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미디어이벤트에서 스티브 잡스가 또 하나의 취미라고 하며 새 애플TV를 소개했다.

대략 예상했던 대로 새로운 애플TV는 iOS를 베이스로 별도의 외부 저장장치를 가지지 않은 채 임대식 스트리밍 방식을 채택했다. 즉 사용자들이 0.99달러를 내고 컨텐츠를 48시간 동안 빌려보는 방식을 도입한 것이다.
애플TV는 아이패드의 기판을 중심으로 배터리와 디스플레이를 생략한 정도의 하드웨어 구성이었다. 따라서 열도 나지 않고 소음도 없으며 빠르고 안정적인 구동속도를 보인다. 아이패드와 연동한 스트리밍 중계 등 좋은 기능도 가지고 있다. 무엇보다 부품수를 최대한 억제했기에 가격은 99달러에 불과하다.


그러나 애플TV는 많은 면에서 불안한 점을 가지고 있다.
우선 컨텐츠라는 면에서 폭스티비와 ABC를 얻었지만 그 외의 나머지 굵직한 컨텐츠 공급자를 끌어들이지 못했다. 또한 다른 제품군 영역침범을 우려한 나머지 앱스토어와의 연동이나 외부저장장치 연결등을 일부러 제한했다. 해커들이 뚫기야 하겠지만 정식 앱스토어를 쓸 수 없다는 점은 큰 결점이다. 컨텐츠 공급자가 부족한 상황에서 이 제품을 초기에 보급할 메리트로서 앱스토어와의 연동은 큰 장점이 될 수 있었다.

이번에는 경쟁업체들의 대응도 빨랐다. 어제 드디어 구글TV가 발표됐다. (출처: 머니투데이) 

셋톱박스 형태의 구글 TV가 처음으로 공개됐다.
미 언론은 로지텍이 6일(현지시간) 미국샌프란시스코에서 미디어 브리핑을 갖고 첫 번째 구글 TV용 셋톱박스인 '레뷰(Revue)를 공개했다고 전했다.
레뷰는 애플 TV와 같은 셋톱박스 형태로 가격은 299.99달러이다. 99달러인 애플 TV에 비하면 다소 비싸지만 보다 많은 콘텐츠를 보유했다는 평가다. TV는 소니가 제작할 것으로 알려졌으며 12일 완제품 형태의 구글 TV가 공개될 예정이다.

레뷰는 '하모니 리모트 콘트롤 기술'을 채택해 케이블을 비롯한 일반 공중파 방송 프로그램 및 유투브 등 웹 동영상까지 사용자가 가진 모든 콘텐츠를 시청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스마트폰 및 PC와도 연동돼 저장된 파일을 불러와 감상할 수 있다.
또 검색 브라우저로 구글 크롬을 내장했으며 어도비 플래시 10.1을 지원한다. 아마존, 냅스터, 넷플릭스, 판도라 등 웹 스트리밍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도 제공한다.

구글은 TBS, TNT, CNN, HBO 등 방송사와도 협력 관계를 맺고 웹 사이트에 최적화된 형태의 콘텐츠를 제공받기로 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아쉬시 아로라 로지텍 부사장은 "소비자들이 다양한 종류의 콘텐츠를 텔레비전을 통해 접근하길 원한다"며 "이 때문에 우리가 구글 TV에 관심을 갖는다"고 말했다.
로지텍은 레뷰 패키지와 별도로 터치패드, 방향키, 리모컨을 포함한 키보드를 99.99달러에 판매한다고 밝혔다.



