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세계 IT를 보면 재미있는 현상이 많이 있다.

특히 주요 기업들이 실적과 관련해 경영진을 교체했다. 그런데 그 이유나 뒤에 얽힌 이야기가 묘하다.
조금 예전 이야기지만 삼성전자는 한때 일선에서 물러났던 이건희 회장이 직영체제로 돌아왔다. HP는 섹스스캔들로 CEO가 사임했는데 그는 오라클로 가서 공동 CEO가 되었다. 노키아는 MS출신을 CEO로 맞아들였다.
이들 기업의 공통점은 크든 작든 애플, 아이폰과 얽혀 있다는 점이다. 속된 말로 아이폰이 사람 여럿 잡고 있다. 그만큼 스마트폰 시장에서 한번 뒤쳐지면 완전히 구시대 기업이 되어 도태될 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있다.
 

이번에 국내 굴지의 기업인 LG전자 역시 그런 현상을 겪게 되는 것 같다. 남용이 물러나고 구본준이 최고 경영자로 돌아왔다. 오너 경영체제로 전환한 가운데 또다른 경영진 변화가 있었다. 지디넷 코리아의 기사를 보자(출처).

구본준 신임 LG전자 최고경영자(CEO) 부회장이 1일 공식 업무를 시작, 모바일과 TV 임원들을 일부 교체했다.
이는 남용 부회장의 용퇴 원인을 제공한 부서들에 대한 ‘문책성 인사’로 풀이된다. 정기 임원 인사를 3개월 앞두고 나온 행보다. 내년 도약을 위한 LG전자의 의지가 결연하다.

이날 구 부회장은 별도 취임식 없이 전 임직원에게 이메일을 보내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하는 휴대폰 사업에서 LG의 위상은 불과 1년 전의 성과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큰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인사의 관전 포인트는 스마트폰. 박종석 부사장(전 MC연구소장)이 MC사업본부장 겸 스마트폰 사업부장을 맡았다.

 지난 2분기 LG전자 MC사업부는 영업손실 1천196억원이라는 참담한 성적표를 받았다. 16분기만의 적자였다. 스마트폰 사업부를 작년 말에야 신설하는 등 시장 대응이 늦었던 것이 큰 타격으로 돌아왔다.
올 초에도 이렇다 할 스마트폰 없이 ‘반격 예고’만을 외쳤고, 하반기 ‘옵티머스 시리즈’를 내놨지만 삼성전자 갤럭시S, 애플 아이폰4 등에 밀렸다. 게다가 3~4분기에도 상황 개선이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내부에서도 지배적이다.

 구 부회장은 이 같은 스마트폰 사업부에 박종석 부사장을 구원투수로 세웠다. 플로리다주립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박 부사장은 LG전자 PDP TV 사업부장과 부사장을 역임한 유명 엔지니어다. 최근에는 LG전자 차기 스마트폰 '옵티머스원' 개발을 주도했다.
LG전자 측은 “박 부사장의 스마트폰 총괄 임명은 마케팅보다 기술을 중시하는 구 부회장의 스타일이 그대로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LG전자는 지금 정말 위기에 있다. 스마트폰 시장에 너무 늦게 들어온 바람에 눈에 보이는 하드웨어 출시도 늦었다. 김태희폰이나 초콜렛폰 등 피처폰의 성공에 들떠 있던 몇 년전이 허무하게 보일 정도다. 뒤늦게 출시한 옵티머스 시리즈는 운영체제의 버전 업에 삼성처럼 빠른 업데이트 약속을 하지도 못하는 상태다. 이는 관련 인력을 제대로 보유하고 키우지 못한 탓으로 그동안 연구개발비의 비중이나 그 배분이 미래를 향해있지 않았다는 걸 보여준다.

LG전자의 이런 최근 경영행보는 다분히 삼성의 성공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역시 애니콜의 성공에 취해 스마트폰으로 바뀌는 시장의 흐름을 너무 안이하게 보았다. 그러나 애플의 아이폰을 비롯해 대만의 HTC가 만든 안드로이드가 무섭게 고가 휴대폰시장을 휩쓸고 앱 시장이라는 또 하나의 수익모델까지 만들어내자 긴장했다. 이건희 회장이 돌아오자 곧장 삼성전자는 비상체제에 돌입했다. 어디선가 본 이야기에 따르면 이건희 회장은 <아이폰 비슷한 거라도 만들어 와라!> 라면서 허둥대며 결과물을 내지 못하는 개발진에 불호령을 내렸다고 한다.
 

결국 삼성전자는 모든 역량을 모아 갤럭시 시리즈를 만들어냈다. 급하게 만든 탓에 하드웨어적 완성도나 운영체제의 세팅이 훌륭하다고는 볼 수 없었다. 하지만 늦은 출발에 비하면 상당히 좋은 평가와 판매량을 보여주고 있다. 갤럭시탭 같은 경우는 가격만 적당하면 충분히 아이패드의 경쟁자도 될 수 있을 거라 외국 언론도 관심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삼성에 비해 LG전자의 실적이나 스마트폰 전망은 우울하다. 또한 계열사인 U+ 는 이론적으로는 아이폰을 그대로는 들여와 쓸 수 없는 방식의 망을 가지고 있다. 타개책이 잘 보이지 않는 것이다.
원래 LG전자는 마이크로소프트와의 협력관계가 좋은 편이었다. 때문에 윈도우 CE때부터 MS의 운영체제를 탑재한 스마트폰을 내놓기도 했다.


비상걸린 LG전자, 과연 스마트폰에 올인할까?

LG로서는 이제 애플이 문제가 아니다. 몇 가지 측면에서는 베가를 내놓은 팬택에조차 지고 있는 스마트폰 시장의 입지를 회복해야 한다. 따라서 오너 직영체제로 선회한 구본준 회장의 선택이 어느쪽으로 행할지 궁금해진다. 여기서 LG가 취할 수 있는 유효한 수단 몇 가지를 적어본다.

1. 기존 옵티머스 시리즈와 별도로 가장 스펙이 높은 스마트폰 개발에 나선다. 고화소 카메라와 s-ips 디스플레이 등을 쓴 플래그쉽 스마트폰을 가지고 LG가 하드웨어 기술쪽으로 업계를 주도한다는 이미지를 주어야 한다.

2. 마이크로소프트가 개발을 마치고 발매해줄 회사를 물색하게 될 윈도우 모바일7을 도입할 수 있다. 1번의 최고급 스마트폰은 안드로이드 3.0 일 수도 있지만 , 윈도우모바일7이 될 수 있다. 애플 반대쪽의 든든한 강자와 제휴관계를 맺는 건 매우 중요하다.

3. 앞으로 나올 LG 가전제품인 TV와 냉장고, 세탁기, 에어콘 등의 고급제품을 지능형 가전제품으로 자리매김하면서 LG스마트폰과 네트워크적 연결성을 탑재한다. LG스마트폰만 있으면 이들 가전제품을 제어하며 편하게 가정생활을 즐길 수 있는 것이다.

4. 구글 TV와 제휴를 맺어 스마트TV시장을 노린 제품을 빨리 내놓는다. 그리고는 이 제품과 스마트폰 플랫폼을 거의 동일하게 가져간다.



 이 정도만 성공적으로 할 수 있어도 일단 비상상태에 처한 입장을 어느 정도 회복할 수 있을 것 같다.
새롭게 바뀐 LG전자의 분발을 바란다.