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말에 빈대잡으려다 초가삼간 다 태운다는 말이 있다. 아무리 목적이 좋다고 해도, 그것을 위해 말도 안되는 과격한 수단을 써서는 안된다는 뜻이다. 예전에 모 정치인이 한일간의  독도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독도를 폭파하자는 말을 했다는 일화도 떠오른다.

애플이 요새 지나치게 잘 나가고 있는 건 사실이다. MS가 한창 잘 나가고 있을 때, 거대 기업의 통제할 수 없는 영향력에 대한 불안이 짙어진 적이 있다. 독점기업은 거의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만큼 관련산업에 악영향을 끼친다. 그래서 미국에는 반독점법이 있고, 한국에는 공정거래법을 비롯한 각종 규제법안이 있다. 또한 한 기업이 너무도 많은 힘을 가지면 반대쪽에 선 기업이 뭉쳐서 집단으로 대항하며 힘의 균형을 유지하게 된다.

그런 면에서 며칠 지났지만 주목되는 뉴스가 있다. 바로 마이크로 소프트가 어도비를 인수할 지 모른다는 뉴스다. (출처: 지디넷 코리아)
 

이크로소프트(MS)가 애플을 격퇴하기 위해 어도비시스템즈를 인수할 수도 있다는 루머가 등장했다. 이 소식에 어도비 주가는 급등했다.

스티브 발머 MS CEO와 산타뉴 나라옌 어도비 CEO는 최근 비밀미팅을 갖고 애플이 가진 스마트폰 시장 통제력과 이를 격퇴하기 위해 양사가 어떻게 협력할지에 대해 대화를 주고받았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발머와 나라옌 CEO의 회동와 관련해 MS가 어도비를 인수할 가능성도 언급했다. MS는 2008년 야후를 인수하려고 시도했던 이후 대형 인수합병(M&A)은 진행하지 않았다. 어도비 시가총액은 현재 151억달러에 이르고 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예전에도 MS는 어도비와 인수 협상을 벌였지만 반독점에 대한 MS의 우려 때문에 구체적인 단계로 나가지 못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IT시장에서 MS가 차지하는 위상은 예전만 못해졌다. 모바일의 경우 구글이나 애플이 분위기를 이끌고 있다. 그런만큼 MS가 어도비를 인수한다고 해도 지금은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MS와 어도비에게 애플은 공동의 적이다. 애플은 MS와 어도비가 제공하는 멀티미디어 기술을 아이폰과 아이패드에서 쓸 수 없도록 막아왔다.
윈도폰7을 앞세워 애플을 상대로한 추격전을 준비중인 MS나 폐쇄적인 애플 생태계에 진입하지 못해 애를 먹고 있는 어도비 모두 '애플의 적'은 동지로 생각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마련되고 있는 셈이다. MS의 경우 플래시외에 포토샵과 일러스트레이터를 포함하는 어도비 크리에이티브 스위트 제품도 원할 수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하고 있다. 어도비와 MS는 양사 경영진간 회동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다.

아마도 다른 매체에서 보도했다면 나는 그냥 요즘 애플이 하도 많은 루머를 몰고 다니므로 그냥 넘겨버렸을 것이다. 그러나 매체가 바로 뉴욕타임스다 보니 어느 정도 주목을 하게 되었다.


우선 마이크로 소프트와 어도비라는 양 기업의 위치와 위상을 살펴보자.
모두가 알다시피 MS는 현재 PC운영체제의 90퍼센트 가량을 점유했고, MS오피스라는 굉장한 영향력을 가진 기업용 어플리케이션을 가지고 있다. 엑스박스란 게임기를 성공시키고 있으며 마우스와 키보드등 입출력장치에서도 독보적인 위치다. 최근 모바일7이란 스마트폰 운영체제를 발표하기도 했다.


PC에서 MS를 배제하고 일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리눅스와 공개소프트웨어의 조합으로는 그저 취미용이나 해커수준이 아니고서는 사용하기 너무 불편하기 때문이다. 유일한 대안이라면 그저  애플의 매킨토시 정도인데 여기서도 오피스는 들어간다.
 
