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제법 한국 통신기업에서 제법 심각하게 제기되었으며 정부 관계자도 동조해 금방이라도 시행될 것만 같았던 공포의 제도가 있다. 수많은 네티즌의 비웃음과 우려와 풍자를 몰고 왔던 그것은 바로 <인터넷 종량제>였다.

본래 가스나 물같이 형태가 있고 복제가 불가능한 재화는 사용량에 따라 종량제로 요금을 낸다. 전기같이 공급탄력성이 부족한 에너지는 심지어 누진세처럼 사용량에 따라 단가 자체가 달라지기도 한다. 그래도 우리는 그것이 합리성이 있는 제도이기에 받아들였다.



그러나 인터넷은? 인터넷을 오가는 데이터를 기본적으로 확산과 무한한 복제가 가능하다. 더구나 그것을 제어하는 기술도 발달했기에 우리는 유선 인터넷의 경우 대역폭에서만 제한을 받을 뿐 정액제로 마음놓고 쓸 수 있다. 통신사는 애초에 그런 방법으로도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수익구조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터넷의 사용패턴이 하나의 차별을 만들었다. 원래부터 데이터를 목적으로 깔린 유선망은 정액제지만, 전화통화를 목적으로 한 3G망은 데이터까지 교환가능하게 됨에도 불구하고 종량제를 고수했다. 따라서 똑같은 인터넷을 이용한 정보교환이지만 유선이냐 무선에 따라 그 요금이 엄청난 차이를 보이기 시작했다.

결과는 엄청난 양극화로 나타났다. 한쪽에서는 정액제의 장점을 이용해 각종 화려한 서비스와 부가산업이 발달한 반면, 다른 한쪽 종량제에서는 비싼 요금때문에 소비자들이 이용을 기피해서 산업발전 자체가 멈춰버린 것이다.



게다가 정액제 유선 인터넷 사업자들은 종량제를 주장하고, 다른 쪽의 종량제 이동통신 사업자들은 소비자들을 조금이라도 속여 주머니를 털려는 꽁수를 궁리하게 되었다. 유선 인터넷은 돈을 주며 사용자를 유지하고자 하고, 한쪽에선 실수로 무선 인터넷을 잘못써서 수천만원의 요금이 나온 이용자가 자살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한참을 방황하던 끝에 와이파이망과의 공존을 해답으로 찾은 스마트폰 업계는 이통사의 정액제 인터넷 요금을 바탕으로 점점 유선 인터넷과 동일하게 발전하고 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옛날의 달콤했던 시절을 잊지 못하고 편하게 돈만 벌려는 유혹이 고개를 들고 있다. 쓴웃음이 나오는 뉴스를 하나 소개한다. (출처)



보다폰, 오렌지, 텔레포니카, 텔레콤 이탈리아 등 유럽의 주요 통신사들이 구글, 페이스북, 애플, 야후 등 스마트폰 OS 제조사와 컨텐츠 제공사 등에 비용 분담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들의 제품과 컨텐츠가 네트워크를 지나치게 잡아먹고 있으며, 앞으로도 사용자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어 더 큰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몇년간은 메이저 통신사들이 높은 이윤을 얻을 수 있었지만, 사용자가 더더욱 늘어나고 있으며, 앞으로도 데이터 사용량이 늘어나면서 시설에 더 많은 투자를 해야하고, 이들의 이윤이 점차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프랑스 텔레콤의 CEO인 Stephane Richard는 "서비스 제공자들이 비용부담 없이 네트워크를 넘치게 하고 있다. 이제 서비스 제공자들이 비용을 지불하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이동통신사의 전화망은 그동안 굉장히 편하게 돈을 벌 수 있는 영역이었다. 도시와 시골 구석구석까지 전화망이 깔리는 것은 중요하고 힘든 사업이기에 그 비용을 위해 소비자와 정부는 그들의 다소 과도한 이익과 불합리한 요금구조응 용인했다. 그만한 이익이 없이는 초기의 망설치를 유혹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망 설치가 다 된 상황에서 한동안 이익만 취하던 그들은 위기에 봉착해있다. 스마트폰으로 인해 늘어난 데이터량은 망을 현대화하고 늘려야 하는 비용부담을 주었다. 그에 비해 정액제 요금으로는 예전의 쓴 만큼 받던 때 만큼의 엄청난 폭리를 취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제 겨우 무선 데이터를 쓰는 재미에 빠진 소비자를 겨냥해 통신요금을 확 올릴 수도 없다. 그랬다가는 소비자들이 당장 반발하며 데이터 통신을 줄이고 와이파이나 다른 대체 망설비에 의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동통신사들이 찾아낸 방법은 최초에 스마트폰과 운영체제를 만든 사업자, 그리고 새로운 서비스를 고안해 돈을 벌고 있는 사업자를 찾아가 돈을 요구하는 것이었다.



애플과 구글이 네트워크 사용료를 내야한다?

과연 애플과 구글, 그리고 페이스북 등의 컨텐츠, 운영체제 사업자가 이동통신사업자에게 돈을 내야 하는가? 무슨 명분이 있어야 하는데 저기서 들고 나온 이유로는 기부금조차 받아내기 어려울 것 같다. 오히려 애플과 구글이 일껏 스마트폰을 개발해 정액제 요금 가입자를 늘려줘서 수익을 늘어나게 해준 면이 크다. 이동통신사가 사례비를 줘도 모자랄 판이다.

외국의 경우에 이동통신사는 이제 더이상 블루오션이 아니다. 망중립성에 의해 데이터와 음성요금이 동일해지고, 각종 무료통화 앱으로 인해 음성매출은 나날히 떨어지고 있다. 이대로는 그냥 무선망을 임대해주는 사업자로 머물 뿐이다. 그들은 바로 그 상황을 두려워하고 있다. 이익은 감소하고 치열한 경쟁과 망 확장 설치 의무만 떨어지는 상황 속에서 유선인터넷사업자처럼 되는 상황은 공포 그 자체다.



하지만 애플이든 구글이든 다른 어떤 컨텐츠 사업자도 이들에게 돈을 줄 필요는 없다. 시대에 적응하지 못하고 그저 옛날 방식으로 편하게 돈만 벌려는 사업자는 어느 나라, 어느 시대든 있기 마련이고 모두가 조용히 사라졌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망중립성과 통신요금 문제에 있어 적극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혁신을 거듭해 시대에 맞추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 이동통신사는 결코 오래 갈 수 없다. 저 외국의 사례에서 교훈을 얻지 못한다면 우리는 아마 조만간 KT가 블리자드에 네트워크 이용료를 내라든가, SKT가 삼성과 구글에 네트워크 설치비용을 분담하자고 요구하는 사례를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인터넷 종량제를 하자는 말까지 다시 나오고 말이다. 시대를 읽지 못하는 사람들은 언제 어디에나 있는 법이다.



P.S : 요즘은 블로그 때문에 여기저기 일이 많아져서 컴퓨터 앞에 앉아있을 수 있는 시간이 자꾸 줄어듭니다. 포스팅은 겨우 하지만 이웃분들 글을 읽고 댓글을 달 수가 없어 너무 죄송하네요. 블로그의 중요한 요소 가운데 하나는 이웃과의 교류라고 생각합니다. 곧 방문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