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비즈니스 모델을 살펴보면 재미있는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애플은 개인용 컴퓨터의 신화이자 살아있는 역사다. 처음 애플 컴퓨터를 발표한 이후로 이 회사는 줄곧 최종 소비자를 위한 컴퓨터를 발표했다. 그리고 목표로 했던 최종 소비자에게 사랑받았다. 애플2는 최초의 쓸만하고 저렴한 개인용 컴퓨터였고 매킨토시는 복잡한 명령어 라인에서 소비자를 해방시켰다.

애플은 이런 역사 때문에 줄곧 컴퓨터 업계의 해방자로 행세해왔다. 애플의 미묘한 마케팅 기법을 분석한 외국 책에서는 애플의 마케팅을 비유해서 흔히 강대하고 부당한 적을 만드는 행위를 수반한다고 표현한다.


처음 애플의 명백하고 거대한 적은 IBM이었다. 초창기 미국 컴퓨터 역사의 거의 전부와 특허 대부분을 차지했던 이 강적에 맞서 애플은 자기들이 보다 얽매이지 않은 자유스러운 기업이라는 걸 내세웠다. 솔직히 말해 애플은 IBM에 비하면 정말 미미한 존재였기에 유일한 장점이라고는 개인용을 지향한다는 것 밖에 없었다. 관련 분야에 대한 공헌이나 기업의 신뢰도, 기업 규모 등 무엇하나 이길 수 있는 게 없었기 때문이다 . IBM은 특히 기업용과 서버분야에서 강세였고 애플은 메킨토시를 내놓았어도 여전히 따라가는 입장이었다.

얼핏 생각하면 기존의 명령어 체계인 DOS가 그래픽과 마우스를 이용한 GUI로 바뀌었을 때, 기업들도 맥을 선호했어야 옳다. 기업이라고 해도 불편한 건 불편한 것이니 말이다. 그러나 문제는 기업들이 애플이란 기업에 대해 매력을 별로 못 느낀 다는 게 문제다. 애플은 철저히 감성이 의존한 기업이다. 명백한 숫자로서 성능차이를 보여주지 못하기에 기업들에게는 그다지 환영받지 못한다.

그럼에도 애플은 그간 기업 시장에 나름 공들여왔다. 맥을 이용한 서버와 유닉스를 보급한 것이 바로 그 예이다. 그러나 역시 애플은 아직 기업에게 사랑받지 못하는 것 같다. 다음 뉴스를 보자. (출처: 인가젯)


애플은 기업용 서버 Xserve의 판매를 2011년 1월 31일로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랙 마운트 서버는 2011년 1월 31일로 단종되는데, 이 제품에 대한 지원은 계속될 예정이다. 물론 애플은 워런티와 연장된 서비스 프로그램들 모두를 그대로 받아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애플은 OS X로 구동하는 서버를 사용하기 원하는 개인이나 기업들은 맥 프로 혹은 맥 미니를 사용할 것을 권했다.

서버시장은 거의 하청이나 마찬가지다. 각 기업이 구매자가 되어 공급자에게 사양과 가격을 제시하고 이에 맞춰 입찰을 해서 경쟁하는 체계다. 그리고 애플은 이런 시장에서 한번도 성공해본 적이 없다. 교육시장에서 맥이 약간 성공한 것을 제외하면 애플 제품은 늘 기업 시장에서 고전했다.

애플 관계자는 이렇게 말한다. 소비자는 제품이 좋으면 사고 좋지 않으면 사지 않는 선택을 하지만 기업은 그렇지 않다. 그러기에 애플은 늘 기업 시장에서 고전한다고 말이다.

과연 그럴까. 기업이라고 선택을 하지 않는게 아니다. 그들은 다만 애플이 제시하는 강점을 강점이라 받아들이지 못할 뿐이다.




1) 우선 가격을 보자. 애플이 미려한 디자인과 알루미늄 등을 이용한 최신 디자인으로 자랑하는 분야는 기업 입장에서는 단가 상승 요인일 뿐 아무런 장점도 안된다. 기업 서버룸 한구석에 있는 서버의 디자인을 대체 몇 사람이나 본다고 아름다워야 한단 말인가?

2) 쓰기 편하고 쉬운 것도 그다지 자랑할 수 없다. 대체로 한 기업의 서버 관리자 정도 되면 거의 해커 수준이다. 하드웨어를 다 꽤뚫고 제어할 수 있는 이 관리자 앞에서 애플의 컴퓨터는 그저 과도한 제한만 거는 성가신 컴퓨터일 뿐이다.

