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미디어 이벤트에서 스티브 잡스는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종래의 데스크탑 컴퓨터는 점점 사라져가는 트럭이고, 태블릿 등의 모바일 디바이스가 승용차로서 그 역할을 대신하게 될 거란 말이었다.

하긴 지난 몇 년간 컴퓨터의 역사에 있어 진정으로 중요한 혁신은 일어나지 않았다. 인텔을 비롯한 하드웨어 업체들은 더 빨리, 더 많이를 외쳤다. 그 결과로 수치상으로 더 빨라진 처리속도와 더 풍부해진 기억용량을 가지게 되었다. 하지만 마치 그 뒤를 따르듯 운영체제와 프로그램은 더 무거워졌고 따라서 우리는 마치 다람쥐 챗바퀴 돌듯 항상 비슷하게 답답한 처리속도와 모래시계 아이콘을 봐야했다.



대체 무엇이 문제일까?
컴퓨터는 종래의 프로그램에 대한 호환성과 똑같은 조작성, 그리고 얼마되지 않는 풍부한 사용성을 주겠다는 목적하에 무지막지하게 메모리와 처리속도를 요구했다. 개발자들은 더 효율적이고 작고 가벼운 프로그램을 짜기보다는 보편적인 툴로 빠르게 완성하는 것만을 목표로 하게 되었다. 최적화는 별로 생각하지 않고 단지 빠르고 편하게 만드는이런 프로그램은 결국 사용자에게 더 많은 돈을 들여 하드웨어를 갖추라고 자기 책임을 떠넘기는 것에 지나지 않았다. 윈도우를 비롯해서, 애플의 맥조차도 이런 비난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


적어도 일반 개인 소비자가 원하는 것은 진정으로 자기에게 필요한 기능을 가볍고 빠르게 쓰는 것이었다. 사실 하드웨어의 발전으로만 따지면 우리는 지금 초창기의 슈퍼컴퓨터보다 좋은 성능에  대기업 전산실 전부보다 많은 용량의 저장장치를 들고 다닐 수도 있고 주머니에 넣어가지고 다닐 수도 있다. 바로 노트북과 스마트폰의 성능이 그렇다.


결국 아이폰과 아이패드로부터 촉발된 사용자의 이런 불만은 기존 컴퓨터 시장의 미래를 의심하고 위협하게 만들었다. 이에 한편에서는 여전히 컴퓨터의 유용성을 외치는 가운데 변화의 조짐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특히 이번에도 그 변화의 출발점에는 애플이 위치해있는 것 같다. 다음 뉴스를 보자. (출처: 일렉트로니스타) /  번역 클리앙, 최완기님


애플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존 그루버는 애플이 차기 맥북 에어에서 iPad 레벨의 반응속도 구현을 위해 집중했다고 전했다. 새 맥북 에어는 다음 주 있는 맥 중심의 이벤트에서 발표될 것으로 예상된다.
존 그루버는 WWDC에서 스티브 잡스가 iPad처럼 맥에서도 똑같은 항상 사용 준비가 된 상태를 원한다는 애플과 친근한 사람의 말을 전했다.
그러나 이 이야기는 잡스가 부팅 시간을 말하는 것인지 아니면 웨이크 시간을 말하는 것인지 분면치 않지만, 아마도 후자의 가능성이 높다.
최신 SSD를 장착한 대부분의 데스크탑 OS 시스템들도 아직까지는 부팅에 30초 가량 걸린다. 빠른 슬립-웨이크 시간은 그 동안 맥의 특징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선 기능과 다른 기능들을 사용할 수 있기까지는 수 초가 걸린다. 그러나 iPad은 맥보다 훨씬 빠르게 반응한다.

 이번 10월 20일에 열릴 애플의 맥 이벤트는 모바일 기기에 모든 역량을 다해온 것으로 보이는 애플이 과연 맥을 계속 푸대접할 지, 아니면 무엇인가 전환의 계기를 만들 것인지를 가늠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 그리고 이 뉴스는 최소 210만원이 넘는 맥북 에어가 최소 70만원에 불과한 아이패드에 비해 진정으로 무엇이 나은지를 보여줘야 한다는 매우 재미있는 사실을 담고 있다.
 

맥북에어는 처음에 서류봉투에서 나온 재미있는 퍼포먼스를 통해 세계에서 가장 얇은 노트북으로 이름을 알렸다. 그리고 그 미끈한 디자인과 가벼운 무게, 좋은 성능으로 유명해졌다. 비싼 가격을 제외하면 이 노트북은 확실히 가지고 다니며 웹서핑이나 간단한 워드프로세싱 등의 작업을 하기에 가장 좋은 플랫폼으로 보였다.

그러나 아이패드가 나오고 본격적으로 아이패드용 생산적 툴이 보급되면서 상황이 미묘하게 달라졌다. 아이패드는 비록 운영체제가 다르고 그 스스로 독립적인 디바이스는 아니다. 하지만 맥북에어보다 훨씬 가볍고, 빠른 동작과 즉시 켜고 클 수 있는 반응속도를 지녔다. 가격은 3분의 1도 안될 만큼 싸다. 워드프로세서인 페이지와 각종 업무용 툴도 싸게 구할 수 있다. 블루투스 키보드만 연결하면 간단한 작업은 전부 할 수 있다. 심지어 맥 운영체제의 최대 약점인 게임과 엔터테인먼트에서는 오히려 더 풍부한 경험을 제공한다.


이런 상황에서 맥북에어를 살리기 위해서, 혹은 멀리 봐서 맥이란 플랫폼 자체를 살리기 위해서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아이패드의 장점을 비롯한 특성을 하나하나 흡수해 나가는 수 밖에 없다. 그 첫발자국으로 우선 즉석에서 켜고 끌 수 있는 순발력을 부여할 작정인 것으로 보인다.

아이패드의 장점을 흡수한 맥북에어 나오나?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맥북에어는 아이패드와 점점 닮아가면서 상위호환성을 지닐 것으로 보인다. 애플로서는 아이패드를 독립적인 플랫폼으로 키우게 되면 기존 맥북 라인이 죽는다는 고민을 가지게 된다. 그렇다고 맥북에 아이패드의 모든 장점을 집어넣는다면 아이패드의 미래가 불투명해진다. 하지만 매우 고가의 맥북인 맥북에어가 맥의 운영체제와 독립된 플랫폼 특성, 거기다가 아이패드의 장점인 iOS 앱 이용과 각종 편의성을 흡수한다고 해도 가격차 때문에 제품군의 차별성을 그다지 손상시키지 않는다.
 

좀 쉬운 말로 해보면 한마디로 맥북에어는 아이패드도 되고, 맥북도 되는 듀얼 플랫폼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뜻이다. 마치 트랜스포머처럼 그때의 상황에 맞춰서 운영체제를 이중으로 돌릴 수 있다. 재미있는 가정이지만 충분히 실현가능성이 있으며 영리한 비즈니스 모델이 될 것이다. 215만원이나 되는 하드웨어 속에 70만원 짜리 하드웨어 하나가 더 들어있다고 해서 다른 제품을 안사고 그걸 전부 사지는 않을 테니까 말이다.

이번 10월 20일의 발표회를 기대해보자. 애플이 맥을 대하는 자세 속에 상당히 흥미로운 미래전략과 함께 업계 전체가 나아갈 방향이 담겨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