구글TV 가운데 애플TV와 직접 경쟁할 제품인 레뷰는 무려 200달러나 비싸다. 그러나 저장장치를 가졌고, 웹검색과 플래시를 지원한다. 그것만으로 홈쇼핑이나 웹서핑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또한 훨씬 다양한 컨텐츠 서비스 업체와 제휴했다. 구글 티비는 애플티비보다 더 많은 업체를 설득하는 데 성공했다. 다음 뉴스를 보자. (출처: 연합뉴스)

TBS와 TNT, CNN, HBO 등 미디어그룹 타임워너 소속 방송사들이 구글TV에 프로그램을 제공하게 된다고 구글이 4일 밝혔다. 또 농구 채널 NBA TV와 경제뉴스 채널 CNBC, 아마존닷컴의 인터넷 비디오 서비스, 넷플릭스도 구글TV에 콘텐츠를 제공한다. 이미 아마존과 넷플릭스는 일부 서비스를 시작했으며, 구글TV용 장비가 연결된 TV가 있으면 이를 이용할 수 있다. 냅스터와 판도라, 베보(Vevo) 등 음악 사이트와 트위터도 구글TV용 콘텐츠 제작에 나섰다.


반면 미국의 4대 방송인 CBS와 ABC, NBC 그리고 폭스는 구글TV와 손을 잡지 않았다. 구글은 이날 블로그를 통해 다양한 상대와 여전히 협상을 하고 있으며 몇주 안에 추가로 콘텐츠 제공 협약을 체결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메이저 방송사들은 구글에 힘이 쏠릴 것을 우려해 구글TV에 콘텐츠를 제공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구글TV가 성공하면 구글은 현재 온라인 광고시장에서 지배적 지위를 TV로까지 확대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애플TV는 기본적으로 애플이 모든 것을 통제하는 상점인 아이튠즈를 단일 상점으로 삼는다. 컨텐츠 업체들은 단순한 상품공급 외에는 아무 것도 하지 못하고 애플 지시를 따라야 한다. 가격정책조차도 말이다.
그에 비해 구글TV는 그냥 구글이 큰 건물이란 구글 스토어를 마련해주면 그 안에 각 컨텐츠 업자들이 알아서 매장을 짓고 알아서 자유롭게 영업을 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자유도가 큰 이 방식에 업체들이 몰린 건 당연하다.

다만 4대 방송사는 그럼에도 패러다임 자체가 인터넷 방송으로 넘어가면 TV광고 수익의 감소와 주도권 상실이 우려되기에 거부하는 것이다. 이들은 애플TV도 거부할 가능성이 높다. ABC는 애플티비에 참여했지만 폭스티비는 단지 실험일 뿐이라고 의미를 축소했다. 나머지는 아직 어느쪽에도 가담하지 않았다.


애플TV와 구글TV, 어느쪽이 이익인가?

그렇다면 소비자 입장에서 둘 가운데 어느쪽 비즈니스 모델이 승리하는 편이 이익일까.

단기적으로는 애플쪽이 이익이다. 애플은 음악에서의 성공을 근거로 컨텐츠 업체에 가격을 낮추라는 압박을 하고 있다. 불법복사를 막기 위해서란 논리다. 따라서 우리는 애플에서 보다 좋은 컨텐츠를 싸게 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과연 컨텐츠 가격이 낮으면 무조건 좋은 것일까. 구글의 수익모델이 무조건 소비자에게 바가지를 씌우는 것인가도 생각해봐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구글쪽이 이익일 수도 있다.
업체들의 주장에 따르면 고급 컨텐츠는 그에 맞는 가격을 받아야 다시 좋은 컨텐츠를 만들 투자여력이 생겨서 선순환이 된다. 0.99달러의 일률적 가격이 붙은 컨텐츠 시장의 활성화는 다시 0.99달러 가치밖에 못하는 컨텐츠의 양산으로 이어질 뿐 블럭버스터급의 작품이 나올 수 없게 만든다는 것이다. 오늘날 아이폰등 스마트폰 게임에서 psp와 같은 고성능의 하드코어한 대작게임이 잘 나오지 않는 면을 보자. 한번 음미해 볼 만한 지적이다.



일단 두 진영이 실제 만질 수 있는 하드웨어와 볼 수 있는 컨텐츠를 내놓고 경쟁에 들어갔다. 이제는 소비자의 선택이 각각 두 업체에 힘을 실어주게 될 것이다. 물론 한국의 소비자들은 아직 이 경쟁에 참여할 기회가 거의 없을 것이지만 천천히 한번 시장의 추이를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다. 어느 쪽이 과연 미래의 티비를 지배할 비즈니스 모델이 될 까? 애플일까. 아니면 구글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