게임앱, 소비자 요구는 듣고 있는가?

정말로 중요한 것은 소비자의 요구다. 지금 소비자가 정말로 소니에 원하는 것은 너무도 분명하다. 빨리 제대로 된 수익모델을 만들어서 플레이스테이션이나 PSP의 게임을 스마트폰에서 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다.

공짜로 해달라는 게 아니다. 지금 시장의 주류가 된 스마트폰과 태블릿에서 새로운 기술에 목마른 많은 소비자들이 기꺼이 지갑을 열고 합리적인 가격으로 컨텐츠를 구입할 준비가 되어있다. 하다못해 오래묵은 게임이라도 말이다. 그런데 막상 소니는 그런 소비자의 요구에 대해 동문서답 식으로 전혀 엉뚱한 제품으로 응답하고 있다. 이유가 무엇일까?

장세준 교수는 <삼성 VS 소니>에서 소니의 조직 구조를 큰 문제점으로 꼽았다. 이상적인 조직구조로서 리더의 책임을 아래쪽으로 최대한 분산시키고, 각 부분마다 실무자의 의견을 중시하는 조직을 만들려는 것이 소니의 의도였다.

그러나 그런 좋은 의도와 상관없이 완성된 조직은 서로 자기 부서의 이익과 주도권만 최대한 챙기려는 단위조직의 느슨한 결합체였다. 타부서와 정상적인 업무협력조차 잘 이뤄지지 않고 참신한 기획이 올라가도 각 부서 책임자의 이해관계와 견제속에 중복되어 능력을 낭비하거나 어이없이 사장되는 일이 많다.



소니 역시 분명 소비자의 요구를 알고 있을 것이다. 하다못해 이미 해킹된 아이폰과 안드로이드폰에서는 플레이스테이션1 게임이 실행되는 앱이 나와있다. 물론 그 안의 게임롬을 대개 불법으로 뽑아내 배포된 것이지만 말이다. (출처)

소니가 가진 기회는 다른 게 아니다. 지갑을 열 준비가 된 소비자를 향해 저런 게임을 양성화해서 돈을 주도 정품을 사서 즐길 수 있는 길을 열어주면 된다. 그건 바로 애플이 불법복사 음악시장에 아이튠즈를 내놓아 대성공한 것, 해킹된 아이폰 앱을 양성화해서 앱스토어를 연 것과 같은 원리다.

그것만으로도 소니는 폭발적인 경제적 성공과 회사이미지의 대폭 상승을 얻을 수 있다. 라이벌인 닌텐도는 하드웨어 플랫폼에 집착해 스마트폰용으로 게임을 내놓지 않고 마이크로소프트는 휴대용게임기 자체가 없다. 소니가 얻을 수 있는 너무 좋은 기회인데 이 시기를 헛되이 낭비하고 있는 것이 너무 안타깝다.



도둑이 들려면 개도 짖지 않는다고 했다. 세계사적으로 보면 나라가 망할 즈음에는 뻔히 보이는 부흥의 기회도 전부 놓쳐버리곤 한다. 지금의 소니가 그런 상황은 아닌지 심히 걱정스럽다. 소니의 각성과 분발을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