3) 애플은 꼭 필요한 하드웨어 부품을 생산하지 않는다. 소프트웨어는 비록 애플보다 성능이 떨어질 망정 전부 대안이 있다. 따라서 기업 입장에서 보면 애플은 그저 마진 많고 바가지 씌우길 좋아하는 기업일 뿐이다. 애플은 남에게 공급 업체가 되기보다는 다른 업체를 지배하길 원한다.


올해 중순에 심한 공급 부족을 보인 아이패드의 디스플레이를 예로 들어보자.
(출처: 일렉트로니스타)

아시아 태평양 지역 시장조사기관 CLSA에 의하면, Chimei는 2011년에 iPad 디스플레이 생산에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CLSA는 Chimei가 우선적으로 iPad 디스플레이 전체 생산량의 10%를 생산하고, 여름에는 20%를, 그리고 가을에는 30%를 생산할 것이라고 전했다.

Chimei가 내년에 생산하는 iPad 디스플레이로 얻는 매출은 전체 매출의 6%에 해당하고, 2012년에는 10%가 될 것이라고 CLSA는 예상했다. Chimei는 자체 TV들과 다른 회사들의 디스플레이들을 생산하고 있다.

CLSA는 내년에 출시될 iPad의 변화에 대해 말하지 않았지만, 루머들에 의하면 차기 iPad 모델들은 전면 및 후면 카메라들과 듀얼 코어 ARM Cortex-A9 프로세서를 장착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청에 약한 애플 vs 부품에 강한 삼성


아이패드가 처음 나왔을 때 그 안에 삼성의 메모리와 엘지의 디스플레이가 들어있다고 했다. 마치 일본 부품 업체를 몰아내고 한국 부품이 올린 개가인양 자랑스럽게 보도 되었다. 그런데 실은 그저 하청업체였을 뿐 하다가 물량이 달리면 언제든 다른 기업에게 의뢰할 수 있는 분야였다. 이처럼 애플은 이른바 <갑>이 되는데 익숙하고 <을>이 되기를 싫어한다. 아마도 때문에 을의 입장에 서게된 맥 서버 시장에서 철수한 것인지 모른다.

그럼 이제부터 삼성을 보자. 삼성은 어째서 이런 시장에서 살아남고 발전하고 있는가. 삼성은 단지 부품 업체일 뿐 최종 생산자도 아닌데 말이다. 그 비결은 바로 아래 기사에 나와있다.

삼성 모바일 디스플레이는 오늘 4.5 인치 플랙서블 AMOLED 디스플레이를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이 플랙서블 AMOLED 디스플레이는 FPD 인터내셔널 2010에서 공개될 예정이다. 이 디스플레이는 800 x 480 해상도를 지원하고, 떠 빠른 반응속도와 저전력 소모 등을 제공하고, 잔상 현상을 최대한도로 줄였으면서도 반경 1cm로 둥글게 말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 디스플레이는 유리 기판 대신 고온에서도 견딜 수 있는 특수 플래스틱 소재를 사용한 기판을 채용했다.

어느 업체라도 기술력을 인정할 수 밖에 없는 부품을 개발하고 그것을 양산하는 것 삼성이 생존방법이자 돌파구다. 이런 부품은 심지어 기업용에도 잘 채택된다. 달리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애플은 그걸 못하고 삼성은 한다. 애플은 스스로 을이 되지 못하지만 삼성은 갑이든 을이든 다 가능하다.


맨 위의 이야기를 상기해보자. 지금 한국에서는 오랫동안 악의 축으로 취급되었던 MS가 잊혀지는 가운데 삼성이 애플의 강적으로 네트워크에서 알려지고 있다. 애플과 삼성을 비교하면 많은 점을 얻을 수 있기도 하다. 대부분은 애플의 성공과 장점으로 끝나지만 이걸 보면 굳이 그럴 필요는 없을 듯 하다. 애플은 기업에 대한 하청에 약하고 삼성은 누구도 쉽게 따라하지 못하는 장치집약적인 부품에 강하다. 이런 두 회사의 명암은 앞으로도 줄곧 이렇게 이어질 것 같다.

과연 어느쪽이 더 나을까? 최종 소비자 제품은 잘 만들지만 기업에 대한 하청은 통 못하는 회사인가? 제품생산이보다 오히려 기업용 소재부품에 강한 회사인가? 한번 깊이 생각해 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