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주 어렸을 적에 카메라는 매우 귀하고 신비로운 물건이었다. 검고 커다란 상자 속에 비싼 필름을 사서 넣고는 30장 남짓한 분량에 모든 영상을 찍어야 했다. 때문에 단 한 장을 찍을 때조차 미리 온갖 정성을 들여 포즈를 잡았다. 버리는 사진이 있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찍은 내용을 미리 볼 수 없는 건 물론이고, 삭제도 할 수 없었다. 귀한 필름은 생활 기록용으로 인물 위주로 최대한 찍었다. 동물만 찍는다든가 접사는 하는 건 상상도 할 수 없었다.



그때 내 인상에 강하게 남은 필름회사는 두 군데였다. 하나는 코닥이고, 다른 하나는 후지 필름이었다. 이 밖에도 시간이 흐름에 따라 코니카 나 다른 필름 업체도 알았지만 여전히 실제로 사서 쓸 때는 코닥과 후지 였다.

그런데 어느 순간 시대의 변화가 몰려왔다. 마치 공룡이 멸종당하듯 거대한 필름 회사를 둘러싼 기득권과 패러다임이 싹 바뀌었다. 아날로그 적인 필름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디지털 카메라와 촬상소자, 메모리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 당시 일본 잡지 로그인에는 애플에서 최초로 만든 디카에 대한 설명이 나오기도 했다. 필름을 전혀 쓰지 않고 단지 전자기술과 메모리만 이용해 사진을 찍고 저장, 전송한다는 발상은 정말 혁명적이었다.



그후 일본을 포함한 세계는 대 변혁을 이룩했다. 디지털 기술을 결합한 카메라가 나와서 기존의 아날로그 카메라 시장을 잠식했던 것이다. 처음에는 소수의 얼리어댑터들이 쓰던 디카는 곧 그 편리성과 범용성으로 인해 아날로그를 바르게 몰아냈다. 그러자 기존의 카메라업체와 필름업체는 빠르게 기울어졌다. 이런 변화속에서는 변화에 적응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다음 뉴스를 보자 (출처:씨넷)  번역: 최완기

후지필름은 지난 9월 발표한 고급 디지털 컴팩트 카메라 FineFix X100의 구체 정보를 공개했다. 후지필름에 의하면, X100은 수동, 싱글 자동, 연속 자동 등 3 종류의 포커스 모드들을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동 포커스 세팅에서 사용자들은 피사체의 포커스를 맞추기 위해 렌즈의 포커스 링을 돌릴 수 있다. 하이브리드 뷰파인더를 사용해 사용자들은 프레임이 선명한지를 확인하기 위해 배경의 일부를 확대할 수 있다.
또한 X100은 전용 RAW 버튼을 제공한다. JPEG 모드로 이 버튼을 누르면, 카메라는 RAW와 JPEG 둘 다 촬영한다. 카메라와 함게 제공되는 SilkyPix RAW 소프트웨어는 사용자들로 하여금 RAW 사진들을 JPEG 같은 대중적인 포맷들로 변환시켜 준다.
X100에 EXR 센서를 채용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후지필름은 이같은 센서들은 통상적으로 훨씬 작은 센서를 채용하는 컴팩트 카메라들에 사용된다고 말했다. X100은 APS-C 센서와 F2.0 렌즈를 제공해 저조도 환경에서 더 나은 사진들을 촬영할 수 있다고 말했다.
X100은 2011년 3월에 출시될 예정이고, 가격은 아직 미정이나, 약 $1,000 정도로 판매될 것으로 알려졌다.



후지필름이 또 새로운 카메라를 만들었다는 뉴스다. 하지만 별로 와 닿지 않는 것이 후지필름의 카메라는 주류가 아니기 때문이다. 니콘이나 캐논, 올림푸스와 소니의 벽을 깨기에도 후지필름의 능력으로는 힘에 부친다.

코닥은 어떨까. 코닥 역시 한때 공세적으로 컴팩트 카메라를 내놓았던 적이 있다. 그러나 시장에서의 반응은 싸늘했다. 지금은 오히려 스스로가 예전에 내놓은 특허를 가지고 다른 기업에게 사용료를 받으며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고 들었다.



코니카 같은 건 오늘날 아예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옛날 필름계를 휘어답던 메이저 업체들이 전부 이렇게 몰락하고 있다.

한 시대를 만든 필름회사들은 왜 몰락했을까?

과연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필름회사들이 바뀌는 시대의 패러다임 변화를 거부하고 스스로를 닫아 걸었기 때문이다. 아예 필름이 필요없는 세상이 이렇게 빨리 올 줄은 몰랐던 것이다.특허괴물처럼 특허료만 뜯어내 운영하는 코닥과, 인정도 잘 못받는 고품질 DSLR을 생산하며 연명하는 이들 기업에게서 측은함이 느껴지는 건 나만의 마음일까.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한국의 좀 커다란 그룹들도 긴장해야 한다. 시대의 흐름에 자연스럽게 적응하지 못하는 기업은 결국 엄청난 실수를 하는 셈이다. 마치 지금에 와서 필름카메라를 보기 힘든 것처럼 말이다. 저 필름 회사들에게서 실패의 교훈을 얻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