어도비는 어떨까. 전자출판이나 창조적인 예술영역에서 이 회사의 기술은 거의 필수적이다.  포스트스크립트 언어로 대표되는 폰트기술도 그렇고, 포토샵, 일러스트레이터, 플래시 등 어도비의 기술 없이는 그래픽과 출판계가 움직일 수 없다. 어떤 면에서는 대안도 없어서 MS보다 더한 독점분야도 있다.
 

그럼 이 두 회사가 합쳐진다는 것이 금전적으로 가능한가를 보면 가능성은 충분하다. 마이크로 소프트는 아직도 안정적인 거액의 순이익을 내는 알짜기업이다. 현금보유고도 충분하다. 어도비의 가치도 높긴 하지만 주식맞교환이든 합병이든 두 회사는 금전적인 면에서 충분히 합쳐질 수 있다.

문제는 이렇게 될 경우 합쳐진 회사의 위상이다. 운영체제와 기업용 어플을 확실히 장악한 MS와 출판, 디자인계를 장악한 어도비의 연합체는 거의 모든 분야의 생산적 소프트웨어를 틀어쥔 엄청난 기업이 된다. 인텔이든, 애플이든 살아남으려면 이 기업의 비위를 거스를 수 없게 된다.

애플의 핵심이었던 매킨토시를 보자. 최악의 경우 오피스가 없는 맥은 상상할 수 있어도, 플래시가 돌아가지 않아 웹서핑이 안되고, 포토샵과 어도비 툴이 없어 디자이너들이 쓰지 않는 맥은 상상도 하지 못한다. 오피스와 어도비 툴이 모두 빠진 맥은 과장없이 그냥 장난감일 뿐이다. 그러니 이건 애플을 견제하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일순간에 망하게 만들 수도 있다.


 MS의 어도비 인수설, 반애플 연합인가?

물론 아이폰과 아이패드에서는 이런 영향력이 좀 적을 수 있다. 그러나 맥이 망하면 이들도 허브가 없어진다. 아이패드는 아직 독립적인 컴퓨터 플랫폼이 아니다. 즉 MS와 어도비 연합은 애플에 엄청난 타격을 가하기에 충분하다는 뜻이다. 같은 기사에 실린 분석을 한번 보자.

메리 조 폴리 지디넷닷컴 칼럼니스트는 MS의 어도비 인수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인 견해를 보였다. 그는 "HTML5 웹표준이 점점 확대되는 가운데 플래시와 경쟁하는 실버라이트 기술에 대한 포지셔닝을 시도하고 있는 MS가 어도비를 살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MS는 인수에 대해 보수적"이라고 덧붙였다.


사실 이 칼럼리스트의 분석보다 더 중요한 장애물이 있다. 바로 마이크로 소프트가 아직 미국 연방의 반독점 감시를 받는 상태란 점이다. 어도비와 비밀회동을 가진 점도 이런 의혹을 의식한 행보로 보인다. 두 회사가 단순히 합의했다고 해도, 그냥 사기업의 영역이라고 미국 정부가 놓아두지 않을 거란 뜻이다. 또한 유럽연합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며, 각국에서도 너무 거대한 영향력을 가지게 될 이 두 기업의 합병에 호의적일 수 없다.


결론적으로 이 인수설은 실현가능성이 적다. 그럼에도 문제가 되는 것은 오늘날 애플이 이 두기업의 합병설까지 나돌게 할 정도로 커버렸다는 것이다. 비록 지금은 빈대잡으려 초가삼간 태우는 형국이지만, 이대로 애플이 성장해서 두 기업이 힘을 합쳐야 겨우 견제가 될 정도가 되지 않는다는 법이 없다. 정말로 그렇게 되면 어떻게 될까. 공룡의 횡포를 견제하기 위해 또다른 공룡을 만들어내야 하는가? 우리가 한번쯤 생각해보아야 할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